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가족지원 지방입법 14년째 ‘제자리 걸음‘
장애인가족지원 지방입법 14년째 ‘제자리 걸음‘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8.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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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광역시도 중 4곳, 2009년 관련조례 제정 후 기본계획도 없어
가족 실태조사 등 여건조차 파악 안돼…“법제화 기반 통합지원서비스 절실“ 지적
ⓒ경상북도장애가족지원센터
지난달 19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지역 장애인 건강권 정책토론회에서 ‘여성장애인 임신과 출산 실태’에 대한 발표가 이뤄지는 중이다. 토론회는 장애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경북장애인부모회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열었다. ⓒ경상북도장애가족지원센터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장애인가족 종합 지원을 명시한 광역지자체 조례가 만들어진 지 14년이 흘렀다. 하지만, 여태껏 지역 맞춤형 사업을 위한 기본계획조차 내놓지 않은 지자체가 여럿이다. 특히, 정책방향 없이 민간에 관련업무를 떠맡겨 당장 입법을 통한 지역복지 전달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된다.

2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전국 시·도별 장애인가족 지원 사업 현황을 보면, ‘장애인가족 지원 조례’를 제정·시행 중인 전국 광역지자체 16곳 가운데 조례에 따라 지자체 별도 계획이 없는 지자체는 인천·강원·충북·전남 등 4곳이다.

이 조례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과 실질적 보호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지자체 사업 근거를 담고 있다. 지난 2009년 전국 최초로 조례를 만든 강원·충남 등을 시작으로 10여년간 전국으로 확산했고, 이에 따라 대구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는 의무적으로 장애인가족 지원계획을 정기적으로 내놔야만 한다. 인식 개선, 돌봄·휴식 지원, 사례 관리, 역량 강화 등 지자체 차원에서 가족을 통합 지원할 시·도 정책 방향을 종합 제시하게 된다.

하지만, 조례 규정에 맞게 꾸준히 계획을 수립한 곳은 사실상 ‘경북’이 유일하다. 경북은 5년마다 별도 기본계획을 세울 것을 명시했는데, 2015년 11월 조례 시행 이후 경북행복재단 등을 통한 용역을 토대로 올해까지 두 차례 계획을 내놨다. 용역비로만 5억원이 넘게 투입됐다.

반면, 4개 지자체는 아예 계획을 한 차례도 수립하지 않았고, 다른 지자체는 비교적 최근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산·울산·세종 등 3곳은 올해 처음으로 조례에 따른 계획을 수립했다. 제정 시기가 2012년인 세종으로는 11년 만이다. 지난해부터 계획을 수립 중인 제주를 비롯해 경기가 2020년, 전북·경남이 각각 2015년 첫 계획을 수립했고 이후엔 각자 비정기적으로 계획을 발표하는 중이다. 해당 지자체 모두 매년 계획을 수립하도록 조례에 규정돼 있다.

그나마 최근에서야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장애인가족 지원을 규정한 법률 제·개정 영향으로 보인다. 2017년 각각 시행된 ‘장애인복지법’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대표적인데, 법에 따라 발달장애인 가족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지자체 단위로 설치해 민간위탁 중인 ‘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의 연계성이 커진 탓이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에 주력해 주간활동과 재활 등을 지원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달리 해당 센터에선 장애인 가족에 초점을 맞춘 상담과 장애 수용 프로그램 등을 맡고 있다.

지자체가 이전까지 장애인가족 지원에 대한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는 해당 조례를 토대로 지역 맞춤형 복지 사업을 실시하는 고민 대신 센터를 설치하고 민간 단체·기관 등에 관련 업무를 위탁에만 주력해왔다는 것이다. 현재 강원·전북·전남·제주 등 4곳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광역센터를 갖추고 있고 이를 위해 매년 운영 보조금(관련 사업비 포함)으로 평균 3억~4억원이 투입된다. 심지어는 조례가 없는 대구를 비롯해 광역센터가 없는 4개 시·도에서도 기초 단위 센터 운영 등을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

자연스레 장애인가족 관련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자 지역 거주민들의 실태를 파악한 지자체도 거의 없다. 올해까지 부산·인천 등 2곳이 장애인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차례 실시했고, 경기에선 2021년 센터 활성화를 목표로 경기복지재단에서 한 차례 욕구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충남은 2021년 복지용구 관련한 장애인가족 대상 조사가, 경북은 장애인가족 지원 5개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실태 평가가 일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장애인가족지원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회안전망 부족으로 발생하는 장애인 존속 살해 등 사회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책임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지역 기반의 장애인가족 복지 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특히 지역 내에서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 특수교육지원센터를 비롯한 각종 장애인가족 서비스를 담당하는 인프라를 통합·연계하는 기능 재정립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장애인가족들은 경제활동 중단이나 포기로 인한 소득 감소와 함께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 지출까지 겹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장애 가족을 돌봐야 하는데 고령화로 인한 노동 부담이 계속 커지는 데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심리·정서적 문제까지 가중된다. 당연히 사회 활동에 참여하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지원은 일회성인 반면 지자체에서 긴급돌봄과 같은 양육 지원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맡는다. (현장에서 필요한) 장애인가족 지원을 위한 신규 사업을 개발·추진하는 것도 결국 지자체 몫이다. 이를 국가 주도의 지원 체계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지금까지 장애인가족에 대한 서비스는 당사자 초점 맞춘 서비스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성격에 가까웠다. 근거 법으로만 장애인복지법, 발달장애인법, 특수교육법 등 최소 4가지로 나뉘어 규정돼있고 서비스도 달리 이뤄진다. 이를 별도 입법을 통해 지원 여건 자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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