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준비가 돋보인 부산세계장애인대회
세심한 준비가 돋보인 부산세계장애인대회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08.12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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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DPI, 부산시, 조직위원회 등 치밀한 준비
차량지원 나선 두리발 기사들도 덩달아 보람
부산 벡스코 세계장애인대회 행사장

부산 벡스코에서 5일간 열렸던 세계장애인대회(BWDC)가 1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구촌 대전환, 그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열린 이 대회는 세계 각국에서 장애인 및 관련 단체 임원 등 2천여 명이 참여했다.

필자는 첫날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KTX로 부산역에 도착했다. 해운대 벡스코 행사장까지는 제법 먼 거리다. 어떻게 가는 것이 제일 빠를까 궁리하면서 기차에서 내려 대합실로 들어섰다.

대합실에 들어서자 눈에 잘 띄는 곳에 세계장애인대회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표지판 앞에 서 있던 도우미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필자를 보더니 세계장애인대회 가느냐고 먼저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1번 출구로 나가면 저상버스가 대기하고 있으니 이용하라고 친절히 안내를 해줬다. 여기까지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던 터라 기분이 매우 좋았다.

첫날 개막식 행사 참관을 마치고 주최 측에서 예약해 둔 부산역 근처의 아스티 호텔로 돌아왔다. 규모가 매우 큰 호텔인데 전 객실의 출입구가 무단차라는 사실에 놀랐다. 화장실 통로도 단차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전객실 무단차가 얼마든지 가능한 걸...

물론 출입구에 단차만 없앤다고 완전 무장애 시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출입구와 화장실 입구의 단차만 없애더라도 80%는 해결된다.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평상시 만나게 되는 호텔 등 대부분의 숙박업소는 출입구부터 단차가 휠체어를 가로막는다. 객실 하나 정도는 장애인 객실로 준비해놓기는 하지만, 장애인들이 단체로 투숙할 때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 전용으로 정해둔 객실마저 출입구 단차로 인해 이용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 호텔은 달랐다.

장애인실 한두개정도 갖춘 호텔에서도 그 장애인실이 특성상 대부분 프런트에서 가까운 저층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애인이 호텔의 고층에서 전망까지 즐기는 호사는 좀처럼 누릴 수 없다. 그러나 이 호텔은 전층이 무단차 객실인만큼 모처럼 고층객실에서 부산항의 화려한 야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행운도 덤으로 얻었다.

하룻밤을 잘 보내고 이튼날 아침에는 21층 레스토랑에서 부산항의 아침 풍경을 내려다 보면서 조식을 했다. 그리고 둘째 날 행사 참석을 위해 호텔을 나왔다. 장애인콜택시(부산에서는 ‘두리발’이라고 함)를 부르자니 대기시간 얼마나 걸릴지 몰라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지하철역으로 가기 위해 부산역 광장을 통과하는 길에서 또 안내요원을 만났다.

벡스코 장애인 행사장에 가느냐고 묻더니 장애인콜택시를 준비해두었으니 이용하라고 안내를 해줬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위해 부산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로부터 30여 대의 리프트 차량을 지원받아 휠체어 장애인들의 수송지원에 나섰다. 안 그래도 그날의 첫 번째 컨퍼런스부터 참가하려는데 시간이 빠듯했지만 빠르고 편리하게 행사장으로 갈 수 있었다.

두리발을 타고 가면서 운전기사와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대화가 오갔다. 자기는 이번 부산 세계장애인대회 지원을 위해서 차출되었는데 이런 행사에서 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지원을 위해 두리발 기사들 중에서 외국어가 가능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차출했다고 한다. 자기는 젊었을 때 영어학원 강사를 했던 사람이라 쉽게 선발되었는데 첫날은 김해국제공항에서 대기하다가 캄보디아에서 대표로 온 쟁애인 일행을 수송했다고 했다.

폭염과 준비 부족 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부산의 세계장애인대회 준비와 진행에 수고했던 한국장애인연맹(DPI Korea)과 조직위원회, 그리고 부산장애인총연합회 등 부산지역 지원단체 모든 분들의 노고가 고맙게 느껴졌다. 부산광역시의 이러한 역량이라면 2030세계부산엑스포를 유치하더라도 멋지게 성공할 것 같다.

세계장애인대회 장애인 참석자 이동지원을 위해 부산역 앞에 대기중인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 ⓒ소셜포커스
부산세계장애인대회 컨퍼런스의 모습.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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