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즐거운 일상의 삶' 구현 앞장
장애인 '즐거운 일상의 삶' 구현 앞장
  • 임보희 기자
  • 승인 2023.09.25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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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장애인 복지 현장을 찾아서 ⑯용인시처인장애인복지관
보조기기 관리사 양호진씨가 휠체어 바퀴를 조립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임보희 기자] = "치익, 탕탕탕" 발달장애인 보조기기 관리사 양호진씨가 휠체어 조립 작업에 한창이다. 호진씨는 깨끗해진 휠체어를 보면 뿌듯하다고 한다. 용인시처인장애인복지관은 휠체어 이용인을 대상으로 청결하고 건강한 보조기기 관리를 위해서 올해 3월부터 보조기기관리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보조기기관리사들은 보조기기를 수거해서 분해하고 세척 및 소독하는 작업을 한다. 복지관 뿐 아니라 지역 행정복지센터, 특수학교, 병원, 장애인단체기관으로 출장도 간다. 지난 11일에는 성동구청장배 이동보조기기대회에도 참석해 복지관을 알렸다. 현재 2명의 보조기기 관리사가 활동중이며, 앞으로 4명까지 인원을 늘리는게 목표다. 

용인처인장복은 용인시에서 가장 면적이 큰 처인구에 있다. 시는 처인구, 기흥구, 수지구 등 3개 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올해 7월 기준 인구는 총 109만5천450명으로 기흥구(44만878명), 수지구(38만1천42명), 처인구(27만3천530명)이다. 전체 면적은 591.26㎢으로 농경지 103.66㎢(52%), 임야 307.59㎢, 대지 53.57㎢, 기타 126.43㎢다. 이 중 농경지가 제일 많이 차지하고 있다. 산업, 학업, 연구 시설이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관광·위락시설(에버랜드, 민속촌, 골프장, 스키장, 박물관 등)로 해마다 수 많은 인파가 몰린다.

경기도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용인시에 등록된 장애인 인구는 총 3만7372명이다. 장애유형별로는 지체장애가 1만5천570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시각장애 3천474명,  청각장애 6천79명, 언어장애 348명, 지적장애 2천912명, 뇌병변장애 3천840명, 자폐장애 891명, 정신장애 1천515명, 신장장애 1천771명, 심장장애 100, 호흡기장애 160명, 간장애 318명, 안면장애 37명, 장루·요루장애 289명, 뇌전증 68명 등의 순이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미래지향적 복지 플랫폼 구축 '스페이스'

AR존에서 볼링 체험을 하고 있는 이용인 모습. ⓒ소셜포커스
VR존에서 바리스타 체험을 하고 있는 이용인 모습. ⓒ소셜포커스

복지관 1층에서 이용자들이 몰려 각자 몸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한쪽에선 볼링공을 굴리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바리스타 체험을 하고 있다. 모두 가상 현실로 이뤄진 프로그램이다. 용인시처인장복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VR·AR 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해 장애인 신체, 인지능력, 직업능력 향상을 지원한다. 복지관은 처인구 지역 내 장애인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VR·AR 활용 기반 시스템 및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외부공모를 진행하며 영역별 스포츠 프로그램 도입도 추진 하고 있다.  한 프로그램에 골프, 야구, 발야구 등 30개의 스포츠 맵이 있다.

 

장애인 생활체육 지원, 그들의 식지 않는 탁구 열정

체육활동실에서 탁구를 연습하고 있는 복지관 이용인들 모습. ⓒ소셜포커스

지하 1층에는 탁구와 당구를 즐길 수 있는 체육활동실이 있다. 복지관 등록 성인 장애인 및 지역주민은 이곳에서 용인시장애인체육회 탁구지도자 수업을 듣는다. 처인장복에는 탁구동호회가 있는데 2015년 창단해 현재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실력을 키워 매년 탁구대회에도 참가 한다. 복지관은 지난 5월 비장애인 및 장애인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 3회 두리하나 어울림 탁구대회'를 개최했다. 또, '용인시 장애인 시각탁구교실'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이용인 2명(남·녀 단식 각 1명)이 '제13회 경기도 장애인 체육대회 2023성남'에 용인특례시 대표로 출전해 2위를 차지했다.

