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정책’ 폐기해야 한다!
‘탈시설 정책’ 폐기해야 한다!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23.02.2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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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거주시설 다양화… 주거 선택권 보장해야

정부는 ‘탈시설 정책’을 모두 폐기하는 게 옳다. ‘탈시설’이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을 다양화하고 주거 선택권이 장애인 및 그 가족에게 돌아가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는 장애인의 권리 보장이나 ‘장애인 자립’에도 부합한다. ‘탈시설 정책’은 획일성이 지나치게 확대되어 오히려 장애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혹시 발달장애인에게 스스로 살아가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에게 거주할 집을 주고 먹을 음식을 냉장고에 채워줄 것이니 알아서 편하게 살라 하면 살아갈 수 있을까?

핀잔이나 받을 어리석은 질문이다. 발달장애인은 거의 대부분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없다. 장애 정도가 심하거나 덜할 따름일 뿐 옆에서 누군가는 항상 지켜보며 돌봐야 한다. 발달장애는 생을 마칠 때까지 어린아이와 같은 지능으로 삶을 살아간다. 어쩌면 두 살이나 세 살도 되지 않는 지능일수 있다.

반대로 지적 능력은 성장하지만 몸이 성장하지 못해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도 자립하기 어렵다. 의사 표현이 분명할 수 있겠지만 몸을 움직이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항상 누워있어야 하는 장애인은 보호자가 옆에서 수시로 몸을 뒤집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욕창 등 2차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장애가 이중 삼중으로 겹쳐 있는 장애인도 있다.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은 때로 정신질환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장애정도에 따라 삶의 질을 고려할 때, 어떤 보호방식이 타당한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또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돌봄 책임을 부모와 가족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양육하고 돌보는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겹다. 장애인 부모와 가족도 일하며 일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증 장애인 요양시설이나 전문가에 의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춘 장애인거주시설이 필요하다.

전 정부에 의해 지난 3년간 ‘탈시설’시범사업이 진행됐다. 수도권에서도 장애인거주시설 한 곳을 폐쇄했다. 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지원주택에 살게 된 장애인은 삶의 질이 더 좋아졌을까?

기존 장애인거주시설과 탈시설 혜택(?)을 받은 지역사회 지원주택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역사회 지원주택 실태를 확인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우선 사생활 침해 요소가 있다고 했다.

다만 지역사회 지원주택으로 나온 후 중증장애인 8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의 사망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혹시 ‘탈시설 정책’이 빚어낸 결과는 아닐까?

‘장애인 감옥’이나 ‘장애인 수용시설’ 등 온갖 구실을 붙여 기존 장애인거주시설을 험담하던 사람들이 ‘탈시설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들은 3년 사이에 8명이나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 얼마나 관심이나 갖고 있을까 의문이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을 방문했다. 소셜포커스
이달 초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을 방문했다. ⓒ소셜포커스

‘도전적 행동’은 발달장애인의 행동특성을 나타내는 용어다. 청소년기 또는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은 때로 사회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손에 잡히는 물건을 던지거나 큰 소리를 지르는 등 돌발상황이 벌어진다. 때로는 이런 행동이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이 힘들어하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은 주로 당사자의 급격한 심리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보호자가 급격한 환경변화 및 욕구불만 등 원인을 미리 파악하면 심각한 상태를 방지할 수 있다. 평소 발달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거나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도전적 행동’을 줄이거나 급격한 심리변화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 된다. 바로 사계절 변화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기 맑고 아름다운 환경이다.

이달 초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산과 들에 접해 있는 시설 규모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크고 좋았다. 사생활을 보장하는 생활공간은 깨끗하고 쾌적했다. 어느 때든지 이용할 수 있는 별관 수영장과 운동할 수 있는 각종 운동기구는 물론이고 빵을 굽거나 목공을 할 수 있는 직업적응 훈련센터도 갖추고 있다.

뜻을 같이하는 지역사회 의사들이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관리를 해준다. 전문 치과치료 장비와 물리치료실, 영화관도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을 따듯한 사랑으로 돌보는 전문가들의 모습이 더 크게 눈에 들어왔다.

누가 이런 시설을 ‘장애인 감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헌신적인 분들을 잠재적 장애인 학대자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곳 시설 역시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따듯하고 안전한 장애인의 보금자리였다.

일방적 주장으로 만들어진 ‘탈시설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는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을 갖춘 주거공간이다.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며 가장 우선 시행되어야 한다.

 

사계절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소셜포커스
사계절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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