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곁을 지키는 이웃, 친구 같은 복지관
항상 곁을 지키는 이웃, 친구 같은 복지관
  • 임보희 기자
  • 승인 2023.03.17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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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장애인 복지 현장을 찾아서 ⑫성남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셜포커스 임보희 기자] = 차가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 엔데믹도 코 앞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에 이어 올해 1월 30일 실내 마스크 규제도 없앴다. 그래도 성남시장애인종합복지관(성남장복)은 아직 서로를 배려하기 위해 조심스럽다. 여전히 복지관 이용인 대부분은 마스크 차림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는 꽤 적극적이다. 코로나가 풀리면서 복지관도 긴 터널 끝에서 일상회복을 위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성남장복은 지난 1998년 처음 문을 열었다. 성남시 중원구 사기막골로 150번길 20 일원에 터를 잡았다. 건물면적 1천566㎡에 지하 1층 지상 3층 466평 규모다. 2013년에는 본관을 리모델링해 이용편의를 개선했다. 지하 1층에 주차장, 기계실, 지상 1층엔 강당, 요리교실, 카페, 2층에 치료실(물리, 언어, 미술 등 10개 교실), 3층엔 프로그램실, 상담실, 사무실, 직원휴게실을 각각 갖췄다.

지역 경제·문화·환경 등 사정이 썩 좋진 않다. 주변 개발 신도시보다 전반적으로 낙후돼 있다. 1990년 이후 개발된 분당·판교신도시에 비해 1960~1970년 이주를 시작해 개발됐던 중원·수정구는 문화·환경·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라는게 복지관 측 설명이다. 각 기초단체 인구는 분당구(48만1천449명), 수정구(22만9천568명), 중원구(21만3천70명)순인데, 인구대비 장애인 비율은 중원구(5.1%), 수정구(4.8%), 분당구(2.9%) 순이다. 시 전체 장애인 인구비율이 3.9%인 것과 비교해 중원구가 가장 높다. 이 곳에 바로 성남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있다. 복지관 하루 평균 이용인이 314명이고, 연인원도 9만명이 넘는다.

전동보조기기 급속충전기에 장착된 압축공기장치로 휠체어 바퀴에 공기를 넣고 있다. ⓒ소셜포커스

복지관을 들어서면 현관에 휠체어 통로가 보이고 층마다 계단없는 길들이 연결돼 편의시설이 잘 돼 있다. 바로 1층 복도 끝엔 편의장비가 눈길을 끈다. ‘전동보조기기 급속충전기’다. 고지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 전동보조기기 배터리 소모가 심해 충전기를 급하게 사용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성남장복은 장애인 전동보조기기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복지관 현관 앞, 1층 복도 두 곳에 급속충전기를 뒀다. 또, 성남시청 현관 입구, 수정구청 종합민원실, 을지대학교 입구 등 급속충전기가 설치된 시내 87곳을 찾아가 작동여부와 사용환경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카페 '솜니움'. ⓒ소셜포커스

1층으로 발길을 옮기자 이용인들의 대화 소리와 고소한 커피 냄새가 난다. ‘솜니움’ 카페는 2014년 복지관 1층 로비 한켠에서 시작했다. 처음 이름은 ‘꿈을 꾸는 카페’였다. 이후 2018년 6월 공모를 통해 ‘솜니움’으로 간판을 바꿨다. 라틴어로 ‘꿈’이란 뜻이다. 

직업 훈련 프로그램으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하고 솜니움 카페에서 전문 바리스타 직업 훈련을 하고 있다. 현재 성남시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 중인 발달장애인 청년들에게 바리스타 직무 훈련과 직업적 자립역량을 가르친다.  커피원두는 주기적으로 ㈜커피창고라는 기업체에서 후원해주고 있어 카페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주로 복지관 이용인과 장애아동 부모들이 다녀가며, 3천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이 자랑거리다.

 '스마트교육' 참여자들이 각자 스마트폰으로 수업내용을 실습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고령장애인 맞춤형 '스마트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고령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를 돕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교육을 지원하는 목적이다. 강사가 휴대폰 등 스마트기기로 시범을 보이면 이용자들이 따라서 실습한다.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기기와 익숙해지기 위해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다. 50대 이상 고령장애인 10명이 참여 중이며, 스마트폰, 실시간 화상채팅, 키오스크 사용법 등 스마트 기기 활용 교육을 받는다. 이용료는 무료다. 

