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정권 T4작전을 소환한 전장연의 논리비약
나치정권 T4작전을 소환한 전장연의 논리비약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23.03.21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탈시설 시범사업 998명 전수조사 반드시 필요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일 성명서를 내고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활동지원 추가 ‘표적조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장연 성명서에 들어 있는 내용은 현실을 호도하는 억지주장이다. 서울시는 탈시설 한 998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탈시설 시범사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의무가 있다. 이는 시범사업이기 때문이다.

탈시설 시범사업을 통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지원주택으로 들어간 장애인 몇 분이 사망했다. 그동안 시설에서 잘 지냈던 분들이다.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사망소식도 뒤늦게 전해졌다. 비록 이분들이 자연적으로 생을 달리했더라도 지역사회 지원주택에서의 삶이 어떠했는지 분석해야만 한다. 시범사업 평가를 생애주기 전반에 맞춰 종합하고 객관화해야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일명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은 정부 장애인 정책의 중요한 내용이었다. 10년 또는 20년 기한을 정해 전국 모든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하겠다는 정책이다. 전장연을 비롯한 급진적 장애인운동을 지지하고 추구하는 세력이 만들어냈다.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의 근거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다. 그러나 이 협약은 미래지향적인 궁극목표일 뿐이다. 협약을 준수하는 각 나라의 형편을 무시한 채 즉시 강행해야 하는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협약 내용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현실과 이상향의 목표 사이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으려는 국가의 노력이 앞서야 한다.

 

오래 전 도시로 이주해온 이후로 빌라 또는 아파트라고 부르는 공동주택에서 살았다. 어찌 보면 공동주택은 ‘내 것’이라 단정할 수 있는 경계가 모호하다. 상하좌우 벽과 천정 및 바닥을 이웃집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룻바닥은 아랫집의 천정이고 천정은 역시 윗집의 마룻바닥이다.

멀리서 아파트를 바라보면 사람이 마치 비둘기 사육장에서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천정부지 치솟다가 최근 들쭉날쭉 하는 아파트 시세도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 가치일 뿐이다. 자산 가치를 인정하는 부동산 등기부도 실상은 ‘공간 점유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의 가치를 모두 객관화해서 정의할 수 없겠지만, 억지 논리를 한번 펼쳐보기로 하자.

공동주택은 한 건물에 많은 세대가 들어가 있으니 ‘집단 수용 주거시설’이라고 치자. 이웃의 간섭이나 갈등도 빚어질 수 있기에 눈치 보며 살아가는 제약이 많은 환경이다.

좀 더 나아가 공동주택을 폐쇄해야할 이유로 ‘자유가 제한되고 집단 수용 주거시설’이라는 근거를 제시해 본다. 따라서 정부에 공동주택을 모두 폐쇄하고 유형무형의 가치가 분명한 단독주택을 공급해줄 것을 촉구할 수 있다. 특히 이웃의 간섭이나 눈치 보는 공동수용주택에서 탈출하여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찾으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집단 수용시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동주택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웃의 간섭이나 영향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한 자율적인 선택이다. 비록 무형의 가치 측면이 더 많다 해도 스스로 선택한 주거형태일 뿐이다.

 

장애인거주시설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스스로 선택했거나, 친권을 지닌 가족의 결정에 의한 입소과정을 거쳤다면 이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특히 부득이한 형편으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의 입장을 고려함이 옳다. 장애인거주시설 존치여부를 판단할 정책이 시설 이용자 입장에서 판단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전장연은 “서울시복지정책실장의 지휘 아래 진행되는 표적조사를 멈추시길 바란다. 이는 서울시가 1939년 독일 나치가 비용문제로 장애인 30만명을 생체실험으로 학살한 T4와 똑같은 논리인 비용의 문제로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탈시설과 자립생활권리를 박탈하는 서울시-T4작전이다”라고 주장한다.

전장연에 의해 인격모독을 당한 정치인이나 정책 당국자가 여럿 있었다. 전장연은 이처럼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행태를 보이면서도 자신들은 언제나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위다. 더구나 나치정권이 저지른 T4작전을 요즘 우리나라 장애인 실태와 비교한 것은 너무 지나친 비약이다. 전장연은 궁색한 논리를 집어 던지고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먼저 인정해야 대화가 된다.

하나의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근거가 중요하다. 모두에게 필요하거나, 불편하더라도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함의(含意)가 있어야 가능하다. 물리력을 이용한 투쟁보다는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훨씬 더 빠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바란다.

전장연은 여의도 이룸센터 앞 마당을 2년 넘도록 불법 점거하고 있다. 이들이 설치한 불법 건축물에 걸어놓은 현수막 ⓒ소셜포커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