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탈시설, 장애인 정책 ‘투 트랙’
서울형 탈시설, 장애인 정책 ‘투 트랙’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4.21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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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탈시설·거주시설 돌봄 지원 병행 의지
고령 장애인 요양·치료 전담시설 확대 검토
ⓒ소셜포커스
고광현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이 시 탈시설 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장애인 거주시설에 거주하는 분들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필요한 만큼 별도의 돌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광현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중증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4차 연속토론회’에서 “장애인의날 기념식에서 이야기했듯이 서울시는 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시설을 나왔든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든, 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균형 있게 지원하는 게 기본 정책 방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내는 고령 장애인들만을 위한 전담 요양·치료 시설을 확충하고자 한다. 이들을 전담 시설로 옮김으로써 시설 입소 대기 문제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시설 내에 ‘1인1실’이 이뤄져 사생활이 보장돼야 한다. 유휴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생활공간으로 만드는 등 사생활을 보장받는 환경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반 논란이 있는 서울형 탈시설 정책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는 지난해 7월 제정·시행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장애인들의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 사업을 펴야만 한다. 현재 시는 중장기 과제와 목표 등을 담는 ‘제3차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과 ‘제2차 장애인 자립생활지원계획’ 등을 수립 중이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형 탈시설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임무영 변호사는 조례에 포함된 2가지 규정을 지적하며 “조례 폐지”도 언급했다. 조례 내에 경증장애인 위주로 제시된 ‘기본원칙’, ‘예산 지원 가능’ 등의 조항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마다 장애 유형과 정도는 동등하지 않다. 개개인의 정도에 따라 등급이 있고, 이에 따라 지원돼야 할 보호조치 수준과 종류도 다르다. 의사표시와 활동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경증장애인과 이것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정책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라며 “(하지만) 시 조례 제4조에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결국 의사결정능력을 보유한 경증장애인만을 전제해서 조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9조에서는 시가 예산 범위 내에서 탈시설 사업 수행 비용을 민간 등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며 “헌법에 규정된 장애인 국가 보호 의무 선언을 포기하고 사적·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민간에 의무를 떠넘기는 것과 매한가지다. 사실상 장애인을 방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토론자로 참여한 신인순 수원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장애인 당사자 각각의 상황에 맞게 탈시설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장애인을 통해 장식하고 생색내는 그런 정치적인 접근이 이뤄져선 안 된다. 인권 차원에서 장애인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도록 선택 폭까지 넓히는 당사자주의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거주시설 이용 문제에 대해 일방적인 탈시설 정책 방향으로 갈 것이 아니라 각자 장애 정도, 부양환경, 욕구 등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태야 실질적인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장애인탈시설 범사회복지대책위원회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등이 주최하고,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를 비롯한 17개 단체·연합이 공동 주관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대책위는 이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정책토론회를 진행하며 탈시설 정책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은 제43회 장애인의날을 기념하며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들과 장애 가족 등 500명가량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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