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애계, 장애인단체장 ‘비위’로 몸살
인천 장애계, 장애인단체장 ‘비위’로 몸살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3.07.27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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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장애인단체장 A씨, 직재시설 운영비리 의혹
뇌물수수·향응 접대 의혹…관할 지자체 감독 부실 지적
인천 서구 시범공단 내 장애인공동작업장이 장애인 노동자 1명 없이 텅 비어 있다.
인천 서구 시범공단 내 장애인공동작업장이 수년째 장애인 노동자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인천 장애계가 지역 장애인단체장 비위 논란으로 시끄럽다. 건폭(건설현장 폭력·협박 행위)에 이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운영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무상임대 시설에 민간업자를 들여 수 천만원을 챙기고, 접대비까지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수 년째 변변한 일감도 없어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한 채 시설은 무용지물이 됐다. 뒤늦게 사태수습에 나선 관할 지자체도 시설폐쇄를 검토하고 있어 자칫 문 닫을 판이다.

27일 인천 서구와 인천서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서구장총련),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서구장총련은 지난 2020년 5월 29일 인천 서구로부터 가좌시범공단 4층 중 일부(286.4㎥, 406·406-1호)를 무상임대받아 장애인공동작업장으로 운영 중이다. 취업이 힘든 장애인의 경제활동을 돕는 취지다. 사용기간은 2년이며, 2022년 8월 사용허가를 갱신했다.

이 곳에 명함과 현수막·배너제작 장비 8대를 갖췄다. 장비는 로타리클럽의 글로벌보조금과 SK인천석유화학 후원을 받아 마련했다. 이들이 총 8천818만원을 들여 컬러인쇄기, 명함 재단기, 실사출력기, 대형코팅기, 전동재단기, 타공압찰기, 미싱기, 인두기 등을 구입해 제공했다. 글로벌보조금 프로젝트에는 인천서곶·백마·미추홀로타리클럽과 국제로타리 3690지구·대만 3461지구 타이중타이메이 로타리클럽이 참여했다.

