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初代) 대회의 중압감과 성취감
초대(初代) 대회의 중압감과 성취감
  • 소셜포커스(Socialfocus)
  • 승인 2023.10.06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회 서울국제초청장애인파크골프대회에 대한 단상
곽영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정책지원부장(대회 실무 책임자)
곽영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정책지원부장(대회 실무 책임자)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는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를 2019년 27회까지 개최했다. 이후 2020년부터는 코로나 여파로 3년간 대회가 무산됐다. 그러다 올해 장소, 주변 환경 등 어려움으로 장애인파크골프로 종목을 바꿨다. 종목 변경과 대회 개최 확정이 6월에서야 결정돼 실제 준비기간은 3개월 정도였다.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를 굴지의 국제행사로 성장시킨 지장협의 저력 덕분이다. 하지만, 초대 대회인 만큼 어려움은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해외선수 초청과 인솔이었다. 먼저, 한국장애인연맹(DPI)를 통해 해외선수단이 꾸려졌다. 장애인파크골프를 전혀 모르는 동남아 장애인에게는 유튜브 영상 링크를 제공했다. 이 과정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미얀마, 일본, 필리핀, 태국, 베트남 선수단이 구성됐다. 이 중 DPI를 거치지 않은 미얀마 선수단때문에 조금 애 먹었다. 인솔 과정에서 자국과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대 난제는 비자 발급이었다. 비자를 받기 위해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사관이 요구하는 양식대로 서류를 만들고, 외교부를 통해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그 와중에 베트남은 스캔본이 아닌 원본을 요청해 국제특송으로 보냈다.

그러나, 비자 발급까지 한 달 넘게 걸려 마음 졸였다. 8월 초 관련 협조공문을 보내고, 다음 달 6일에서야 비자가 나왔다. 대회 개최 불과 5일 전이다. 휴일 비자심사 업무가 몰려 늦어졌다는 게 대사관 측 설명이다. 당시 대기자만 100여 명이었다고 한다. 한인의 경우 한국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 비자발급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걸린다고도 했다. 또, 복잡한 서류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현지 대사도 힘들어 했다는 전언이다.

대회 준비 중 이 때 진을 다 뺀 것 같다. 과거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인솔과정 중 선수 이탈로 고생한 적이 있어 각별히 신경써야 했다. 이들의 중간 이탈을 막기 위해 외출과 단체일정 외 모든 행동을 제지했다. 불가피한 조치였어도, 지금 돌이켜보니 마음에 걸린다. 어쩔 수 없었지만, 안타까움과 미안하다. 한국에 왔으면 궁금한 것도, 보고싶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비자발급이 그토록 까다롭지 않았다면 좀 더 여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들을 좀 더 배려하는 건 내년 대회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다.

대회 기간 중에는 변덕스런 날씨가 문제였다. 첫 날과 둘째 날은 30도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경기가 펼쳐진 노을공원 파크골프장 체감온도는 더 높았다. 애초 이런 무더위에 대비해 부스마다 아이스박스를 준비했다. 그러자 참가자 일부는 대형선풍기 타령을 하며 불만을 토해냈다. 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선풍기는 둘 수 없는 환경이었다. 연결 전선에 걸려 넘어져 작은 사고라도 나면 안되서다. 참가자들에게도 이런 내용을 안내하고 양해를 구했다.

대회 마지막 날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결국, 오후 폐회식도 장맛비 속에 진행해야 했다. 결선 진출 장애인선수들은 우중 경기를 펼쳤다. "비가와도 한번 시작한 경기는 Go~"라는 한 심판의 말이 기억난다. 악천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놀라웠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명실상부한 프로선수라 할 만하다.

초대 대회는 늘 많은 아쉬움과 부족함을 남기는 것 같다. 대한장애인골프협회 지원을 받았지만, 일정이 촉박했다. 그때문에 충분한 자문도 받지 못하고 급하게 진행됐다.

해외선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스케줄 관리도 보완요소다. 일정이 빠듯해 대회 규칙과 경기방식을 이해하기에도 그들에겐 턱없이 시간이 부족했을 터다. 파크골프는 그들에겐 전혀 새로운 스포츠다. 자국에서 장애인이 공원 잔디 위에서 골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고 했을 정도다. 그래도 참가국 중 일부는 큰 관심을 보여 너무 고마웠다. 태국과 베트남은 자국에서 대회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 태국에선 지체장애인단체 위원이, 베트남에선 패럴림픽위원회 위원이 각각 선수단에 합류했다. 미얀마 역시 초청받으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반면, 참가국 모두 경기 장비 지원 필요성을 호소했다. 파크골프를 연습하고 싶어도 장비를 쉽게 구할 수 없어서다. 해외 초청선수가 아닌 어엿한 정식경기 참가도 갈망했다. 이번 대회에선 국내선수와 기량 차이로 해외선수단은 9홀이 아닌 4홀 플레이를 펼쳤다. 한 미얀마 선수는 폐회식 후 숙소로 돌아와 내게 "저도 순위에 들어 메달도 타고 트로피도 받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워요"라고 했다. 다소 서툰 영어지만, 진심이 묻어났다. 이 모습 또한 내겐 무척 고맙고 반가운 일이었다.

이로써 이번 대회의 궁극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본다. 일단 생면부지(?)의 파크골프와 첫 대면을 했으니 말이다. 내년 대회에서 해외선수단 기량은 분명 더 발전해 있을 터다. 파크골프도 이런 열정과 관심 속에 국제스포츠 교류의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 이제 국내·외에서 장애인파크골프를 향한 러브콜이 쏟아지는 유쾌한 상상까지 한다.

첫 대회라 부족함이 많았을텐데 이해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국내 및 해외선수단, 김광환 대회조직위원장(한국지체장애인협회장)과 임직원, 통역 및 수송 담당 경기요원 모두가 이번 대회 주역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