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장 지시로 장애인시설 건립 ‘스톱’
고양시장 지시로 장애인시설 건립 ‘스톱’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3.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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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지 주변 울타리 가설 후 9개월째 감감무소식
뇌병변장애인 수 도내 최다지만 종합지원시설 ‘전무‘
이동환 고양시장이 2023년 업무보고를 듣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이동환 고양시장이 부서 실국장의 2023년 업무보고 청취 후 발언하고 있다. ⓒ고양시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장애인 재활시설 등을 갖춘 경기 고양시 복합문화시설 건립 사업이 민선8기 집권 이후 9개월째 멈춰서 있다. 지자체장의 사업 재검토 지시로 옴짝달싹 못 하는 실정이다. 시설건립이 절박한 뇌병변장애인과 가족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뇌병변장애인 수도 도내 최다여서 이들의 울분은 더 커져간다. 일각에선 복지수요는 아랑곳없이 정치셈법에만 혈안이란 지적이다.

6일 장애계와 경기 고양시 등에 따르면, 행신동 1099-1번지에 짓기로 한 ‘평생학습관·장애인종합복지드림센터’ 건립 사업의 내부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시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사업 방향과 세부 계획 등을 두고 실무 부서 간 재검토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9천387㎡ 규모로, 장애인 복지시설과 비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관 등을 함께 구축하는 내용이다. 1~2층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헬스장·갤러리·보육실·주간보호센터 등을 갖추고 장애인 종합복지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드림센터’를 만든다. 면적으론 2천710㎡ 정도다. 나머지 7층까지 약 3천㎡에는 어린이놀이방, 동네부엌, 마을방송국, 동아리, 강의실, 다목적홀 등이 들어서게 된다.

그동안 따로 추진된 두 사업은 2020년 국무조정실의 ‘생활SOC 복합화’ 사업 공모에 선정되며 합쳐졌다. 국비로만 84억원이 지원됐기 때문인데, 이후 지방비 329억(도비 1억·시비328억)이 추가 투입됐다. 같은 해 10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11월 시의회에서 공유재산 관리계획이 처리되며 행정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지난해 3월까지 실시설계용역을 마쳤다. 이후 조달청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고 늦어도 7월엔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에 따라 부지를 따라 가설 울타리까지 먼저 설치했다. 

하지만 6·1 지방선거 이후 착공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동환 신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재검토를 지시하면서다. 현재 평생교육과 등 유관부서에서는 사업계획 일부 변경을 통해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고양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 사업이 무기한 중단된 셈이다. 지역 내에 늘어나는 장애인 수에 비해 지역사회 재활시설은 열악하기만 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고양시 전체 인구수 107만6천535명 가운데 등록장애인은 모두 4만2천689명으로, 10년 전  2만5천791명보다 1.7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수 증가율 1.1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관과 체육시설은 일산서구의 복지관 단 한 곳뿐이고, 주간시설은 복지관 부설 센터를 포함해 모두 10곳이다. 총 정원은 303명인 반면, 주 이용 대상인 지적·자폐성 장애인 수는 4천455명이다. 휠체어 접근성이 떨어져 건물 출입 자체가 어려운 뇌병변장애인(4천436명)까지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규모다.

시조차도 넘쳐나는 수요와 시설부족을 이미 알고 있다. 시는 지난 2020년 시의회에 제출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통해 “지역 내 주간보호센터 10개소를 운영 중이나 대기자 수만 245여명으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행보를 두고 단체장의 사업의지 부족이란 비판이 인다. 이재준 전 고양시장은 소셜포커스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치철학이나 지향성 측면에서 본인 생각과 안 맞다는 면에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을 중단하고 국비를 반납할 경우 부처로부터 받을 수 있는 페널티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데다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자 모든 생애주기별로 재활 치료와 돌봄 등이 병행해 이뤄져야 하는 뇌병변장애인들과 가족들의 불만만 커지는 양상이다. 가까운 서울시만 해도 학교 졸업 후 지원시설이 전무한 성인 뇌병변장애인들을 위한 종합지원시설 ‘비전센터’ 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관련시설이 전무한 고양시와는 딴 판이다.

지난해 1월 기준 보건복지부 장애인 등록 현황을 보면, 고양시는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뇌병변장애인 수가 가장 많고, 전국 기초지자체와 비교해도 경남 창원(5천4명) 다음으로 많다.

최버들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국장은 “갈수록 복지 분야 예산을 삭감하거나 없애려는 기조가 눈에 띄고 있다. 근시안적으로 장애인 개개인 지원액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줄이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뇌병변장애 특성상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상대적으로 적고 차별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 소외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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