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탈시설조례 ‘허점’투성이
우후죽순 탈시설조례 ‘허점’투성이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5.25 10:01
  •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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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사 무시한 탈시설·자립생활 양립 강요 조항
사업범위 주택·교육·의료 등 망라…이권사업 여지
지난달 24일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원 50여 명이 경기도의회 북문 앞에서 탈시설 지원조례안 폐기를 촉구하는 내용의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지난 16일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원 1천200여 명이 경기도의회 북문 앞에서 탈시설 지원조례안 폐기를 촉구하는 내용의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장애인 탈시설 입법이 논란이다. 시설 강제퇴소, 이권사업 전락 등 우려가 더 커지면서다. 반대 조례를 위한 주민 청원 등 반발도 확산 양상이다.

25일 전국 17개 광역시·도의회 등에 따르면, 장애인 탈시설 관련 조례를 제정했거나 추진 중인 곳은 서울, 부산, 광주, 경기 등 모두 4군데다.

가장 먼저 첫 발을 뗀 곳은 부산이다. 2009년 2월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를 만들었다. 현행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조례’의 전신이다. 이어 서울과 광주가 각각 지난해 7월과 12월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조례’를 제정했다. 경기도도 지난 달 20일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모두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 및 자립을 위한 행정·재정 지원 근거를 담았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쟁점투성이다. 우선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동일시하고 있다. 대개 조례 제정 목적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독립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하면서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에 뒀다. 특히, 경기도 탈시설조례안은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돼 있다.

누구나 시설을 나오면 자립할 수 있다는 식이다. 자유의사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립생활이 골자다. 그러나 의사표현이 힘든 중증장애인에겐 무의미하다. 애초 자발적인 선택과 결정이 불가능하고 확인할 길도 없어서다. 이들 중증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이 양립할 수 없는 이유다.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구성을 보면 그 이유는 더 명확해진다. 국무조정실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장애인시설은 1천539곳, 거주 인원은 2만9천86명이다. 중증장애인이 98.3%로 대부분이며, 이 중 80.1%는 발달장애다.

일방적인 탈시설의 경우 강제퇴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선 피해사례까지 있어 중증장애인 부모의 시름은 더 깊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관계자는 “시설 폐지에만 혈안 된 정책과 법안 때문에 정작 보호받아야 할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선택할 기회도 없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설로부터 탈출한다는 의미의 탈시설이 아니라, 현재 거주 중인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장애인 주거복지를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장애인 현황자료에 따르면, 향유의집은 지난 2019~2020년 A 씨 등 9명을 시설에서 내보냈다. 이들 모두 당시 지적장애, 지체장애, 뇌병변 등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었다. 의사소통은 물론, 스스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B(38·여) 씨 등 3명은 음식을 입으로 씹어 삼키지 못해 튜브 없인 식사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A씨 등 9명의 퇴소동의서엔 모두 도장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탈시설을 앞세운 사업범위 확장도 논란거리다. 주택, 교육, 의료, 문화, 예술, 체육 등 분야를 망라한다. 각 조례는 사업범위를 주택공급, 일자리, 평생교육, 의료 및 건강관리, 문화·예술·체육, 탈시설 조사·연구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경제적 이권과의 유착 의혹이 나온다. 한 시민활동가는 “벌써부터 장애인 임대주택 시범사업 운영권을 두고 특정 단체 유착설까지 나도는 마당에 어쩌면 탈시설을 내세워 할 수 있는 각종 사업이 탈시설지원조례 제정의 숨은 목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대 발달장애 자녀를 둔 C 씨도 “현재 전국적으로 장애인거주시설에 들어가려고 줄 서 있는 대기자만 1만 여명 정도인데, 이런 와중에 어떻게든 기존시설을 없애고 각종 지원사업을 벌이는데 혈안인 걸 보면 결국 금전적 이득을 노린 게 아닐까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제 해당 조례 반대 주민청원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발달장애인 부모 D씨는 서울시의회에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 및 ‘서울시 취약주거시설 전면실태조사 의무화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청원을 내고 지난 19일부터 전자서명을 받고 있다. 탈시설지원조례가 장애인 복지향상을 해치고 중증장애인의 거주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게 청구 사유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177명이 서명에 동참했으며, 기간은 오는 11월 20일까지다. 서명자 수 2만5천명을 넘기면 시의회 소관위 심사 후 본회의 심의 및 의결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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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숙 2023-06-01 09:22:00
휠체어 타는 신체장애들은 시설 이용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시설 이용자도 없으면서 탈시설 주장하는 전장연이 중증장애인들을 상대로 이권사업에 골몰하는 이유다.

우*우 2023-06-01 09:19:34
거주시설은 중증장애인들이 부모사후 살아갈 제 2의 집이다. 장사꾼들은 시설을 건드리지 마라!

박*우 2023-06-01 09:18:26
자립생활센터, 자립지원임대주택, 활동보조 센터. 3곳을 전장연과 그 단체들이 99.99% 운영한다. 전장연이 사활을 걸고 탈시설 하려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

정*숙 2023-05-28 11:17:42
탈시설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의 농간입니다.
국민세금은 늘고 혜택은 줄어드는 개악이 될 것

김*영 2023-05-25 22:49:02
검은거래의유혹에중증장애인들의삶의터전인시설을탈시설하려하지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