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내 아이와 같이 죽어야 하나..."
발달장애, "내 아이와 같이 죽어야 하나..."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9.01.17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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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최중증 발달장애인 '낮활동 시범사업' 성과 평가
당사자 돌봄·전문 복지사 양성·보호자 교육 등 3박자 갖춰
발달장애인 증가세... "전문 돌봄시설과 체계적인 교육 필요"
서울시와 전북대는 16일 '최중증발달장애인 낮활동 시범사업 챌린지2 성과 공유회'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공동 개최했다. 노인환 기자

"내 아이와 같이 죽어야 하나..."

최중증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고 있는 어머니 박초월 씨의 말이다. 공격성과 돌발행동이 심한 발달장애인들은 시설에서도 외면받고 있어 24시간 보호자의 돌봄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모든 것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내해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낮활동 시범사업'을 2017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서울에 소재한 장애인복지관 10개소를 대상으로 주중 4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은 오는 6월 30일 종료된다. 

서울시와 전북대 산학협력단은 1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최중증발달장애인 낮활동 시범사업 챌린지2 성과 공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번 공유회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챌린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낮활동 시범사업의 성과 보고와 사회복지사들의 사례 발표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사업 관계자 및 복지관 종사자, 발달장애인 부모 등 180여명이 참가하는 등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서울시 황치영 복지정책실장은 인사말을 통해 "24시간 돌봄에 매진해야 하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낮활동 시범사업을 시작했다"며 "이번 시범사업은 시설의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이자, 국내 최초로 구축되고 있는 체계적인 돌봄서비스"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낮활동 시범사업'은 만 19세 이상 도전적 행동을 가진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사업 기간은 2017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며 현재 10개의 장애인복지관에서 38명의 발달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또 서울시는 추후 예산이 반영되면 오는 9월 이후 담당 복지관 10개소와 서비스 대상자 42명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경과보고를 발표한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 경자인 재가복지팀장은 "낮활동 시범사업은 자폐증 등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초첨을 맞춘 서비스"라며 "당사자의 교육뿐 아니라 부모 교육, 사회복지사 교육 등 3중 체계로 관리되고 있어 돌봄 이후 효과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 경자인 재가복지팀장이 사업경과 보고에 제시한 '낮활동 시범사업 추진배경' 내용. 노인환 기자

◆ 발달장애인 점점 늘어나... 전담시설과 전문인력 확보 절실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중 발달장애인의 비중은 2012년 6.6%에서 2018년 18.1%로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은 2012년 2만7천99명에서 2018년 3만2천29명으로 늘어났고, 이중 성인은 2만357명으로 전체 중 6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성인 발달장애인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지역 장애인시설이 이들을 받아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자인 팀장은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이 비장애인에게는 두렵고 꺼려진다는 이유로 지역의 복지시설에서 거부당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최한 '최중증발달장애인 낮활동 시범사업 챌린지2 성과 공유회'도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시와 전북대, 시범사업에 참여한 장애인복지관은 발달장애인의 가장 큰 위협 요소인 '도전적 행동'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주요 특징은, 발달장애인이 자기결정의 확인 및 주의를 끌기 위한 수단, 불만을 표출하는 행위 등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러한 행동유형을 세분화한 뒤 이를 반성적 성찰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활동 시범사업에 참가한 박사랑 사회복지사는 "자폐증 장애인 안 모씨의 도전적 행동으로 센터 직원들이 다치는 일은 다반사였다"면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발달장애인에게 '무조건 절제'를 요구하기 보다는 자기주도적인 행위를 이끌어주면 오히려 도전적 행동이 줄어 든다"면서 "본인이 선택한 활동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서울시 낮활동 시범사업의 특징은 사회복지사 외에도 부모교육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시범사업 기간동안 장애인 부모들은 복지사와 대면상담을 통해 교육 전반을 이해하고 일일생활일지, 월간일정표 등 관련 정보도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호자 교육자료'는 추후 최종 보고될 예정이다.

이번 시범사업에 발달장애인 아들을 보낸 박초월 씨는 사례 발표를 통해 "아이의 돌발행동에 대해 무조건 억제해 왔는데 그것이 잘못된 교육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좋은 선생님(사회복지사)들로부터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의 도전적 행동에 대해 관찰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아이를 대하다보니 전과는 다른 생활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서는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에 대한 당위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시장애인복지관협회 조석영 회장은 "현재 사업에 투입된 사회복지사들은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지속성이 없다"며 "정부의 지원으로 전문인력을 계속 양성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도에 일을 포기하는 사회복지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들의 처우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 경자인 재가복지팀장은 "낮활동 시범사업은 단순히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뒤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시설 종사자는 전문인력으로, 보호자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등 세 박자가 고르게 갖춰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낮활동 지원사업... "발달장애인 부모들에게 새로운 빛이다"

박초월 씨.

낮활동 지원사업에 발달장애인 아이를 보낸 박초월 씨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매일 매일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며 "아이의 공격성이 너무 심해 밖에 내보는 것조차 두려웠고 아이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까 걱정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씨는 "낮활동 지원 프로그램에 처음 아이를 보낼 때도 걱정이 계속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금은 확실히 편해졌고 예전에 꿈꿀 수 없었던 내 삶이 생겼다. 지금도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분명 많은 장애인 부모들에게 큰 빛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의 성과보고서(2017년 7월~2018년 12월)에 따르면 낮활동 서비스를 이용한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이 서비스 이전 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기 도전적 행동이 나타나지 않음(26.4%) ▲초기 도전적 행동의 빈도와 강도가 감소됨(39.1%) 등 전체 이용자 65.5%의 도전적 행동이 크게 감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초기 도전적 행동유형이 크게 감소된 사례별 통계를 보면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는 행위는 -50% ▲반항적 행동 -50% ▲과다섭취 등 섭식문제 -100% ▲대소변 실수 –50%로 긍정적 결과가 집계됐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거나 타인을 방해하는 행위도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바지 속에 손을 넣는 등 성행위와 관련된 도전적 행동은 기존처럼 유지되거나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북대 연구팀은 "감각을 추구하는 도전적 행동에는 낮활동 서비스의 지원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발달장애인 행동에 있어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성(性)이며 향후 연구할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발달장애인의 어머니 A씨는 "복지관도 발달장애인을 돌보고 있지만 이렇게 체계적인 프로그램은 없는 실정"이라며 "서울시에서 하는 사업 외에도 아이를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자폐증장애인 보호자 B씨도 "나도 지금 복지관에 아이를 맡기고 있지만 낮활동 사업이 있다면 바로 신청할 것"이라며 "오늘은 자녀교육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지시설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시는 예산을 반영해 낮활동 지원사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모든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장애계와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이번 사업의 다양한 매뉴얼을 통합해 각 복지관에 배포하고 지역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는 최중증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보호자인 부모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최중증발달장애인 낮활동 시범사업 챌린지2 성과 공유회'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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