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조기기, 개인예산제 효과 ‘글쎄‘
장애인 보조기기, 개인예산제 효과 ‘글쎄‘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6.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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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재활원, 장애인보조기기 지원 활성화 세미나
사용범위 활동지원급여에 제한…관련예산 통합 필요
ⓒ소셜포커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홀 세미나실 205호에서 ‘2023년 장애인 보조기기지원사업 활성화 및 발전방향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올해 수립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반영된 개인예산제가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보조기기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될 지 의문입니다. 이미 정보통신 보조기기라든지, 국민건강보험 등을 통한 별도 지원 제도가 있는데 (작은 규모의) 각자 개인 예산을 활용할까요?”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대표이사는 9일 서울 코엑스홀에서 열린 ‘2023년 장애인 보조기기지원사업 활성화 및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정부는) 계획상 장애인근로자 고용유지 지원을 위해 보조공학기기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내놨는데, 이것도 구체적인 답이 없다. 더 적극적인 정책적 행보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올 초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6차 종합계획 중 보조기기 지원책을 비판한 것이다. 당시 복지부는 ‘맞춤형 지원으로 장애인의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실현하는 행복사회’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9대 정책분야, 30대 중점과제, 74개 세부 추진과제 등을 계획으로 담아냈다.

보조기기와 관련한 주요 과제로는 보조기기를 비롯해 공공·민간 서비스 구매에 활동급여 일부를 활용할 수 있는 ‘개인예산제의 단계적 도입’, 부처별로 나뉘어있는 보조기기 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범부처 정책협의체 구성’, 장애유형 등에 따라 적합 공학기기를 추천하는 ‘장애인근로자 고용유지 지원’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장애계에선 이런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체감도를 높이긴 어렵다고 우려한다.

이날 뇌병변장애인 김재익 해냄복지회 이사장은 질의를 통해 “겨우 활동보조 급여 하나만 개인예산제로 활용한다는 게 가당치 않다. 건강보험공단 등 다른 지원책 예산을 하나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발제를 맡았던 공진용 나사렛대학교 재활의료공학과 교수도 동감하며 개선책 병행을 강조했다. 공 교수는 “장애계 우려가 큰 것으로 안다”며 “(부처별로 나뉘어있는) 예산 통합 문제가 참으로 어려운 사안이다. 개인예산제 시범 사업을 통해 예산을 통합할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장혜경 복지부 장애인건강과 사무관은 “장애인들이 가장 관심 가지는 게 보조기기 지원 사업이라는 걸 알고 있다. 지원 대상과 범위를 늘리고 기준액을 현실화하는 등의 요청이 많으나, 현재 복지부 교부 사업 예산 규모는 지방비까지 다 더해도 2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저소득층만을 지원하는 만큼 재정적 한계로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전체적으로 보조기기 지원 사업이 확대되려면 범부처 차원의 제도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의 큰 그림 논의가 이뤄지면 장애인들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6차 종합계획에선 각 부처에서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조정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환경과 제도 속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보조기기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는데 중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보조기기 지원사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자 보건복지부·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가 함께 개최했다. 서울 코엑스홀에서 열린 ‘2023 홈케어·재활·복지 전시회’의 부대 행사 가운데 하나다.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통해 보조기기 정책에 대해 짚은 공진용 나사렛대 재활의료공학과 교수 발제에 이어 박희원 강원보조기기센터장, 고수정 국민건강보험공단 보조기기급여부장, 은선덕 국립재활원 자립생활지원기술연구팀장,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대표이사, 장혜경 보건복지부 장애인건강과 사무관 등이 토론자로 함께했다. 전시는 장애인 등 노약자를 위해 보조기기, 가정용 의료기기 등을 만드는 173개 업체가 참여해 328개 부스를 운영했다.

전시 현장엔 장애인 등 노약자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접목 기기부터 각자 아이디어를 활용해 돌봄 부담을 줄이거나 재활운동을 할 수 있는 기기들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감각에 예민한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간이 설치가 가능한 ‘스누젤렌(심리안정)’ 기기가 있다. 투명기둥 안에 정제수를 넣고 조명을 비춰 기포가 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유리관이나 발광하는 얇은 섬유를 활용해 시각과 촉각 자극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커튼 등을 볼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는 척수장애인 박해열(63)씨 부부는 리튬배터리를 장착한 전동휠체어 등을 체험해보며 전시를 돌아봤다. 박씨는 “개인적으로는 휠체어를 타고도 신변처리가 가능한 신제품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며 “이런 전시가 열리면 기회가 될 때마다 종종 방문해 필요한 제품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정작 가격 때문에 구매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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