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장애인 조사 ‘난맥상’
탈시설 장애인 조사 ‘난맥상’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4.18 18:21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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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조사 오리무중…강제퇴소 은폐 의혹
조사단에 장애인 부모 등 당사자 참여 제한
지난 2월 2일 장애인단체장 간담회에서 오세훈 시장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인사 나누고 있다. ⓒ서울시
지난 2월 2일 장애인단체장 간담회에서 오세훈 시장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인사 나누고 있다. ⓒ서울시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서울시의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가 변죽만 울리다 끝날 판이다. 정작 해당시설에 자녀를 둔 부모 등 당사자 참여를 제한하면서다. 선행조사도 끝낸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결과는 도통 알 수 없다. 또, 조사기준인 실태조사표 만드는 것조차 수 개월째 미적대고 있다. 그러자 시설 강제퇴소 은폐 의혹 쪽에 다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탈시설 주도 장애인단체와의 정치적 타협까지 의심할 정도다.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탈시설 장애인 실태조사를 추진 중이다. 탈시설 과정의 적정성과 자립생활 만족도를 살펴보는 게 골자다. 지난 2009년 시가 탈시설 정책을 시작한 이후 처음 하는 전수조사다. 조사대상은 2009~2022년 거주시설을 나온 장애인 1천600여 명 중 사망자와 서울 외 지역 거주자를 뺀 1천여 명이다.

앞서 선행조사 격으로 향유의 집 퇴소자 실태조사가 있었다. 향유의 집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이다. 2월 17~24일 해당시설 출신 55명 중 3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당시 시 장애인탈시설팀장 1명과 주무관 4명이 2개 조를 이뤘다. 이후 두 달 넘도록 조사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여기에 조사단도 아직 꾸려지지 않았다. 시는 탈시설 찬·반 양 측과 전문가 등 5~10명 규모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탈시설 찬·반 양 측에게선 각각 2명씩 추천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추천 인사들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실태조사표 작성에 참가하는 게 고작이다. 현지 실사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나설 예정이다.

당장 전수조사 기구의 불투명한 운영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관계자는 “애초 조사위원 추천 의뢰로 알고 명단을 작성해 시에 넘겼지만, 나중에 조사표 작성에만 참여한다고 시가 말을 바꿨다”며 “당시 입소자 개별의사와 무관한 강제퇴소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조사에 당사자가 배제된다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 단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22년 7월 19일 국가인권위원장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향유의 집에서 발생한 중증발달장애인 강제퇴소를 장애인학대로 인정하고, 가해자로 법인 이사장인 김정하를 지목했다. 시가 이번 향유의집 탈시설 장애인 조사결과를 차마 내놓지 못하는 것은 의사표현이 거의 불가능한 퇴소자들을 만나 결국 강제퇴소 정황만 재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시설 주도 단체와의 일부 유착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회주택 사업권을 두고 일종의 타협을 벌였다는 얘기다.

한 시민활동가는  “향유의집 터에 새로 들어서게 될 테마형 매입임대주택 시범사업 운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강제퇴소 증거는 철저히 은폐하면서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는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시설 강제퇴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꼴이 된 시 입장에서 프리웰을 산하조직으로 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과 정치적 타협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테마형 매입임대주택은 민간사업자가 기획·건설한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이는 방식이다. LH 매입 후에도 주택 운영은 당초 기획 취지를 살려 민간사업자가 맡게 된다. 사업비는 최대 90%까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으며, 매입 감정가는 각 호당 1억3천만~1억5천만원이다.총 28호 규모인 향유의 집(경기 김포시 양촌읍 양곡리 490 외 2필지)의 경우, 매입가는 36억4천만~42억원 정도다.

이에 시는 탈시설 적정성 조사의 기본 입장만 반복했다. 또, 선행조사 결과에 대해선 보고를 위한 검토 단계라고 했다.

시 장애인탈시설팀 관계자는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탈시설의 적정성 여부와 퇴소자의 자립생활 만족도,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정책 효율을 꾀할 계획”이라며 “지난 2월 조사는 현재 결과보고를 위한 검토 단계이며, 당시 대상자 절반 이상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것을 참고 삼아 전수조사에는 원활한 의사 확인을 위해 전문가와 전문기관을 참여시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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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녀 2023-04-19 11:52:02
향유의 집 거주시설에서 자립한 중증장애인들을 조사결과 의사표현을 못하는 장애인들이었다면, 강제로 자립시킨 사람이 누구인가? 강제 자립하여 사망한 분이 3명이다. 엄연한 살인행위다. 국가는 철저하게 조사해 장애인을 강제 자립시켜 죽음에 이르게한 사람들을 강력하게 법 처벌을 받게 해야한다.

넌*스 2023-04-19 11:48:34
국가의 모든 정책은 Case by case. 정책이여야한다. 획일적인 정책은 부작용만 낳는다. 더욱이 의사소통이 안되는 중증장애인에게 시설박에서 살라는 획일적인 정책은 국가는 더이상 장애인들의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국가는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부여하라!

이*수 2023-04-19 11:40:25
전장연과 자립주택 사업권을 놓고 공무언과 한 통속인 자들! 중증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에게 참여해 진실이 빍혀지길 희망한다.

김*임 2023-04-19 11:38:04
나는 간절하게 소망한다. 거주시설에서 살아가고 싶음을. 거주시설에서 살고 싶은 거주의 선택권을 함부로 박탈하지 마라. 나의 거주권을 제한자나 단체야말로 장애인들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다. 인권을 내세우며 뒤에선 인권을 짓밟는 자들! 특히 중증장애인들의 인권을 짓밟는 자들은 법정최고형에 처해야한다.

박*영 2023-04-19 11:35:22
누군가가 자립하여 살고 싶은 것이 거주의 선택이고 인권존중이고 권리라면 또다른 누군가가 거주시설에 살아가고 싶음 또한 거주의 선택이고 인권존중이고 권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