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를 향한 정치권발(發)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정부 보조금 유용 여부를 따져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다.
그러자 주목받는 건 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다. 보조금을 엉뚱하게 불법시위 동원에 쓴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적당한 협박과 일당을 미끼로 시위대를 끌어모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시민단체선진화특별위원회(특위)는 7일 전장연의 일자리 사업 참여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특위는 A씨로부터 “돈을 벌기 위해 집회·시위에 참여한다. 참여하지 않으면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증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전장연은 서울시의 권리 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길거리 데모, 농성, 지하철 점거 등으로 축소시켜버렸다. 이런 과격한 형태의 일자리는 장애인에게는 버거운 노동이었다”는 B씨의 증언도 전했다.
하태경 특위 위원장도 “최근 3년간(2020~2022년) 서울시 전체 중증 장애인 예산 81억원 중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 보조금이 88%인 71억원인데 전장연이 가져갔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사업 건수 중 50%가 집회"라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하루 일당 2만7천∼3만7천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하철 시위 (참여)를 조건으로 월급을 준 것은 전장연의 윤리적 파산”이라며 “특위와 협력해 온 장애인단체를 통해 오는 8일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보조금 유용 의혹에 전장연은 즉각 반발했다. 집회 참여도 사업에 포함되는 개념이란 논리를 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유엔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제고, 존엄성과 관련한 캠페인이 부족하다고 한국에 권고했고, 그 권고를 바탕으로 권리노동이 만들어졌다”며 “하지만, 여권에선 권리노동의 생산물인 캠페인을 불법집회로 낙인 찍고, 일자리의 기본취지마저 부정하며 권리중심일자리와 엮어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 지하철 탑승 시위와 권리중심일자리 사업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물론, 명확한 보조금 사용 경위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시위 참여를 노동시간으로 계산해 돈을 줬는 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래도 시위가 사업의 일부라는 전장연 주장은 여전히 억지스럽다. 공익 목적의 보조금 사업이 불법시위와 궤를 같이 할 수는 없어서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해치는 일에 나랏돈을 끌어다 쓸 일은 아니다. 정부를 대신해 공익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본령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자칫 나머지 시민단체와 장애인단체까지 불온집단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간 모든 시민·장애인단체를 끝장내는 파국까지 우려된다. 전장연이 ‘동업자 정신’을 안다면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변화를 꾀할 때다. 더 이상 장애계 전체를 대표한다는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겸손해져야 한다.
그간 각자 역할과 성과를 존중하며 법 질서 안에서 사회발전을 모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