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만나는 또 하나의 길
세상과 만나는 또 하나의 길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2.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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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장애인 복지 현장을 찾아서 ⑪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세상과 만나는 또 하나의 길’ 장애인과 지역사회간 가교 역할을 말한다. 공동체 속 보편적 삶을 함께 일궈나간다는 얘기다. 그 바탕에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배려가 있다. 이에 기반해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발전을 꾀하게 된다.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서울북부장복)의 핵심가치이기도 하다.

서울북부장복은 1998년 2월 노원구 덕릉로 70-92 일원에서 문을 열었다.  2천852.3㎡ 부지에  건물연면적 4천382.74㎡,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다. 지하 1층에 들어서면 직업재활시설, 문화공방, 식당 등이 있다. 1층엔 재활운동실, 프로그램실, 그룹활동실, 초록어린이집, 카페, 2층엔 통합사무실, 상담실, 평생교육실, 물리재활실, 세미나실, 정보화교육실, 휴게실이 배치돼 있다. 또, 3층엔 주간보호센터, 요리활동실, 언어·놀이·음악·감각 활동실, 직업적응 훈련실, 강당이 있으며, 4층 전망대와 야외 공연장까지 갖췄다.

’우리들의 비밀아지트‘ 중 건강관리 프로그램. ⓒ소셜포커스
’우리들의 비밀아지트‘ 중 건강관리 프로그램. ⓒ소셜포커스

우선 전체 건물에서 눈에 띄는 건 경사로 난간이다. 계단 이용이 힘든 장애인을 위해 전 층에 경사로를 뒀다. 모두 건물 중앙에 설치했다. 조금만 신경 써 난간을 잡고 걸으면 건물 모든 층을 오를 수 있다. 건물 구석구석 장애인 친화적 건축설계와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시설 이용자인 장애인 중심의 BF(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설계다.

이런 노력은 복지관 전략목표인 ‘사람 중심 실천’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적극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더 구체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를 주력 분야로 정해 매년 가속화 하는 양상이다. 지난해부터 사례관리 실천을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2019년 개설 당시 3명이던 전담팀도 이제 4명으로 늘었다. 사례관리의 최종목표는 ‘함께 하는 삶’이다. 장애인이 지역 공동체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다는 얘기다. 물론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삶을 계획하고 설계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끊임없는 소통과 협의가 이뤄진다. 그러면서 통합사례회의를 통해 최상의 비전이 공유된다. 이에 기반해 2020년 사례관리 메뉴얼을 처음 내놨다. 이어 성과공유회를 열고, 주요 사례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사례관리 실천은 크게 3가지로 나눠 진행된다. ▲지역 네트워크 활성화 ▲실무자 직무역량 강화 ▲사례 당사자 통합관리 등이다. 먼저 지역사회 연계 노력은 공공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준급 복지정책을 자랑하는 지자체 장점도 일부 작용했다. 서울 노원구는 민·관 네트워크 체계를 비교적 잘 갖춘 편이다. 정책연구 기관으로부터도 수 차례 우수 평가를 받을 정도다. 앞서 2020년과 2021년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와 한국거버넌스학회 공동주최의 우수 정책사례 선발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구는 동주민센터와 민간기관을 8개 권역으로 운영한다. 지역 주민의 복지 욕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취지다. 서울북부장복은 이 중 월계·상계·중계권역에 참여 중이다. 이들 권역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사례 관리자 실무능력을 높이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다. 강점 관점·해결 중심 사례관리 실천과 사례관리 기록 교육을 받고 있다. 또, 장애유형에 따른 접근법을 배우며 각자 역량을 키운다. 올해는 글쓰기 교육에도 좀 더 시간을 할애했다. 이를 통해 사람 중심 실천의 꼼꼼한 사례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복지관 측 설명이다. 서울북부장복 관계자는 “올 들어선 사례관리자 글쓰기 교육을 강화해 당사자와의 기록을 공유하며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사례관리에 노력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내재화된 사람중심 실천의 촘촘한 사례관리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식개선 캠페인 기획회의 모습. ⓒ소셜포커스

