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정치 팬덤… 강성지지층이 더 문제”
“지나친 정치 팬덤… 강성지지층이 더 문제”
  • 염민호 편집장
  • 승인 2023.09.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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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성향 버리고… ‘덜 나쁜 놈’ 뽑아야

지난 21일, 국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던 날이다. 이날 국회 앞 풍경은 정말 어지러웠다.

하필 이날 4년 만에 [새보람 기자학교]를 열게 됐다. 이날 밖에서 들려오는 큰 소음 까닭에 모처럼 마련한 교육 시간 내내 큰 지장을 받았다. 온종일 대형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정말 참기 힘들었다. 집회 자유는 인정하지만, 주변 사무실 업무에 이토록 피해를 주는 게 옳을까?

경찰은 이른 아침부터 많은 인력을 배치하며 집회 시위에 대비했다. 집회를 준비하는 사람들 역시 대형 전광판을 배경으로 무대를 설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체포동의안 부결을 외치는 민주당 지지자 4천여 명이 모였다고 했다. 이뿐 아니다. 민주당을 반대하는 쪽에서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외치며 대응 집회를 열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입장을 달리하는 양쪽 집단이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날 국회 앞 큰 도로가 거의 막혔다. 오전에는 양방향 모두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한 개 차선을 열어놓았다. 국회 앞 노선을 통과하는 시내버스조차 힘겹게 지나다녔다. 교통신호등은 정상 작동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밀려들었다. 교통신호등에 맞춰 경찰관이 사람과 차량을 통제했다.

그런데 보행자는 멈춰야 할 빨간 신호였다. 이때 손에 피켓을 든 한 중년 남성이 경찰을 향해 무어라고 항의했다. 건너갈 테니 차량을 통제하라는 듯 보였다. 같은 내용의 피켓을 든 무리와 함께한 까닭이었을까? 그 남성은 보행자 신호가 켜질 때까지 계속 경찰에게 화가 난 표정으로 뭐라 말했다.

좁혀진 차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모든 사람이 경찰 통제에 따라 보행신호를 기다렸다. 유독 한 사람이 보인 행동일 뿐이다. 이 사람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군중심리에 휩쓸리면 공공질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초대형 정치 이슈에 수천 명이 몰렸다. 정치 현실을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는 현장이다. 같은 성향끼리 동조하며 세를 과시했다. 비록 주장하는 의견을 나타낸다지만 그 실체는 혐오 가득한 언어폭력이다. 그러나 오가는 거친 소리는 에너지를 소멸한 채 흩어지는 힘없는 파편에 불과하다. 마이크를 잡고 앙칼진 목소리를 쏟아내는 사람은 자기만족을 느낄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실상 큰 소음 덩어리다.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정치혐오를 키우는 원인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이념이나 사상, 종교심까지도 지나치게 강조하면 독이다. 다른 사람이 갖는 관점을 바꾸려고 강요함은 옳지 않다. 좋은 기대감조차 사라지게 한다. 특히 정치인은 현안을 좋게 바꾸려는 게 아닐 수 있다. 이들은 혼란을 키우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유사 이래로 정치권력을 쥔 지도자가 국민을 위해 희생했다는 내용을 거의 찾을 수 없다. 뺏고 빼앗는 게 권력이 지닌 속성이다. 우리나라 헌법 조문에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나 권력을 사용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투표에 의해 선택받은 정치인이다. 그런데, 이들의 대표권은 일반 대중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소속 정당 속에서도 계파의 우두머리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향한 정치 팬덤도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강성 지지자가 꼬인다. 게다가 강성지지층을 규합해 정치 팬덤을 구축하고 이용하려는 정치인도 없진 않으리라. 강성지지층이 보여주는 지나친 행동은 참과 거짓을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이들은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데도 한몫한다. 강성 지지자의 지나친 행동은 지탄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개혁은 필수조건이다. 혼란하고 불안한 정치 현실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면 우리의 앞날이 어둡다고 봐야 한다.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어쩌면 우리나라는 주저앉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장 정치개혁을 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왜냐하면 거대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을 테니 말이다. 서로 대립하며 싸우는 거대 정당은 정치개혁만큼은 야합하듯 막으려 할 것이다. 이들의 손에서 법률이 바뀌는데 스스로 그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현실 정치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불행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진 않다. 깨어 있는 시민정신이 보수·진보 성향 버리고 단결한다면 가능하다.

먼저 학생운동권 출신부터 걸러냈으면 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사회정의는 무엇이었을까? 이들이 정치 주도권을 잡았어도 새로운 변화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꼼수 정치만 보인다.

구태에 찌든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 않으면 된다. 우선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정치인부터 거르자. 각종 비리 의혹받는 정치인은 당연히 걸러야 한다. 어차피 ‘나쁜 놈’ 가운데서 뽑아야 한다면 ‘덜 나쁜 놈’을 선택하면 된다. 국민 주권을 보여주는 제일 나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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