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관대한 지자체 공권력
‘불법’에 관대한 지자체 공권력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6.23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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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전장연 불법점거물 철거 2년 넘게 늑장
서초·종로구, 장기농성 불법천막 등 강제철거 나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
전장연이 2년 넘게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몽골텐트와 복층 컨테이너.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서울시내 장기 불법농성에 대한 지자체의 뒷짐 대응이 논란이다. 장애인복합문화공간 앞 불법 구조물을 2년 넘게 내버려 두면서다. 강제철거 없이 뒤늦게 월 40만원꼴의 이행강제금을 매긴 게 고작이다. 최근 시민 일상권 회복을 위해 칼을 빼든 인근 지자체들과는 딴 판이다. 일각에선 지자체 공권력이 정작 불법엔 관대하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23일 서울시 각 지자체와 한국장애인개발원(개발원)에 따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2021년 4월 22일부터 개발원이 입주한 이룸센터 앞 마당에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무단농성 중이다. 당초 사용허가 기간은 2021년 3월20~4월21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용기한을 넘겨 지금껏 진을 치고 있다. 2년 3개월째다.

처음엔 간이천막으로 시작했다. 이후 2021년 6월22일 몽골텐트 2개 동을 새로 들였다. 그러다 열흘 뒤인 7월 2일 컨테이너 1개를 또 설치했다. 보름 지나 17일엔 컨테이너를 복층으로 쌓아 올렸다. 모두 건축법이 허용하지 않는 불법 구조물이다. 건축물 대장에도 이미 위반건축물로 올라 있다.

이에 관할 영등포구는 4월 중순에서야 행정처분을 했다. 전장연이 이룸센터 앞 불법농성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이들에게 매긴 이행강제금은 900여만원 수준이다. 월 39만원꼴로 지역 상가 한달 임대료에도 못 미친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이 일대 상가 평균 시세는 보증금 2천450만원에 월세 72만5천원이다.

불법농성에 단호한 주변 지자체와 대조적이다. 서초구는 지난 15일 행정대집행을 발동해 삼성동 현대차그룹 사옥 앞 불법 농성 천막을 들어냈다. 이날 구청 직원 5명이 나와 천막 2개 동, 현수막 19개, 가스통, 부탄가스 등 집기 30여 점을 압수했다. A(62) 씨가 2013년 10월 이 곳에 천막을 치고 농성한 지 9년 8개월 만이다. 그는 기아판매대리점 대표의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복직을 요구해 왔다.

종로구도 청진동 KT 사옥 앞 불법천막 철거를 검토 중이다. 구 관계자는 “집회·시위 목적으로 천막을 일시 설치하는 게 아니라 10년 가까이 장기간 둔다면 이미 본래 취지를 잃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해도 공권력이 불법에 관대해지면 법 질서 자체가 무의미해져 적극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51) 씨는 KT대리점과의 분쟁으로 2010년 2월부터 KT 광화문 동관 앞에서 1인용 텐트 2개 동과 피켓 10여개를 설치하고 노숙 시위 중이다.

장애계 역시 일부 지자체의 이런 늑장대응을 짚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관계자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주장하는 전장연이 벌써 2년 넘게 이룸센터 앞 불법농성을 하며 타인의 권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해하는 내로남불식 악질적인 행동도 못 봐줄 판인데, 정작 영등포구 등 관할 행정기관들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은커녕 전장연의 전초기지화된 불법컨테이너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관할 지자체는 강제철거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2년 넘게 퇴짜맞은 전장연의 자진철거를 또 고집했다. 그러면서 민원 업무가 많아 제 때 대응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영등포구 주택정비팀 관계자는 “불법점거·농성뿐 아니라 주택 소음을 비롯한 각종 생활민원이 산적해 있어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룸센터 앞 농성장의 경우 수 차례 자진철거를 유도하고 최근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했다. 앞으로도 서로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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