최판규씨(왼쪽)와 곽성란씨(오른쪽). ⓒ소셜포커스

평소 탁구를 애정하며 즐기고 계시는 이용자 곽성란씨, 최판규씨와 인터뷰를 나눴다.

곽성란씨는 2017년도에 선수등록을 하고 현재까지 매년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엘리트 선수다. 경기는 한 달에 두 세번 정도로 자주 있어 매일 훈련에 여념이 없다. 그는 "운동선수시절 몸이 안좋아진 이후 재활체육을 이어나가고자 탁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우연히 동호회 1대 회장님의 권유로 용인처인장복 탁구교실 이용을 시작했다"고 탁구 입문 동기를 밝혔다. 이어 "아프지 않고 동호회 회원으로서 소속감을 키우며 단합하는게 목표다. 지역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공헌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또, 지체장애인 최판규씨는 2018년에 선수등록을 해 꾸준히 활동 중이다. 그는 "우리한테 할 수 있는 운동은 드물다. 운동을 할때와 안할때 차이가 커서 매일 탁구를 통해 몸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항상 자신의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복지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동안이라는 부러운 소문이 자자하다. 말투에서부터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그는 탁구활동을 지원해주는 복지관 직원들에게 "항상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며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건강 챙기고 ! 실력 늘리고 ! 복지관 선생님들과 잘 지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나만의 '인생경주'로 새로운 도전 중

고령장애인 대상 웰다잉 프로그램 인생경주. ⓒ소셜포커스 

프로그램실 문을 열자마자 구호에 맞게 짝짝짝 소리가 귀에 닿는다. 용인처인장복은 용인시 거주 지체뇌병변 만 60세 이상 고령 장애인을 대상으로 웰다잉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과거 삶을 회고하고 죽음을 준비함으로써 현재의 삶의 의미를 찾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갖는 목적이다.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앨범을 제작하고 자서전을 쓰는게 목표다. 이날 인생경주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건강박수 7가지를 번갈아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강사는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서 지원하고 있다.

웰다잉 프로그램에 참가한 하경희씨(왼쪽)와 손재희씨(오른쪽). ⓒ소셜포커스

인생경주에 적극적인 참여자 두 사람과 인터뷰를 했다.

"박수가 그렇게 여러종류인지 몰랐어요" 하경희씨와 손재희씨는 오늘 진행한 프로그램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경희씨는 "장애인들이기 때문에 손과 발을 못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인생경주는 신체를 활용한 활동이 많아서 재활차원에서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인생이란 정답이 없다. 좋은소식과 슬픈소식 등 노년에 대한 삶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재희씨는 프로그램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그동안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할 수록 열심히 참여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동과 성찰을 오가는 소중한 시간을 즐길 것"이라고 목표를 설명하며 두 사람 모두 내년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한다면 꼭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용인처인장복 이선덕 관장과의 일문일답.

이선덕 관장. ⓒ소셜포커스

관장 취임 6년째를 맞는 소회는

"취임 6년이긴 하지만 2005년 팀원으로 시작했고 그렇게 관장이 된건 나에게 큰 영광이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용인시에서 일을 해서 좋지만 그에 따른 책임감이 크다. 처음 관장이 되었을때 전 관장님들이 모두 장애인 당사자이셨는데 그분들이 멋지게 운영해왔던 것을 비장애인인 내가 복지관 정체성을 잘 유지하면서 운영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들었다. 그래서 취임 첫 해때 직원들에게 "비장애인 관장이 취임을해서 장애인 이용고객이 불편하다거나 어려움을 표현하는것은 나에게 큰 부담이 될 것같다. 그래서 이용인들에게 그런말을 안듣게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모두가 협력해준 덕분에 아직까지 잘 운영 중이다. 앞으로도 복지관 운영 원칙은 직원들과 함께 장애인 복지 구현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복지관 기본운영 방침 및 철학은

