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커피거리가 열린관광지?
강릉 커피거리가 열린관광지?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3.02.13 11: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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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 한국커피의 메카
수많은 커피숍, 휠체어 출입엔 많은 장벽

휠체어 명소 탐방기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대한민국은 커피에 빠져들고 있다. 직장인 등 많은 사람이 함께 점심을 먹고 나면 카페를 거쳐가는 일상을 볼 수 있다. 커피점 숫자도 무서운 기세로 늘어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는 커피 수입에 13억 달러를 썼다고 한다. 1년 사이 무려 1.4배나 늘었다. 5년 전보다는 약 2배, 2001년과 비교하면 18배나 된다. 갈수록 증가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이에 따라 커피를 테마로 관광지와 지역별 카페거리도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강릉의 커피거리는 가장 대표적이다. 강릉시 견소동 안목해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포대에서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5km지점이다. 울릉도에 가는 여객선이 입·출항을 하는 강릉항과 바로 인접해 있다.

사실 이 곳이 커피거리로 이름이 알려진 지는 매우 오래됐다. 1980-90년대 조용한 어촌이던 이곳 해변에 커피자판기가 많았다고 한다. 당시 강릉항을 드나드는 고깃배의 선원들과 동해안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데이트와 낭만을 즐기던 청춘남녀들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던 풍경이 일상화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해변에 즐비했던 커피자판기를 보고 이곳의 커피 수요를 짐작했던 탓일까? 커피 명장들이 이곳에 하나둘씩 모여들어 커피숍을 열었다.

그 가운데는 외국의 전문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한국의 1세대 바리스타 박이추 대표가 있었다. 로스팅 기계로 자신만의 손맛을 낸 원두를 볶아내면서 수준 높은 커피 애호가를 끌어들이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박대표는 1980년대 국내에 핸드드립 문화를 알린 바리스타 1세대 4명 중 한사람이다. 그의 카페 ‘보헤미안’이 강릉에 자리 잡으면서 동해안의 커피 문화가 뿌리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 갈수록 진화하는 국민의 커피 열풍과 함께 이곳은 커피 마니아들의 눈과 입을 통해 커피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이제는 강릉시 전체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커피 도시로 거듭나게 했다.

강릉이 커피의 도시가 된 것은 근래의 일이지만 우연은 아닌 것 같다. 강릉은 신라시대 화랑들이 강릉에 와서 수련을 하면서 차를 끓여 마셨다는 고대 차문화유적지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유명 바리스타들이 자리를 잡고 활동하고 있는 한국 커피의 중심지가 됐다. 강릉시 2009년도에 전국 최초로 커피축제를 개최한 이래 2022년 가을에는 14회 강릉커피축제를 개최했다. 이제 강릉 커피는 해외에도 K-coffee의 맛과 문화를 알리고 있다.

그리고 이곳 안목해변 커피거리는 커피 전문점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경치를 벗 삼아 이색 테마 매장을 선보이며 강릉을 찾는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바라스타들의 비법이 숨어있는 드립커피뿐 아니라 수제 디저트까지 있어 브런치를 즐기기에도 좋다. 스타벅스 등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까지 입점해 있어 멋진 동해바다를 감상하며 향긋한 커피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커피는 상품이 아니라 산업이다.

전망 좋은 2층이나 3층의 창가에서 또는 옥상에서 백사장과 바다 쪽을 바라보면서 즐기는 커피 맛은 더욱 일품이다. 저 멀리 동해 수평선에서부터 파랗게 넘실대며 몰려와 백사장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광경은 커피에 경치 맛을 더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카페 건물은 저마다의 독특한 디자인의 화려한 조명을 보아며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커피거리 앞 해변과 백사장을 걷다보면 곳곳에 사진찍기 좋은 포토존이 조형물과 함께 설치됐다. 2018 평창강릉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수호랑’과 ‘반다비’의 조형물은 강릉이 동계올림픽 개최지였음을 잊지 않게한다. 2018 동계올림픽 때 빙상경기는 평창이 아닌 강릉에서 주로 열렸다.