여가활동 지원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복지관 3층에서 ‘스마트교육’이 진행 될 때, 1층에선 행복대학 ‘조리학과’ 수업으로 분주하다. ‘행복대학’은 성남장복과 성남시, 동서울대학 평생교육원 등 민·관·학이 함께 진행하는 고령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건전한 사회활동과 가치 있는 삶을 돕는 취지로 마련했다. 교육은 전문대학 학사와 같이 전문 강좌 2년 과정이다. ‘플라워디자인’은 전공 필수로 이수해야 하며, 부과목은 학기별 2과목 중 1개를 선택 할 수 있다. 정원은 50세 이상 장애인 10명이다. 이용료는 학기당 3만원이다. 

행복대학 조리학과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월남쌈과 단호박찜을 만들고 있다. ⓒ소셜포커스

복지관과 지역사회간 협력도 유기적이다. 복지관 후원 모임인 ‘성장’ 후원회가 대표적이다. 주로 지역 주민으로 구성됐다. 현재 18명이 활동 중이며, 주요 사업으로 장애아동 청소년 ‘꿈‘지원 사업, 복지관 사업 후원, 직원역량강화 등이 있다. 지난 2019년 발족해 2021년 장애 청소년 2명을 대상으로 ‘꿈’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공모를 통해 사업 대상을 3명으로 늘렸다. 나들이 자원봉사와 복지관 사업(한가위 생필품 꾸러미 지원, 장애인슐런대회 등)도 지원했다. 최근엔 ‘성장‘ 후원회 총회도 열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올 들어선 ‘꿈‘ 사업(스케이터, 제빵사, 애니메이션 화가)을 진행하고, 연 2회 자원봉사, 복지관 사업 후원(한가위 생필품 꾸러미 지원 등 4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성남장복은 시책사업을 추진하며 지역사회 복지를 선도하고 있다. 시민 생활복지 향상을 위해 성남시 복지용구 공유센터를 위탁 운영 중이다. 복지용구 대여와 이동기기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무실 및 수리실 1곳(은행동), 보관창고 2곳(상대원동 1개소, 은행동 1개소)이 있으며, 39종 611점의 복지용구를 갖췄다. 수동휠체어, 실버카, 워커, 목욕의자 등 복지용구가 필요한 성남시민, 성남시에 주소지를 둔 기업 및 단체에게 90일까지 무료로 대여한다. 이밖에 성남시 등록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수동휠체어를 수리비 지원 범위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엔 복지용구 대여 1천180건, 이동보조기기 수리는 330명을 지원했다.

다음은 홍덕호 성남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과의 일문일답. 

홍덕호 관장. 소셜포커스
홍덕호 관장. ⓒ소셜포커스

관장 취임 2년째 소회는

"내부적으로는 복지관을 고객 중심으로 민주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하려고 노력했으며, 외부적으로 이용자 및 부모님들 등 지역사회와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에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다가갔다. 그래서 빨리 적응했다. 직원들과는 정기적인 상담, 식사 시간을 갖고, 결재 방식도 서로에게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했다. 관장 부임 2년째가 되면서 지역사회 영향력을 더 강화해 장애인 복지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장애인 권익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려고 애 쓰고 있다.”  

복지관 기본 운영 방침 및 철학은 

“복지관을 운영하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운영 이념에 기반해 장애인이 중심이 되는 사업 운영과 장애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환경 조성, 사회통합을 통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 등이 기본운영 방침이다. 이바지한다는 의미가 어떤 큰 차원의 의미보다는 우리가 복지현장에서 살아가는 자체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복지관은 고객을 향한 ‘존중’, 지역사회와의 끊임없는 ‘소통’, 사회복지 전문기관으로써의 사회적 ‘책임’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기관을 꾸려나가고 있다.”