"우리 복지관은 2005년에 개관해 18년간 우리 법인인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 법인의 장애인당사자주의 이념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역장애인의 일상의 삶을 실현하는 복지관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주도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작년에 복지관이 수탁 6기를 맞이하며 복지관의 미션과 비전, 운영 방향을 새롭게 수립하였고 SWOT 분석을 통해 미래지향적 복지 신기술 도입, 사각지대 없는 통합복지서비스 강화, 지속가능한 조직경영, 지역사회 중심 장애인복지 파트너쉽 강화, 장애친화적 사회활동 활성화를 운영방침으로 복지관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역점사업과 현재 추진경과는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장애인 복지사업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하드웨어 부분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AR·V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보조공학사업도 우리 복지관에서만 하고 있는 역점 사업인데 그것 또한 일상의 삶을 실현하는 복지관에 맞춰서 실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학과 공학을 접목했을 때 장애인분들에게 있어서 편리함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부분은 처인구 지리적 특성으로 인하여 접근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복지 및 교육 사각지대 장애인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복지사업(찾아가는 평생교육, 장애아동 놀이교사 지원, 맞춤형돌봄사업 등)을 통해 장애인의 평생학습권 보장 및 사회참여 증진, 복지서비스의 기회를 확대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한다. 찾아가는 평생교육의 경우 연간 4개 지역에 마을회관, 주민센터 등을 활용하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 9월 현재 총 3개 지역(원삼,백암면, 이동읍)에서 총 30명의 지역 장애인을 대상으로 원예 및 토탈공예 활동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맞춤돌봄사업의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사업으로 3년간 매년 1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발달장애인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자 사업을 진행중에 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 조력자 파견하여 가족의 부담을 완화하고 주양육자의 쉼 활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감소하도록 지원한다. 2022년 1차년도 사업을 시작으로 장애인 가정 총 12가정에 12명의 조력자를 매칭, 파견하여 발달장애 가족의 자조활동, 가족역량강화 활동, 발달장애 가족모임, 보호자 교육 등을 통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심리·정서적 회복을 지원하였으며, 올해도 2차년도 지원을 받아 참여자 및 조력자를 모집, 파견하여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력도 필수요소다. 그간 우수 협력사례가 있다면

"먼저 요즘 이슈인 장애인 고독사 등 사각지대 발달장애 가족의 돌봄부담 문제를 완화하고 심리정서적 지원을 하고자 지자체, 장애인복지 유관기관, 전문가 그룹, 대학교, 봉사단체 등과 협약을 맺어 사회적 돌봄지지체계를 구축했다. 올해 구축된 돌봄지지체계를 활용하여 마을 돌봄단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과 함께 ‘빨래방’ 사업, 장애인의 날 행사 ‘우리동네 1004건강&플로깅’ 사업을 협업하여 진행함으로써 지역사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하나 되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장애인식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또, 지역의 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가정을 대상으로 민관이 함께 사례관리를 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무한돌봄네트워크를 운영중에 있다. 정기적인 사례회의를 통해서 지원방향을 논의하고 민관이 개발한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보다 장애인의 문제해결과 안정적 생활을 할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역사회 병원과 협업을 통해 지역장애인들의 진료 및 치료 연계, 복지관 중요 행사 시 응급의료부스 운영을 통해 응급상황 대비, 건강정보를 제공하여 지역장애인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드리고 있다."

장애인 복지서비스 개선과 관련한 현 정부에 대한 기대는

"우리 복지관이 몸 담고 있는 지장협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당사자 주의'다. 장애인 이용자의 선택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약사항으로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현 정부의 핵심 장애인 공약으로 알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애인복지가 아닌 돌봄 영역을 비롯해 치료영역까지 다 방면의 지원으로 이용자 중심의 개별화된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의미 있는 정책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와 발맞춰 우리 복지관에서도 용인형 개인 예산제 사업인 ‘스마트 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연 10명을 선발하여 월 2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이용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사회복지사와 설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부에서도 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에 제공되는 서비스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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