강릉 커피거리 안목해변 풍경 ⓒ소셜포커스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 풍경 ⓒ소셜포커스
열린관광지 표지판과 백사장 위의 데크로드와 포토존 ⓒ소셜포커스

문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강릉시의 신청을 받아 안목해변에 있는 강릉커피거리를 2020-2021 열린관광지로 지정했다.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은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 임산부 등 이동약자의 관광지 불편을 해소하는 사업이다. 체험형 관광 콘텐츠 개발, 온·오프라인을 통한 무장애 관광 정보 제공, 무장애 인식 개선 교육 등을 통해 전 국민의 관광 활동 여건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간다.

열린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무장애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한다. 심사를 거쳐 열린관광지로 지정이 되면 정부 재정지원을 받아 무장애시설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강릉커피거리는 열린관광지의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안목해변의 보도는 어차피 전역이 평지라 일부러 단차나 계단을 설치하지 않는 한 무장애시설이다. 그런데 사실 강릉시가 이곳을 열리관광지로 신청하면서 한 일은 백사장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포토존과 열린관광지라는 표지판 하나 설치한 것 말고는 눈에 띄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강릉커피거리가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은 주변의 풍경보다는 순전히 여행객이 즐겨 찾는 커피숍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이 열린관광지가 되려면 적어도 커피숍에 이동약자 출입이 자유로워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커피숍이나 음식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20%도 안되는 것 같았다. 일부 커피숍은 불리한 구조임에도 경사로를 갖추는 등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업소는 한 뼘도 안 되는 문턱 하나, 또는 2~3개의 계단 때문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또 일부는 경사로를 설치해두었으면서도 도로와 그 경사로에 또 단차가 생겨서 혼자 운행하는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단 몇만 원, 많아봐야 몇십만원이면 설치할 수 있는 경사로가 없어 필자와 같은 휠체어 이용자는 열린관광지라는 표지판이 더욱 원망스럽게 보였다.

커피거리 중간에는 커피숍이 아닌 일반음식점이나 편의점, 숙박업소도 몇 군데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시설도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곳을 찾지 못했다. 열린관광지는 장애인 등 이동약자를 배려하려고 일부러 지정한 지역이다. 그런데 음식점 문턱 때문에 휠체어 장애인이 식사할 곳이 없다니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문체부나 강릉시로부터 우롱 당하는 느낌이다. 이는 모두 법에서 금지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물론 커피숍과 일반 음식점이 모두 개인소유의 시설이고, 300㎡ 미만 소규모인 경우 장애인 편의시설 법정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곳이 많기는 하다. 그래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소규모 시설이라서 편의시설 법정의무가 면제된 음식점·상점 등 민간 공중시설은 국가나 지자체가 재정보조를 해서라도 이동약자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하라는 권고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렇다고 모든 민간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투입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열린관광지로 지정된 곳이라면 거기에 걸 맞는 시설을 갖추도록 강릉시가 나서서 계도를 하고, 필요하다면 재정지원도 해야 한다. 한두 뼘에 불과한 상가의 문턱 단차를 제거하는 비용이라면 별로 부담스럽지도 않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그리고 강릉시에 묻고 싶다. 강릉커피거리가 어떻게 열린관광지 지정이 됐고 교통약자 불편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강릉시가 열린관광지 지정과 유지를 위한 중앙정부 지원금을 관광약자 불편시설 개선에 제대로 썼는지도 묻고 싶다.

강릉 커피거리가 열린관광지로 지정되었지만 대부분의 커피숍은 정작 장애인에게 열려있지 않다. ⓒ소셜포커스
커피거리 중간중간에 있는 음식점이나 편의점 숙박업소 등은 한뼘 정도의 문턱으로 인해 휠체어 출입이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일부의 커피숍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10cm도 안되는 진입로 단차로 인해 휠체어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럴 때 장애인의 아픔은 더욱 가중된다. ⓒ소셜포커스
커피숍이 그렇게 많은 거리에서 휠체어 출입이 자유로운 커피숍은 몇개 되지 않는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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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2023-02-13 17:32:06
문체부, 관광공사, 강릉시 관계자들은 열린관광지 라는 용어의 의미를 장애인과는 관계없는 비장애인들만의 관광지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요. 편의시설이 저 정도면 차라리 열린관광지 라는 홍보를 하지 말던가. 장애인식에 대한 무개념의 관계당국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