올해 역점사업과 현재 추진경과는 

“장애인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체육사업 진흥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맞춰 그동안 못했던 것을 다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에 복지관이 진행해 왔던 사업으로 장애아동 특수체육 교실, 비대면 홈트레이닝. e-스포츠 대여, 뉴스포츠 교실(한궁,슐런, 쇼다운), 청각장애인 줌바댄스, 시각장애인 볼링 교실, 스포츠 동호회 육성 등이 있다. 앞으로는 생애주기별, 장애 유형에 따른 장애인 건강권 강화와 생활체육 대중화에 노력하겠다. 신규사업으로는 장애인 육상선수 양성, 장애인 파크골프, 장애인 트레킹 사업 등을 시작한다. 하반기에는 제4회 성남시 장애인 어울림 슐런대회가 예정되어 있으며, 누구나 쉽게할 수 있는 ‘슐런’이라는 종목을 통해 지역 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체육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더믹 전환을 앞두고 장애인 직업재활과 취업지원분야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장애인 복지현장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대응은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라 비대면 확대, 첨단산업 가속화 등 산업환경의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직업교육과 취업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유튜브크리에이터, 드론, 로봇,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 사회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직업에 대한 가능성이 열렸는데 장애인들은 적응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중증장애인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고, 임금도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이고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제도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먼저 고민이 필요하며, 코로나19 이후 대두된 사회환경을 기회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복지 현장에서는 스마트 복지서비스 확대를 통해 비대면 취업 교육, 취업 정보 제공, 취업 박람회 등으로 서비스의 전달체계를 다양화 해야 한다. 특히, 비대면 직무 분야에서 비장애인과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 긴밀한 협력도 필수적이다. 그간 우수 협력 사례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성남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대표협의체 위원과 성남시사회복지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시의 사회복지 정책 계획수립, 정책 입안, 조정, 평가 등에 주로 참여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장애인 복지 정책을 건의하고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을 위한 활동 등을 한다. 복지관은 성남시와 긴밀한 상호 관계를 통해 시 정책사업을 주로 수행하고 있는데, 전국 최초로 복지용구 공유센터를 운영하고, 장애인의 문화관광을 위한 조이누리 버스&카 대여 사업, 장애인의 직업적 역량강화를 위한 장애인일자리사업 등 성남시의 주요 장애인 정책사업을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수행하고 있다. 민간 지역사회기관과의 협력은 사례관리 영역에서 주로 이뤄진다. 알콜중독 정신장애인, 중증발달장애인 미혼모 영아 양육문제 등과 같이 위기상황에 놓여있거나 사회 적응이 어려운 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통합 사례관리를 진행하는데에 있어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센터, 사회복지관, 아파트관리사무소, 금융복지센터, 법률홈닥터,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자원봉사센터 등이 함께 참여해 고객들의 어려움을 함게 해결해 나간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개선과 관련한 현정부에 기대는

“제공자 중심에서 수요자(장애인) 중심의 장애인복지서비스의 패러다임 변화로 장애인 복지분야에도 장애인의 선택권이 무엇보다 중요시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을 위한 사회환경이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은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있는 기본적인 건강권의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예산 지원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치의 제도가 확립되고,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활운동 및 생활체육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를 위한 예산 지원과 전문인력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

장애인 육상선수 시절과 현재 장애인복지관 관장으로서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다면

“운동할 때마다 ‘이 경기가 나의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장애인이어서 못 한다’ ‘어려움이 있다’ ‘벽이 있다’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생애 전반에 걸쳐 인생의 기쁨과 목표가 된 장애인 육상에 매진했고, 장애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물론, 환경적 어려움이 있어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도 해 왔다. 2008년까지 운동을 했다. 직장을 다니며 운동도 하고 장애인복지와 행정을 모두 맡았던 사람은 제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관장 취임 후 더 무거운 책임과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열정 넘쳤던 선수생활이 도움이 많이 됐다. 오히려 일을 일로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늘 내집 같이 생각하고 이용인들도 친구 같다. 늘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니까 역경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매일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관장이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며 관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 개인이나 기관이 세상을 바꾸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데는 분명히 어려움이 있지만, 하나씩 천천히 꾸준히 나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한다면 그런 세상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장애인 체육발전에 관한 정부에 대한 기대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편성 예산(장애인전문체육 및 국제 체육지원 339억, 장애인체육단체 운영지원 301억, 장애인 생활체육 269억)에서 알 수 있듯이 장애인 체육 정책이 전문체육 중심의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대부분의 지원사업이 특정 종목을 선택해 강습을 받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서 장애유형이나 연령 특성을 반영한 전문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재활치료를 마치고 생활체육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응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기반시설도 부족하다. 전국에서 국립재활원만 유일하게 사회적응 훈련을 할 수 있다. 사회적응을 위한 재활운동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정책과 시설이 절실하다. 또, 장애인 체육에 대한 산발적이고 지엽적인 법률을 재정비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장애인체육지원법처럼 하나의 통일된 법률을 제정해 정책을 일관성있고 통합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은 생활밀착형 장애인체육센터(반다비 체육센터) 신규 건립이 유일하며, 이후 운영에 대한 지원은 부재한 상황이다. 지금 시점에선 장애인 체육시설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돕는 게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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