장애인 배려가 아쉬운 양평 소노휴
장애인 배려가 아쉬운 양평 소노휴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3.02.07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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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장애인용 객실은 하나도 없어
수차례 최소한의 도움 요청도 외면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얼마 전 경기도 양평의 소노호텔앤리조트(소노휴 양평, 이하 ‘소노리조트’)에서 열린 장애인 행사에 강연자로 참석하고 1박을 하게 됐다.

㈜소노호텔앤리조트는 옛날 대명콘도로 알려진 ㈜대명레져산업이 변경된 회사로, 전국 각지에 많은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총자산 3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리조트 회사다. 양평에 있는 소노리조트만 해도 콘도미니엄 객실이 200개가 넘는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필자는 배정된 객실로 가서 문을 열었다. 입구에는 10cm 정도의 단차가 가로막고 있었다. 단차가 높지 않아 바퀴가 통과할 공간에 벽돌이나 널빤지 조각이라도 놔주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프런트에 도움을 요청했다. 프런트에서는 지극히 사무적인 말투로 “그런 것은 없으니, 당신을 초청한 주최 측에 도움을 요청하세요.”라면서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표정도 없었다.

수동휠체어라면 누가 뒤에서 받쳐주면 휠체어 앞바퀴를 문턱 위로 올려서 좀 불편하더라도 통과할 수는 있겠지만 전동휠체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타고 있는 사람을 포함하여 200Kg이 넘는 전동휠체어가 방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건장한 성인남성 두세명이 앞뒤에서 휠체어를 들어서 문턱 위로 올려줘야 한다. 장애가 심할수록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객실 안으로 휠체어와 함께 들어가야만 침대도 이용할 수 있다.

문제의 단차로 인해 이러한 난관을 거쳐야만 객실을 출입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한번 객실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기 부담스럽기도 해서 다음날 체크아웃 할 때까지 잠시라도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식사를 하거나 주변 산책을 위해서 나갔다가 오는 것도 꾹 참아야 한다.

아무튼 이 리조트가 신축한지 오래된 시설이라 문턱 문제를 원망할 생각은 없다. 200개가 넘는 객실의 문턱을 다 없애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테니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별 비용들이지 않고도 문턱을 해소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호텔에 경사판 한두개쯤 비치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객실 입구에 놔주면 된다. 높이가 10cm 정도에 불과하여 거기에 맞는 경사판이라면 단돈 몇만 원이면 구할 수 있다. 옮기기 편리한 접이식에다 좀 세련된 고급구조로 만들더라도 몇십만 원이면 충분하다.

사실 필자가 양평의 소노리조트에서 숙박을 한 것은 과거에도 세 번이나 더 있었다. 그때마다 필자는 프런트에 이동식 경사판을 하나라도 비치해두면 나 같은 사람이 언제 오더라도 불편이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 아니냐며 경사판 비치를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이러한 간곡한 건의사항은 철저히 묵살되었다. 장애인의 건의라서 그랬던 것일까?

이번에도 다음에 오는 장애인 손님을 위해서라도 이런 불편이 없도록 해달라면서 이동식 경사판 비치를 프런트 직원에게 다시한번 간곡히 건의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더욱 한심했다.

“저희들에게 건의를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들도 상부에 보고는 드려보겠지만, 손님들이 고객 게시판에 불평을 털어놓고 개선을 건의한다면 혹시 개선될지 모르겠어요.”

사실 200여 개의 객실을 운영하는 양평 소노리조트는 법적으로도 2개 이상의 장애인 전용 객실을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장애인용 객실은 단 하나도 없다. 이처럼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최소한의 서비스 요구에도 남 얘기하듯 받아들이니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이는 장애인 차별행위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의하면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하며,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날 아침 로비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다른 여성분을 만나게 되었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객실 이용에 불편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너무 힘들었어요. 휠체어를 입구에 세워놓고 방바닥을 기어가서 침대에 간신히 올라갔어요. 휠체어와 떨어져 있다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소변은 침대 옆에 있는 휴지통을 이용했구요.”

대답을 듣고 공감하는 위로를 건넸더니 그분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정말 죽고 싶었어요.”

법적의무 위반도 문제지만 국내 최대의 리조트 회사에서 많아봐야 몇십만 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외면하고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전국에는 수많은 숙박시설이 있다. 그러나 숙박시설의 객실은 대부분 입구의 출입통로에 한 뼘도 안 되는 단차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큰 불편을 주거나 아예 접근을 거부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객실 30개 이상을 운영하는 숙박시설에 대하여 장애인 객실 의무화 규정이 있다. 보유 객실의 1% (2018.1.30. 이후 신축허가시설부터는 3%) 이상의 객실에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조, 바닥의 재질 및 마감과 부착물 등을 고려하여 설치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도 일반숙박시설은 법정 의무비율이 0.5%(2018.1.30. 이후는 1%)이고, 콘도미니엄이나 관광호텔 등 관광숙박시설일 경우라야 1% 이상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100개의 객실을 운영하는 호텔의 경우 장애인 객실을 1개만 설치해도 무방하다는 것인데, 장애인들이 단체로 투숙하거나 장애인 손님이 겹치는 경우 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숙박업소마다 이동식 경사로를 한 개씩만 비치했다가 아무 객실이나 필요할 때 설치해주는 서비스만 도입해도 장애인의 불편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물론 객실의 문턱을 해소하는 것만으로 모든 불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휠체어가 자유롭게 출입하고 회전이 가능한 면적에 변기와 세면기에 손잡이 등을 갖추려면 구조변경과 설비 등이 필요하다. 그래서 장애인 처지에 법정확보율 1%에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따라서 법정 장애인 객실 이외의 일반객실에 대해서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전히 갖추지 못하더라도 비용부담이 거의 없는 객실 출입구 단차 해소만으로도 불편사항의 절반 이상은 풀리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문제는 지역별 숙박업협회 같은 곳에서 나서서 장애인단체와 함께 숙박업소 경사로 비치하기 운동이라도 하게 되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소노휴 양평의 객실 출입구. 한뼘도 안되는 단차가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치명적인 장애물이다. ⓒ소셜포커스
낮은 단차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사로는 단 몇만 원이면 구할 수 있다. ⓒ한국경사로
필요할 때만 간단히 사용하고 옮기기 편한 이동식 경사로 ⓒ한국경사로
장애인의 객실이용에 불편을 주고 개선요구도 외면한 소노휴 양평의 모습 ⓒ소노호텔앤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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