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정부 장애인 키오스크 정책
거꾸로 가는 정부 장애인 키오스크 정책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3.08.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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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골목규제 간주
의무설치 대상 완화 추진…“접근성 제한, 장애인 차별” 지적
ⓒ중소벤처기업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S1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규제애로에 대해 논의하는 ‘일상 속 골목규제 뽀개기’ 행사가 있었다. 맨 앞줄 가운데 피켓을 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셜포커스 김은희 기자] = 디지털 소외계층인 장애인의 배리어프리 관련 정책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라는 이유를 들어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의무화 예외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장 안 장애인 전용 창구를 두면 키오스크 의무설치 대상에서 빠지는 식이다. 그러자, 일각에선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또 다른 차별을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올해 1월 개정 시행 중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 시행령’에 사업자 키오스크 설치·운영 관련 예외 규정을 추가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중기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관계자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 없이 장애인을 위한 대면 창구가 있으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화에서 제외하는 구상이다. 아직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건의에 앞서 자체 검토하는 단계”라며 “중기부 골목규제 관련 행사에서 도출된 안건으로, 참여한 시민 다수의 찬성을 토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이영 중기부 장관은 국민판정단 50여명과 규제애로에 대해 소통하는 ‘일상 속 골목규제 뽀개기’ 행사를 열었다. 이번 주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로, 사업장을 경영 중인 6명이 직접 나서 규제개선을 건의했다. 분야별 전문가 등 패널 토론을 거쳐 판정단이 안건별로 공감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첫 번째로 나온 제안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규제 완화’다. 2021년 6월 국회 장차법 개정으로, 올 1월부터 모든 사업자는 키오스크 설치·운영 시 모든 장애인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키오스크 앞 시각장애인 감지 바닥재 ▲점자블록이나 음성안내장치 ▲도움 필요시 수어·문자·음성 등 의사소통 수단 ▲휠체어 접근 가능 공간 또는 시각 정보 인식하고 물리적 조장 가능 장치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정작 보건복지부는 “준비 기간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이유로 시행령상 설치 의무 적용 기한을 최대 2026년까지 미뤘다. 이미 키오스크를 설치한 모든 사업자가 유예 대상으로, 법 개정 시점 기준 사실상 5년이나 미뤄진 셈이다. 또 새로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사업자는 내년 1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세 단계로 나눠 2025년까지 확대가 이뤄지는데, 매장 바닥면적의 합계가 50㎡(15평가량) 미만 시설은 아예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이날 현장에선 장애인용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사업자 대표로 나선 마옥천 베비에르 대표는 “기기 설치 비용만 3~10배 증가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둔 키오스크가 되려 비용 부담 원인이 된다”며 “기기 기준이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대면 주문이나 결제 창구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도 “배리어프리 자체가 우리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배리어’인 상황”이라며 “여력이 되는 수준에서 키오스크 (규제를) 해야 한다. 시행 시기를 늦추는 등 부담감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를 비롯해 판정단 대부분도 예외 규정을 신설하는 데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기부는 장차법 시행령 제10조 3항 개정을 고심 중이다. 기존 조항에선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장애인이 키오스크에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를 사업장 규모와 관계 없이 대면 창구를 마련하거나 결제창구를 마련하는 등의 대체 수단을 뒀을 경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에서 제외하도록 고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우려가 제기된다. 법 개정 취지와 달리 장애인을 위해 별도 창구를 두는 것조차도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이미 매장 대부분이 대면 창구를 갖추고 있음에도 키오스크 설치를 통해 상주 인력을 줄이고 있는 만큼, 법 개정 실효성이 떨어지리란 우려도 나온다. 

지체장애인 당사자로서 경기도 장애인편의시설설치도민촉진단으로 활동 중인 조봉현 명예단장은 “장애인도 동일하게 키오스크라는 기기를 통해 편리하게 계산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별도 창구를 두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부담이 큰 만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견인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부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최대한 법 취지에 맞게 추진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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