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국립점자도서관 이용자는 어디에..
네팔, 국립점자도서관 이용자는 어디에..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9.01.1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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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점자도서 2만5천권 보유..네팔인들 해석 어려워
영어사전, 장애인 편의시설 등 보급 필요성 제기
점자도서를 읽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손.(출처=accessiblebooksconsortium)

네팔 카트만두 타파탈리(Thapathali)에 소재한 국립점자도서관(National Braille Library)에는 각종 국제기구로부터 기증받은 시각장애인용 점자도서가 2만여권 소장돼 있다. 그러나 모두 영어로 출판된 점자도서로 채워져 있으며, 단어를 찾을 수 있는 사전도 충분치 않아 이용자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현재 타파탈리 국립점자도서관은 외부로부터 기증받은 영어점자도서 약 2만5천권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과학, 우주,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점자도서가 기증되면서 지역 이용자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점자도서가 모두 영어로 돼 있어 네팔어 사용률이 50%인 현지에서는 영어점자도서의 수요가 점차 감소됐다. 이용자들은 시각장애인용 영어사전의 보급과 인터넷 검색설비의 구축을 요구했지만 도서관의 예산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 앰비카 슈레스타(Ambika Shrestha) 사서는 "최근 1년간 도서관을 방문한 사람은 일평균 6명으로 주말에는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수니타 타파(Sunita Thapa) 변호사는 "만약 와이파이라도 된다면 모바일을 통해 단어를 검색할 수 있는데 이조차도 지원되지 않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용 인터넷 검색설비를 갖춘다면 점자도서가 서고에서 썩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립점자도서관은 2009년 네팔시각장애인복지협회(Nepal Association for the Welfare of the Blind, NAWB)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했다. 당시 정부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의 학습권 향상을 위한 점자도서관의 설립 취지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영어도서만 기증받는 현실에서 장애인들의 도서 접근권은 점차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네팔 카트만두에 거주하고 있는 등록 장애인은 약 1천700명이며 이중 시각장애인은 374명으로 전체 중 22%다. 이중 영어를 읽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점자도서관의 이용률은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앰비카 슈레스타(Ambika Shrestha) 사서는 "영어점자도서를 대체할 네팔어점자도서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사전이나 설비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기증하려는 단체나 국제기구는 지원대상국의 언어적 상황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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