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의림지로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
제천 의림지로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3.08.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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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골제, 수산제와 함께 국내 최고最古 저수지
소나무, 전나무, 버드나무 등 산책로 경치 일품

충북 제천에 있는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다. 과거 학창시절에 국사시험문제로 자주 나왔던 내용이다. 벽골제나 수산제와는 달리 제천 의림지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여전히 관개농업에 이용되고 있다.

으림지 당일치기여행을 위한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의림지 당일치기여행,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소셜포커스

의림지 조성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삼한시대에 축조되었다는 기원설이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녔기에 지명에도 영향을 끼쳤다. 의림지를 기준으로 서쪽과 남쪽 지역인 충청도를 호서로, 전라도를 호남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의림지는 호반둘레 1.8㎞, 만수면적 15만㎡, 저수량 661만1천891㎡, 수심 8~13.5m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까닭일까, 의림지를 방문한 날은 습하고도 더웠다. 그런데 가끔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햇살은 피부가 아플 정도로 따갑다. 필자는 지난 겨울에도 한번 다녀왔었기에 이번에는 그 반대인 여름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의림지는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관광지다. 계절별로 느끼는 맛이 모두 다르다.

의림지 호수.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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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공원은 여름날씨에 뜨거워 사람이 없다. ⓒ소셜포커스
인공폭포와 분수
인공폭포와 분수는 여름의 더위를 떨쳐 낸다. ⓒ소셜포커스

의림지는 제천 10경 가운데 당당한 제1경에 꼽힌다. 의림지를 둘러쌓고 산책로인 제림이 조성되어 있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 안 걸리는 거리다. 그렇지만 제림 위에는 소나무와 버드나무 숲이 이어진다. 주종은 수백 년 묵은 노송이거나 버드나무다. 그러나 전나무와 은행나무, 벚나무 등이 함께 자라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다. 그래서 계절별로 구경하는 맛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의 맛을 보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의림지 솔밭공원을 지나 인공폭포 방향으로 향한다. 산책방향은 반 시계방향이다. 데크를 지나자 산책로 위에 만들어 놓은 인공폭포 아래를 지난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더위를 한 방에 날려 보냈다. 인공폭포를 지나면 호수를 막아 놓은 용추폭포가 있다. 용추폭포 위에는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유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높이 때문에 아찔하지만 시원하기도 하다.

폭포를 지나면 경호루 앞을 버티고 서 있는 소나무가 마치 의림지를 지키는 수문장과도 같다. 영호정을 지나면 우륵정이 나온다. 우륵정을 지나쳐 주차장 부근으로 걷다보면 의림지파크랜드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뜨거운 여름을 견디기 위한 가족들이 나들이 와서 시원한 물을 흠뻑 뒤집어쓰며 피서를 즐긴다. 호수 가운데 있는 순주섬이 외로이 물결위에 떠있다. 산책로를 걸으며 보는 순주섬은 의림지의 중심축과 같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제천의림지. ⓒ소셜포커스
섬
순주섬 위 나무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소셜포커스
아름드리 소나무가 호르로 드리워져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가지가 겨울 호수위에 드리워져 있다. ⓒ소셜포커스

겨울에 보았던 의림지는 그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의림지는 저수지 전체가 꽁꽁 언 채로 그 위에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설경 산수화였다. 아름다운 설경에 취해 차가운 날씨임에도 걸음이 빨라지지 않았다. 손에 입김을 호호 불어가면서 휴대폰에 풍경을 담느라 바빴다. 저수지는 꽁꽁 언 얼음 위에 눈이 내려 하얀 목화솜 얹은 듯 깨끗했다. 물 가운데 있는 작은 땅 순주섬은 숨이 막힐 듯 순백의 풍경 속에 몇 그루 나무들이 생동하는 숨결을 불어 넣어 주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수양버들은 설경을 배경으로 발을 늘어뜨려 놓은 듯 했다. 의림지는 이렇게 계절이 바뀌면 또 오고 싶은 장소로 각인됐다. 이 내용은 겨울에 왔을 때 써 놓았던 글이다.

제첨 맛집 돼지 등갈비
제천 맛집 돼지 등갈비 찜. ⓒ소셜포커스
곤드레 밥
곤드레 밥은 등갈비 찜국물에 비벼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 ⓒ소셜포커스
배추 밀메밀전
배추 메밀전은 등갈비찜에 양념이 갈비에 배기를 기다리며 먹는다. ⓒ소셜포커스

의림지는 규모가 작고 아담하지만 당일 여행지로 적격이다. 주변에 먹을거리도 많다. 필자는 제천에 오면 즐겨 찾는 식당이 있다. 돼지 등갈비 맛 집인 두꺼비식당에서 빈 위장을 채운다. 붉은 양념 국물에 담긴 등갈비 2인분이 나왔다. 콩나물, 버섯, 떡이 기본이다. 당면 사리를 추가로 주문해 가스 불 위에 올려놓았다. 양푼이 서서히 달구어지자 국물이 먹음직스럽게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상에 놓인 배추 메밀전을 맛있게 먹는 동안 양푼에서 끓고 있는 등갈비에 양념이 촉촉이 스며들었다. 손가락으로 하나 집어 두 번 입질을 하니 뼈만 남는다. 맵고 단맛의 고기를 씹고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는다. 매운 맛에 시원한 동치미는 두 양푼이나 들이켰다. 상에 남아있는 곤드레 밥에 뜨거운 양념 국물을 얹어 슥슥 비벼 밥그릇을 뚝딱 비웠다.

저수지만 있었던 의림지 곁에는 의림지를 공부할 수 있는 박물관이 생겼다. 2019년 1월 문을 연 의림지역사박물관이다. 의림지의 역사와 문화, 생태적 가치가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다. 의림지는 24시간 개방된 장소다. 주차장 역시 무료다. 화장실도 공용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의림지의 봄, 가을 그리고 야간 풍경을 다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앞으로 또 다녀가야 할 여행지 목록에 기록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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