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총은 성명서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가?
장총은 성명서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가?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23.08.16 09: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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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총의 논리 부재만 드러낸 성명서…
장애인 당사자 배정원칙을 장애인단체 알력으로 본질 흐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장총)이 8월 10일 발표한 성명서는 내지 않음만 못했다. 성명서 전체 내용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애매하다. 몇 번을 읽어봐도 그 주장이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 성명서는 오히려 장애인단체 간 알력을 조장하고 분열을 촉발하려는 의도로만 읽힌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직위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배정해 온 자리다. 더구나 지난 3월 13일 보건복지부가 김치훈 씨를 장애인권익지원과장으로 임명했을 때, 대다수 장애인단체가 반대한 이유는 장애인당사자 임용원칙이 깨졌다는 점이었다. 다른 이유는 부연 설명일 뿐 이게 핵심이었다. 그런데 장총은 이번 성명서에서 “당사자 임명 원칙의 재확인이 필요하며, 부득이 준수하기 어려울 경우 그 사유와 결정 원칙 등을 장애계와 적극 소통함으로써 이번 사태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란 궤변을 늘어놓았다. 한마디로 ‘장애인 가운데 인물이 없으면 비장애인을 임용하면 된다’는 주장이고, 더 나아가 이를 위한 원칙을 세우라는 것이다.

어떻게든지 비판은 해야 되겠는데 마땅한 구실이 없어 구구한 억지 논리를 붙여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성명서는 당연히 장애인에게 배정해야 하는 개방형 직위를 놓고 장애인단체 간 알력으로 호도하고 있다. 어쩌면 지난 3월에 있었던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임명과정에 장총이 비장애인 임용을 부추겼거나 이에 깊이 관여했다고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이 성명서는 “장애인개방형 직위 임명,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렇다면 임명 원칙과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또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임명 및 철회, 재임명 과정에 심각한 우려 존재”라고 붙인 부제목에도 오류가 있다. 임명 철회가 아니라 김치훈 과장 스스로 사직했다. 또 이번 재임명 과정에서 어떤 심각한 우려가 있었는지도 구체적인 사유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한 인사 검증 절차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알 수 없다. 김치훈 과장 스스로 사직했기 때문에 정부는 결정을 스스로 부정하지도 않은 내용이다. 또 “개방형 직위 임명 과정과 절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개선을 요구한다”는데, 이번 개방형 직위 임명 과정의 절차상 하자는 또 무슨 말일까 이해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지난 3월 인사과정에서 장총은 의도적으로 비장애인 인사를 추천했거나 이를 강력하게 옹호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번 성명서 내용과 같은 궤변을 늘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장총은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활동을 해 온 것이 아니라는 의구심이 든다. 너무 오랜 세월동안 무탈(?)하게 단체가 유지되어 온 까닭일까? 장총은 무엇을 위한 활동이어야 하고 그 본질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도 망각하는 듯하다. 장총의 발자취에서 누가 가장 큰 이득을 얻은 주체였는지도 살펴 볼 일이다.

장총은 각 장애인 단체의 연합체임에도 그 운영 방향성이나 이념에서 장애인 당사자 원칙을 찾을 수 없다면 이미 장애인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본질을 잃고 본질이 아닌 것을 앞세우는데 어떻게 올바른 장애인단체라는 정통성을 인정 할 수 있을까? 일례로 장총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같은 특정 장애인 단체의 불법성에 대한 명확한 반대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한마디로 장총은 가맹단체 위에 군림하면서 이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만일 전장연이 불법적이지 않고 합당한 장애인운동을 한다면 왜 장총이 앞장서서 그 일을 하지 않는가?

장총은 이번 성명서를 통해 특정 단체를 음해하고 있다. 그러나 성명서의 핵심 내용이 새로 임명된 신임 과장에 대한 흠결을 제대로 짚어내지도 못했다. 그리고 임명과정에서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지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치 새로 임명된 장애인 당사자의 자질부족이나 큰 흠결이 있다는 듯 오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 당사자를 탓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능력 없는 장애인 대신 비장애인이라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장총은 지난 수많은 세월동안 내세울만한 장애인지도자를 얼마나 양성해냈는지를 먼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장총은 장애인당사자 단체 비난에 앞서 장애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뭘 하고 있었는지를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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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 2023-08-30 11:51:53
이토록 체계적이고 분석이이며 발전지향적 논평을 일찌기 본적이 없습니다.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