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스포츠강좌 바우처 ‘속 빈 강정’
장애인스포츠강좌 바우처 ‘속 빈 강정’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7.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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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두 배 이상 늘어도 체육 인프라 태부족
전체 이용자 30% 현실적 제약으로 수강 포기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사업 누리집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누리집 갈무리 화면.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올해로 5년차를 맞은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사업이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라는 실질적 목표엔 못 미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끝난 지난해에도 수업을 듣고자 카드를 발급받고도 3분의 1가량이 수강을 포기했다.

13일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장애인스포츠강좌 수업 이용권인 신한카드를 발급받은 장애인 수는 모두 1만9천262명이다. 이 중 강좌를 수강하고 이용한 수는 1만2천104명(62.8%)다. 10명 가운데 4명 꼴로 스포츠강좌 수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를 목표로 검도·수영·농구 등 다양한 강좌를 선택해 들을 수 있게 매달 9만5천원까지 지원한다. 지난 2019년 12~39세 저소득층 장애인 5천100명을 지원하는 시범 사업 형태로 시작한 이후, 현재는 소득과 관계없이 19~64세 장애인과 보호자까지 지원하도록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한해 24억원이었던 예산 규모도 지난해 전국 1만명 지원을 목표로 54억원까지 늘어났다.

규모가 두 배 넘게 커졌으나 이용률은 따라오지 못하는 중이다. 시범 사업 기간인 2019년 카드 발급받은 장애인 1천236명 가운데 672명이 참여해 54.4%라는 이용률로 출발한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엔 2천607명 가운데 1천309명이 수강하며 50.2%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2021년앤 5천650명 가운데 3천341명으로 59.1%를, 지난해 9천769명 가운데 69.4%인 6천782명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여전히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수요와 실이용에는 격차가 존재한다. 

공단에선 체육 인프라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 강좌, 지도인력 등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이 이유라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시범 사업 당시 장애인들이 스포츠강좌를 들을 수 있던 체육시설 가맹점 수는 전국 851곳이었는데, 지난해까지 1천151곳으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체육시설업으로 등록돼있는 영업장 수는 5만7천380곳에 달한다. 

지역별 체육 인프라 격차에 따른 차이도 있다. 세종의 경우 배드민턴·수영·축구·탁구 등 4개 종목에 해당하는 5개 가맹점에서만 이용 가능한 반면 서울에선 17개 종목, 159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헬스(35곳), 태권도(19곳) 같은 보편적인 종목 외에도 댄스(3곳)나 발레(1곳), 롤러인라인(1곳) 등에서도 사용 가능한 게 특징이다. 마찬가지로 22개 종목에 271개 가맹점이 있는 경기와 달리 강원의 경우 10개 종목, 42개 가맹점에 불과하다.

부산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 가족 A씨는 “주변에 이용할 만한 시설로는 사실상 헬스장이 유일한데, 정작 이용하고 싶은 시설은 거리가 멀거나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는 등 제약이 컸다. 주말을 이용해서 따로 운동을 배우려 해도 추가요금이 있는 곳도 왕왕 있더라”며 “복지라고 생각했던 사업이 제한이 있는 셈이다. (당장 수강하지 않더라도) 일단 등록부터 해놓자는 편법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열악한 장애인 생활체육 인프라는 문체부 실태조사 결과에서 쉽게 확인된다. 지난해 장애인 생활체육조사에 응답한 10~69세 등록 재가장애인 159만명 가운데 83.3%는 “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혼자 운동하기 어려워서’가 28.6% 응답률로 가장 컸고 ‘시간이 부족해서(14.2%)’, ‘거리가 멀어서(12.9%)’, ‘정보 부족(12.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장애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 인프라 전반이 부족함을 체감하고 있는 셈인데, 이들은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비용 지원(33.6%)’이 가장 필요하다 답한 데 이어 ‘장애인 생활체육 프로그램(17.2%)’과 ‘체육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15.2%)’ 등을 고르기도 했다.

한편, 공단은 장애인스포츠강좌 사업 저변 확대를 위해 올해 이용 가능한 체육시설을 두 배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놓은 상황이다. 추가로 물리적 여건과 관계없이 온라인으로 수강이 가능한 장애인 체육 강좌 등을 도입하고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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