또, 사례관리 대상을 위한 노력도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대상자 발굴·선정, 필요 서비스 연계, 종결 등 일련의 과정이다. 대상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견된다. 먼저 복지관 서비스 이용계획 회의에서 발굴되는 경우가 있다. 또, 외부 관계기관으로부터 대상자를 추천(의뢰)받기도 한다. 올해는 지역 19개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직접 대상자 발굴에 나섰다. 특히, 사례지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자문위원도 위촉했다. 학계, 의료계, 법조계 등 분야를 망라해 뜻 있는 전문가를 모셨다. 구체적으론 ▲사례관리 전반(교수) ▲정신건강(정신과의사) ▲중독관리(현장전문가) ▲법률(마을변호사) 등이다.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효율적 지원방안을 논의한다. 통합사례회의, 지역 솔루션 회의, 자문회의를 정기적으로 연다.

복지관 이용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꽤 다양하다. 모두 자체 구성 프로그램으로  특색이 두드러진다. 이 중 ’우리들의 비밀아지트‘가 대표사업으로 꼽힌다.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다. 사회자립 능력을 키워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취지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발견하는 게 시작이다. 이후 관심을 높여 개인 여가에 적극 활용토록 돕는다. 이런 활동들은 독립된 학습공간에서 모두 이뤄진다. 이 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선택해 참여한다. 감정통제, 요리법, 건강관리 등 7종이 준비돼 있다. ▲나의 감정을 부탁해! ▲나의 건강을 부탁해! ▲나의 도전을 부탁해! ▲너의 안부를 부탁해! ▲나의 일상을 부탁해! ▲팝업프로그램 등이다.

전부 자율선택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기존 돌봄과 보호 중심의 수동적 학습과 대조된다. ‘나의 감정을 부탁해!’는 감정을 제대로 이해해 남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또, ‘나의 주방을 부탁해!’는 직접 만든 요리를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나의 건강을 부탁해!’와 ‘나의 도전을 부탁해!’ ‘너의 안부를 부탁해!’를 통해선 건강관리법, 삶의 목표 수립, 비대면 일상을 각각 익힌다. 필요에 따라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참여자가 직접 제안해 구성하는 팝업프로그램이다.

감정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복지관 이용자들.
감정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복지관 이용자들. ⓒ소셜포커스

올해도 ▲감정 학습 ▲요리 활동 ▲방송 댄스 ▲자기주도 여행 등을 운영 중이다. 감정학습은 올바른 자기표현과 소통법을 익히는 시간이다. 요리활동에선 쉬운 레시피로 행복한 밥상을 함께 만들 수 있다. 신나는 방송댄스로 스트레스를 날려 건강을 유지하는 시간도 있다. 또, 스스로 계획을 짜 여행길에 나서는 자기주도 여행도 준비돼 있다. 각 프로그램은 주 1회 2시간씩, 4~8명의 그룹 수업으로 진행한다. 참가자 중심의 팝업 프로그램도 새로 운영된다. 이들의 다양한 제안을 반영해 단기로 진행키로 했다.

장애인인식강사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프로그램도 있다. 2019년 강사 모임이 처음 생겨 현재 4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1~2개월마다 꾸준히 모여 정기 스터디를 한다. 각 기관요청에 따라 강의 하고, 교육결과도 함께 나눈다. 여기에 장애인식캠페인도 공동으로 기획해 진행한다. 주로 장애, 인권, 차별 등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다룬다. 이 때 장애인 삶의 관심이 더 커졌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한 참가 강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차별 경험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간 감춰져 있고 이미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던 불평등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며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면 이젠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꾸준한 인기의 일대일 맞춤운동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각자 장애유형과 특성을 고려해 설계한 운동계획을 제공한다. 전문가가 직접 나서 개인특성과 성향을 다각도로 파악한다. 그동안 잘못된 운동습성을 찾아 고치고 맞춤 설계하는 식이다. 2명의 전문강사가 이용자 4명을 맡아 집중 관리하고 있다. 3~10월 매주 1회, 일대일 개인 맞춤 지도가 이뤄진다. 담당 강사가 정해지면 우선 초기 운동상태를 평가한다. 장애 정도, 관절가동범위(ROM), 체력 수준 등을 살핀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 특성에 맞는 최적의 운동 프로그램을 짠다. 현재 건강상태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 이용자 만족도가 꽤 높다. 복지관 이용자 A(65)씨는 “지금 내 건강상태에 꼭 맞는 운동지도를 받을 수 있어 안심되서 그런 지 몰라도 맞춤지도를 받고나선 몸이 한결 개운하고 상쾌해졌다”고 했다.

