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중심 일자리‘ 논란 부산서 재현되나
‘권리중심 일자리‘ 논란 부산서 재현되나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8.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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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 일자리’ 본격 도입
불법 시위·집회 참가활동의 노동 여부 판단기준 불투명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 세계장애인대회 개막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시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수도권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논란이 지방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부산시가 관련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하겠다고 본격 나서면서다. 서울에서 퇴짜 맞은 불법시위 참가를 노동으로 인정할 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캠페인 외 불법시위 활동에 대한 시의 판단기준은 불투명하다. 일단 불법으로 보일 만한 활동은 지양토록 한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9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박형준 시장은 전날 열린 ‘2023 부산 세계장애인대회 개막식’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 도입을 공식 선언했다.

박 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앞으로 글로벌 장애인권친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UN장애인권리협약을 통해 권고한 장애인탈시설권리협약 등을 충실히 이행하려 한다. 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도입하고, 제도 확립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용시장에서 일자리 참여 기회를 얻기 어려운 최중증·탈시설 장애인 등을 지자체가 고용하는 사업으로, 2008년 발효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까지 두 차례 협약 이행 관련 보고서를 유엔장애인권리(CRPD)위원회로부터 심의 받으면서 ‘장애인 빈곤 감소’ 관련 대책 수립 견해를 표명받은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의 요구로 서울시는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로 260개 일자리를 만드는 시범 사업을 시행했고, 이후 경기·강원·전북·전남·경남 등지로 확산된 상태다. 올해 기준 6개 시·도 일자리 사업 규모는 130억6천368만원(본예산 기준)이다. 

그러나, 정작 사업을 시작한 서울에서는 직무 범위를 줄이며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을 보이는 중이다. 당초 서울시는 해당 사업으로 올 1월부터 12월까지 18세 이상 미취업 중증장애인 400명을 대상으로 하루 3~4시간씩 일 하도록 했다. ▲장애인 인식개선 ▲탈시설과 자립생활 홍보 등 권익옹호 ▲미술·사진·음악 등 창작 예술활동 등의 범위에서 활동을 하면 됐다. 전체 예산 규모는 58억원이고, 운영비를 제외한 인건비용은 46억원 규모다.

그러다 지난해 12월부터 본격화된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 이후 권리중심 일자리 사업에 비판이 제기됐다. 전장연은 대중교통 혼잡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오전 7시30분부터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가 올 때마다 타고 내리며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일부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자체 일자리 참여자의 시위 참여가 적정한지를 두고 의문이 나온 것이다.

지난 5월 김종길(국힘·영등포2) 서울시의원은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4년간 1만7천건이 넘는 활동실적 가운데 절반이 넘는 8천700건이 집회 참여나 캠페인 활동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참여기관 대부분은 전장연 관련 단체다. 첫해인 2020년도엔 11곳 가운데 9곳이, 올해는 25곳 가운데 18곳이 전장연 소속 단체”라며 “직무 내용이 타인 권리를 방해하거나 불법에 악용된다면 시민들이 용납할리 없다. 혈세를 투입한 공공일자리 사업이 시민 발목을 잡고 집회 동원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장연은 지하철 시위와의 관련성을 부정하며 ”노동자들을 비자발적인 불법 시위에 동원되는 수동적 객체로 치부하는 것은 존엄성 훼손”이라고 반박했으나, 결국 시는 지난달부터 ‘시위·집회·캠페인 활동 등을 제외’하도록 변경된 사업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또 매달 사업 수행기관별로 사전에 작성된 직무계획서를 토대로 실적을 별도 제출해야 하고, 허용되지 않은 직무 활동을 했을 경우 바로 참여 중단 조치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같은 장애인 인식개선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 활동을 마냥 제외하긴 어렵다. 중증장애 특성상 물리적인 직무에 제약이 있는 데다, 정부나 지자체는 유엔협약에 따라 장애인 권리 증대 등을 위한 대민 캠페인을 지속 추진·지속해야만 한다. 서울을 제외하고 5개 지자체는 물론 광주·부산 등 내년 사업을 준비 중인 지자체들도 이같은 활동을 직무에서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부산시는 서울 사례를 토대로 중증장애인을 위한 직무 개발 등 대안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김강식 시 장애인복지과 장애인일자리팀장은 ”지역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보다 참여자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직무를 만들고자 한다. 내년 시범 사업을 거쳐 부산 특화형 모델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일단은 캠페인 활동도 직무로 인정하면서도 (시민들이 보기에) 불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활동은 지양하도록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전장연과의 면담을 토대로 내년 10개월간 중증장애인 50명이 주 16시간씩 일할 수 있도록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 수요 조사를 거쳐 많게는 100명까지 참여자 수를 늘릴 수도 있으며, 이를 위한 세부 지침과 시행 방향을 현재 수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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