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된 송파 놀이마당 ‘눈길’
현대화된 송파 놀이마당 ‘눈길’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3.06.0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회별신굿탈 등 7개 국가유형문화재 퓨전화
상·하반기 무료공연… 공연장 장애인 접근성 양호

매주 주말에 송파탈춤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 상반기 공연은 6월말까지 계속 이어진다. 송파탈춤 페스티벌은 놀이마당에 앞서 각종 악기를 연주하며 시선을 끄는 길놀이패가 흥을 돋구며 시작한다. 마당놀이 시작을 알리는 길놀이는 주변에 있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역할이다.

길놀이는 판놀이 전에 읗을 돋구는 놀이다
길놀이는 판놀이 전에 흥을 돋구는 역할을 맡는다. ⓒ소셜포커스

마당놀이는 춤과 노래, 재담 등으로 이루어진다. 구경꾼의 흥을 돋우면서도 해학과 풍자를 통해 민중적인 애환이나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등장했다. 해설자는 송파산대놀이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다. 우리나라 마당놀이는 국가지정 13개 종목, 지방지정 18개 종목이 있다. 전부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되었다. 특히 북한에서는 없어진 마당놀이를 남한에서 보존하며 전승된다고 했다.

송파 마당놀이 내
길놀이패가 흥을 돋운다. ⓒ소셜포커스

대부분의 마당놀이는 한반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비슷한 구성이다. 여기에 지역별 특색이 조금씩 가미되어 느낌이 달랐다. 말투와 사투리, 쓰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때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산대도감이 설치되어 국가행사가 있을 때 향연으로 공연됐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 산대도감 기능이 약해지면서 마을놀이로 변화됐다.

송파 놀이마당에서는 국가유형문화재로 등록된 7개 놀이를 보여주지만 공연 일정 상 전부 공연이 아닌 일부 공연만 선보인다.

송파 탈춤 페스티벌 공연 모습. ⓒ소셜포커스
송파 탈춤 페스티벌 공연 모습. ⓒ소셜포커스
송파 탈춤 페스티벌 공연 모습. ⓒ소셜포커스

지난 주말공연 첫째 날에는 하회별신굿탈놀이로 10개 마당 중 4개 마당을 공연했다. 하회탈은 턱 부분과 얼굴 일부가 노출되어 사실감과 생동감이 있다. 수영야류는 경상도 동부에 있는 수영지방의 놀이로 화려한 길놀이가 특징이다. 경상도 서쪽 지역의 판놀이는 오광대놀이라고 했다. 황해도 은율지역의 은율탈춤도 선보였다. 현재 북쪽은 거의 소멸되었다고 한다. 남쪽과 달리 춤사위가 세고 격동적으로 움직이는 동작이 많았다

송파 탈춤 페스티벌 공연 모습. ⓒ소셜포커스
양주별산대놀이 공연 모습. ⓒ소셜포커스

둘째 날에는 양주별산대놀이 공연으로 시작했다. 어제 마지막 공연인 송파산대놀이와 거의 비슷했다. 외장녀라는 표현이 있는데 남자처럼 허우대가 큰 여자를 말한다. 처음 듣는 용어다. 요즘 이런 표현은 성차별로 인식된다. 일상에서 사용되던 단어가 세상이 바뀌며 사용해서는 안될 낱말로 분류됐다.

세상이 변하듯이 용어도 생성과 소멸 과정을 거친다. 특히 인신을 비하하고 젠더를 구분하는 의미가 포함된 단어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선 나쁜 의미로 사용되던 단어를 의미도 모른 채 요즘 마구잡이로 사용된다. 그 부정적 의미 때문에 귀에 거슬리는 경우도 많다. 쓰이는 단어와 말은 인격이다. 말에는 사람의 인품과 교양이 그대로 녹아 있다. 모든 단어는 생멸하지만, 그 중 거칠고 험한 말은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청사자놀음 공연 모습. ⓒ소셜포커스

북청사자놀음은 박력 있고 힘과 기개가 넘쳤다. 북청에서만 쓰이는 악기 퉁소는 심금을 울리는 구슬픈 소리다. 강릉관노가면극은 무언극이다. 말이 없는 놀이가 특징인 만큼 배우들은 다소 과장된 동작을 보여준다. 강한 배경음악으로 무언극에 활력을 돋구었다. 몸짓으로만 내용을 전달하기에 색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송파 산대놀이 공연 모습. ⓒ소셜포커스

마지막 공연인 송파산대놀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양주별산대놀이와 비슷하다. 지역이 가까운 까닭도 있겠지만 조선시대에는 왕래하기엔 먼 지역이어서 따로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복장만 다를 뿐 내용과 구성이 비슷해서 흥미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마지막 공연이라 관객을 놀이마당으로 불러내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줬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호응하며 어깨춤을 추는데 마치 대동제 같은 마무리는 아주 좋았다.

송파 놀이마당에 온 관객 대부분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 관광 온 외국인도 띄엄띄엄 보였다. 전통문화는 다소 속도감이 떨어지며 다이내믹한 공연은 아니다. 전체 공연의 중간쯤 지나자 시작할 때와 달리 많은 관객이 썰물 빠지듯이 자리를 떳다. 공연장은 시작할 때 보다 휑한 느낌이다. 전통 공연이 대중과 호흡을 맞춰야 활성화 될 듯 한데 그렇지 못한 면은 아쉬웠다.

과거에는 서민 대중과 함께 호흡을 맞췄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류의 변화로 인해 전통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멀어진 것은 사실이다. 전통문화가 외면 받으며 단지 예술의 영역에 국한되면 점점 더 작아질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산조와 같이 외국 악기와 협연하고, 창과 같이 가요에도 접목했으면 좋겠다. 전통 타악기도 퓨전화 되어 재조명 받듯이 놀이마당도 전통문화 유지 계승 발전이란 의미에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전통문화라 해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안된다. 앞으로 천년, 그 이후까지라도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로 남아 있기를 기대해본다.

고전 신무용 공연 모습. ⓒ소셜포커스

송파 놀이마당 공연에도 등장한 부채춤은 많은 사람의 뇌리에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로 각인됐다. 부채춤이 조선시대부터 전승되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부채춤은 1954년 김백봉이 창작한 한국의 신무용(新舞踊)이다. 전통춤이 승화되어 현재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춤이 됐다. 부채춤을 보면 정말 예쁘고 화려하면서도 아름답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의미를 조선시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과 궤를 같이 할 수는 없다. 전통문화가 구경만 하는 유물로 남지 않으려면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이 호흡과 맥락이 계속 이어지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과 함께 하는 전통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

매주 주말에 무료로 공연을 보여주는 송파 놀이마당은 우리 국악을 중심으로 편성됐다. 상반기는 4~6월, 하반기는 9~11월 공연이 이어진다. 공연은 3시에 시작하여 1시간 30분 정도 진행한다. 잠실역을 포함하여 인근 전철역에서 내리면 15분 내로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인근에 공영주차장을 활용하면 주차료도 저렴하다. 장애인 이동 접근성도 아주 좋다.

석촌호수로 놀러 간다면 롯데백화점이나 매직 아일랜드, 송리단길, 방이동 먹자골목만 볼거리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삶의 현실에서 멀어진 탓에 다소 낯설고 어색하지만 송파 놀이마당에 잠시 머물다 가면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홍준 교수 말이 딱이다. 알아가는 탐구심에 허기진 독자라면 한 번 찾아가 공연을 즐겨보기를 권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