하지만, 장애인 고용 및 제품 생산·판매 실적은 미미하다. 2022년 지방선거 때 홍보명함 300여장 정도가 고작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한파 탓이란 게 시설 운영자 설명이다. 2020년 5월 최초계약 당시부터 장애인공동작업장을 운영해 온 서구장애인연합발전협의회 대표 A씨는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경제한파때문에 일감을 못 찾아 장애인 고용은 어림없는 일이었다”며 “현재 현수막 제작을 비롯한 몇 건의 계약을 추진하는 등 다시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역의 한 장애인단체 회장과 산하 서구지회장도 함께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뇌물수수와 향응 접대 의혹이 제기됐다. 인쇄업자 B씨는 “지난해 5월께 검단신도시발전협의회 회장 A씨와 부회장 C씨를 만났을 때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투자협력 차원에서 먼저 5억원을 요구해서 제가 난색을 표하자 다시 5천만원을 요구했다”며 “이후 명절 선물을 갖다 바치고 자신들이 먹은 음식값까지 여러차례 대신 계산하게 하는 등 시달리다 결국 그 해 7월 일감을 받아 장애인작업장에서 직원들과 일하는 조건으로 C씨 배우자 계좌로 3천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지금껏 일감이라곤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후보자 명함 300여장을 제작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모두 부인하며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A씨는 “여태껏 30여년간 지역에서 장애인 일자리와 복지를 위해 일하면서 누구에게도 금품을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B씨가 C씨 가족 통장에 넣었다는 3천만원도 나와 관계없는 일이고, 지금 구치소에 수감된 C씨를 직접 만나 해결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현재 A씨와 C씨는 건폭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달 경찰의 건설현장 내 불법행위 특별단속 결과,  A씨와 C씨 포함 4명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및 협박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A씨는 불구속, 나머지 3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3~5월 인천 서구 아파트 공사현장 10여 곳에서 직원 채용과 하도급 계약을 강요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선, 자신들이 원하는 직원을 써 줄 것을 요구했다. 또, 건설자재·폐기물 운반업체 계약에도 적극 개입했다. ‘토사 운반업체 B사와 계약하지 않으면 공사 관계자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요구가 통하지 않자 관할 지자체에 보복성 민원을 제기했다. 공사현장에선 휠체어 이용 장애인 4~5명을 동원해 시위도 벌였다.  이 때 각 건설사로부터 총 1억4천만원을 뜯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의 장애인작업장 재산 횡령 주장도 나왔다. 서구장총련 측은 “A씨는 시설 사용허가 기간이 끝나면 장애인작업장 내 설비들을 전부 갖고 나가겠다고 고집피우는 등 마치 모든 걸 개인재산처럼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서곶로타리클럽 관계자도 “당시 SK인천석유화학과 공동구입해 장애인공동작업장에 후원한 모든 설비들은 서구장총련 이름으로 장애인 일자리 창출 노력에 써달라고 제공한 것인데,  대표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이란 애초 기대와 달리 이제와서 설비 회수, 시설 폐쇄 등 문제로 파행을 겪는 걸 보니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반면, A씨는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아 별 문제 없다고 봤다. 자신의 사업자 명의로 받은만큼 설비 회수는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구와 시설 사용허가 계약(행정재산 무상 사용허가) 이전부터 이미 제가 대표로 있는 서구장애인연합발전협의회 이름으로 로타리클럽과 SK인천석유화학으로부터 명함과 현수막·배너제작 장비를 후원받기로 했다”며 “제 등록사업자(서구장애인연합발전협의회) 명의로 기계설비들을 제공받았기때문에 회수하는데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이밖에 관할 지자체의 시설 관리·감독 부실 문제도 거론된다. 지역 장애계의 한 원로는 “장애인공동작업장의 사용 주체가 별개의 두 개 단체로 돼 있는 등 최초 계약부터 분쟁의 여지가 많은 모호한 내용들이 포함돼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또, 서구는 사용허가를 내 준 지 3년여 지나도록 장애인공동작업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파행 운영돼 왔는데도 사실상 무관심으로 방치해 왔다”고 꼬집었다.

실제, 2020년 5월 인천 서구의 해당 시설 무상 사용허가서를 보면, 신청인은 서구장애인단체연합회, (이용)단체는 서구장애인연합발전협의회로 각각 표시돼 있다. 계약 당사자를 이중으로 둔 셈이다. 서구장애인연합발전협의회는 서구장총련 회원단체가 아닌 별개의 연합조직이다. 그러다, 2022년 8월 재계약 때에는 신청인과 단체를 모두 서구장총련으로 했다. 그래도 계약 당사자(서구장총련)와 무관한 A씨가 3년 넘게 작업장을 운영 중이다.

또, 목적 외 사용과 부실운영에 따른 후속조치도 없었다. 사용허가서엔 ▲허가 결정 후 3개월 지나도록 사용목적에 착수하지 않았을 때 ▲허가기간 만료일까지 사용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사용자가 판단한 때 ▲허가받은 재산을 전대하거나 그 권리를 양도한 때 ▲사용 또는 수익의 목적을 변경한 때 등을 사용허가 취소 사유로 규정했다.

이에 관할 지자체는 되레 서구장총련 탓으로 돌렸다.  일단 서구장총련이 A씨의 시설 운영자격 부적격을 결의해야 구가 나설 수 있다는 식이다.

서구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장애인공동작업장이 당초 취지와 달리 3년 넘게 이렇게 파행 운영되고 있는 줄 몰랐다”며 “서구장총련이 이사회를 열어 A씨가 시설운영 자격이 없다는 걸 결의해야, 비로소 구는 그걸 명분삼아 A씨를 제재하고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대로 장애인공동작업장 운영을 방치할 수는 없다. 앞으로 진행경과를 지켜본 뒤 사용허가 취소나 시설폐쇄 등 필요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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