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학생 자취방 찾아 삼만리
국내 유학생 자취방 찾아 삼만리
  • 임보희 기자
  • 승인 2023.05.22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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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임대차 계약서 없어 계약 피해사례 속출
교육부, “유학생 일상생활은 지원대상 아냐“
대학교 기숙사(PG). ⓒ연합뉴스
대학교 기숙사(PG).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임보희 기자] = 국내 외국인 유학생들이 자취방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각국 언어별 임대차 계약서가 없어 각종 피해가 잇따르면서다. 계약 내용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중도해지 등 사례가 속출한다. 반면, 관계당국은 학업 외 일상생활이라며 선을 긋고 딴전을 피운다. 관계법령까지 소극적으로 해석하며 대학과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자 한편에선 내로남불식 부처 이기주의의 전형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교 기숙사 외국인 수용률은 평균 23.8%, 전문대학교는 19.1%다. 유학생들은 대학교 기숙사 선발절차를 거쳐 선발되지 못할 경우 스스로 머물 곳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임차 주택에 관한 정보는 학교 게시판, 지역 광고지, 개업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에 서툰 학생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따른 자취방 계약시 언어 소통과 관련한 문제도 파악됐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영문계약서조차 쉽에 눈에 띄지 않는다. 공인중개사법에 영문계약서 양식은 있지만, 수도권 대학가 외 지방에선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을 보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할 때 "거래당사자의 ▲인적사항 ▲임차목적물 ▲계약일 ▲임차금액 ▲임차료 지급일자 ▲임대차 기간과 그 밖의 조건 등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반드시 외국인에게 영문계약서를 제공 해야한다"는 근거가 없다. 결국, 외국인이 집을 구하려면 먼저 외국어를 잘하는 부동산중개인을 찾고, 한글계약서 번역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실정이다.

서울대학교에 재학중인 인도 유학생은 “유학생들이 방을 찾는 동안 언어적 문제로 가격 협상을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서작성 같은 경우엔 전부 한국어라서 번역기를 사용해야한다. 중개수수료가 적게 드는 부동산을 찾으려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는 요행을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압둘라에브 라브샨존 서울시립대학교 유학생회 부회장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자취방을 계약할 때 한글을 번역해야 하다보니 뜻을 잘못 파악하고 계약하는 경우 계약 중도해지, 월세방 유지관리(자산가치보존) 배상 문제 등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다"며 "수요가 많은 수도권 대학가는 거의 영문계약서를 사용하지만, 지방은 거의 한글계약서를 사용한다"고 지역간 편차를 설명했다.

이에 부동산업계는 번역 부담을 들며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지방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실적으로 외국인 유학생과 영문계약서를 작성하기 어렵다. 공인중개사가 계약서 내용을 일일히 번역을 해야하고, 언어적 의사소통 문제로 서로가 힘들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거의 한글계약서를 사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들 유학생의 언어지원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은 제11조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재한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소양과 지식에 관한 교육ㆍ정보제공 및 상담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조계도 앞선 법령을 언어별 계약서 구비의 근거로 봤다.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재한외국인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교육 및 정보 제공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재한외국인이 지역사회에서 잘 적응하는데 필요한 기본 지식에는 언어적 지원이 포함된다. 각 지역 외국인지원센터에서도 아직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외국인에게도 무상한국어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학업지원으로 볼 수 없다며 한 발 뺐다. 외국인유학생의 학업지원과 일상생활지원을 구분했다. 교육부 교육국제화담당관실 관계자는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 학업 및 한국어능력 향상과 관련한 한국어교육 지원을 하고 있고, 그들의 사회적응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표준화된 영문계약서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자취방 계약과 같은 일상적 지원의 경우 해당 대학 커뮤니티, 동료, 학교유학생지원팀 등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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