이밖에 가족, 여성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도 있다. 가족과 함께 요리하는 ‘장금이’, 야외 캠핑 프로그램 ‘별이빛나는 밤에 캠핑’, 나만의 얘기를 동화로 구현하는 ‘나도작가’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신연화 관장과의 일문일답. 

신연화 관장. ⓒ소셜포커스

관장 취임 소감은

“지장협 중앙회에서 최초로 수탁한 복지관인만큼  우선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복지관 개관 이후 25년째 줄곧 일한 곳이어서 복지관 사업이나 직원 성향은 누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과 함께 복지관 운영 방향을 수립한 터여서 여기에 집중하면 속도감 있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 믿는다. 이런 긍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살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품격 높은 장애인복지 구현에 적극 힘 쓰겠다.”

복지관 기본운영 방침 및 철학은

“장애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손잡고 장애인의 보편적인 삶을 실현한다는 취지의 ‘세상과 만나는 또 하나의 길’을 기본미션으로 삼고 선언문을 만들었다.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누구나 쉽게 편하게 누릴 수 있는 복지관을 만들어 지역사회(공동체)와 융화하는 차원이다. 이를 위해 장애인 존중, 상호 신뢰, 복지관 종사자-장애인 당사자간 동반성장, 지역사회 협력 등 4가지 핵심가치에 기반해 장애인 당사자인 사람 중심의 가치에 집중할 생각이다. ”

올해 역점사업과 현재 추진경과는

“지금껏 복지관 서비스나 프로그램 운영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전문 복지서비스 제공은 기본으로 삼고 이제 지역사회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을 가질 수 있도록 공공 및 유관기관·단체와의 긴밀한 유대와 협력으로 서로 윈윈하는 상생방안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복지관이 서로를 필요로 하게끔 만드는 노력을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적극적인 사례관리를 포함해 지역 유관기관과 함께 펴 나갈 수 있는 복지프로그램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대학 간호학과와 국립재활원 협조를 받아 다양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을 앞두고 장애인 직업재활과 취업지원 분야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장애인 복지현장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대응은

“고3 수험생들의 직업 준비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취업 전 교육, 직무훈련, 사업체 견학 뿐만 아니라 실제 고용현장을 경험하기 위해 복지관 고용사업과 연계한 지원고용현장훈련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성인발달장애인은 직업적응훈련반과 취업준비반으로 나눠 운영해 능률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밖에도 카페꿈틀을 운영하며 장애인의 실제적인 바리스타 직무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취업성과도 높이고 있다.”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간 긴밀한 협력도 필수요소다. 그간 우수 협력사례가 있다면

“월계보건지소와 연계해 장애인 건강권 접근성 확대를 위한 건강관리(건강보건관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검진·관리, 이동건강버스(대사증후군검진), 한의약 진료, 구강교육(올바른 칫솔질), 요가교실, 재활운동교실 등이 대표적이다. 대사증후군 검진의 경우 연2회 보건소 이동 버스가 복지관으로 와 혈압, 당뇨, 체성분, 건강상담 등을 진행한다. 또 구강 교육은 구강 상태에 따라 무료 스케일링 까지 안내해 보건지소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했다.  한의원 이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무료상담과 침술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 이외에도 성인 여성 발달장애인 요가교실, 중증(휠체어)장애인 재활 운동교실을 진행하며 장애인들의 건강관리에 힘쓰고 있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개선과 관련한 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제도적 장치가 좀 더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일환으로 우리 복지관에선 2021년 ‘노원구 새마을 부녀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민옹호인 양성교육을 해 오고 있다. 혼자 사는 발달장애인과 일대일 매칭시켜 사회적 돌봄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실제 시민옹호인을 통해 긴박한 위기상황을 모면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여름 폭우 때 혼자 지내던 발달장애인 집에 비가 한꺼번에 들이친 걸 시민옹호인이 발견한 뒤 신고해 큰 화를 면했다. 이 같은 시민옹호인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장애인 당사자 삶도 더 따뜻하고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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