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공 수영장,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대구 공공 수영장,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3.16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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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편의증진센터, 26개 항목 평균 적정 비율 36.8% 불과
정부·지자체 의지 부족...인권감수성 민간확대 견인책 필요
대구 지역 국·공립 수영장 24개소 편의시설 점검 결과표. 출입구 등 23개 편의시설 항목별로 적정 판정을 받은 비율은 평균 36.8%였다. ⓒ대구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장애인과 노인·임산부 등 이동 약자의 기본 편의시설이 국·공립시설에서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 건물까지 편의시설 인프라를 넓혀가기 위해선 정부·지자체의 적극적인 견인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6일 대구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대구시 국·공립 수영장 24개소에 설치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을 위한 편의시설을 점검한 결과 항목별로 ‘적정 설치’ 판정 비율은 36.8%에 불과했다. 3곳 중 2곳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 이용이 어려운 셈이다.

이 조사는 대구센터와 8개 구·군 기초센터 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법적 기준에 따라 편의시설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내부 공사 등으로 휴장한 수영장 4곳을 뺀 나머지 20곳에선 수영장 내부를 비롯해 출입·위생·안내·기타 시설 등 23개 항목을 조사했다.

여기서도 수영장 필수 이용시설인 탈의실·샤워실의 경우 법적 기준에 맞게 편의시설을 갖춘 곳은 없었다. 그나마 휠체어 이용자 등이 이용하도록 규모를 갖춘 3곳조차 샤워기 높이 등에서 적정 기준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17곳은 모두 ‘미설치’로 분류됐다. 수영장 20곳 가운데 17곳(85%)엔 이동 편의를 위해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보조 휠체어도 없었다.

유모차 등이 출입할 수 있는 경사로의 기울기·폭 등 기준을 맞추지 못한 곳도 8곳(40%)에 달했다. 다른 층 수영장으로 가는 승강기조차 없는 시설도 2곳이었고, 승강기 크기 등의 문제로 휠체어 이용자 등이 타기 어려운 시설도 1곳 존재했다. 장애인 주차구역 규격 기준조차 못 맞춰 보행통로가 미확보되는 등 부적정 시설도 12개소(60%)에 달했다.

이처럼 최소한 편의시설도 갖추지 못한 시설들은 이용자의 낮은 이용률로 이어진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22년 장애인 생활체육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17개 시·도에 사는 10~ 69세 남·녀 장애인 1만명 가운데 “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3.3%에 달했다. 이번 수영장 현장 점검이 이뤄진 대구 장애인들의 비 이용 응답률은 89.5%였고,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5.1%는 야외 등산로나 공원을 주로 찾는다고 답했다.

정작 장애인들은 공공 체육시설을 원하는 모습이었다. 장애인 전용 우대시설을 원한 비율은 29.3%, 비장애인 등과의 통합시설을 바란 응답자는 26.7% 등이었다. 복지관과 같은 복지시설 내 체육시설 설치를 원한 경우도 20.2%에 달했다.

높은 수요에 비해 이동 약자들을 위한 공공시설 편의시설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셈인데, 사실상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 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시행 중인 실태조사 제도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는 5년 마다 전국 17개 시·도와 함께 편의시설을 설치해야만 하는 공공시설·공중이용시설 등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편의시설 설치와 관리·보수 등의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가장 최근 조사인 2018년 결과 이후인 2022년까지 4년간 지자체가 내린 시정명령 건수는 8천211건으로 전체 위반 건수의 0.03%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복지부에서 내린 시정명령 건수는 0건이었는데, 심지어 명령 이후에도 미이행한 1천333건에 대해서도 3천만원 이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사례는 겨우 6건이었다. 

이에 대해 최혜영(민주·비례) 국회의원은 직무 유기로 봤다. 최 의원은 “당장 올해도 5년 만에 실태조사를 앞두고 있다. 법으로 정한 여러 유인책을 적극 사용함으로써 접근성 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용총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시설을 시작으로 편의시설 설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선도적인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현행 편의시설 설치 제도도 충분히 활용할 여지가 있다. 민간 건물의 경우 사유재산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최소한 정부와 지자체 소유 건물의 경우 편의시설 설치와 지원 등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지 않느냐”며 “학교를 비롯한 주요 공공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 규제 완화와 유예 등으로 편의시설 설치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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