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업 일감 몰아줘도 증여세?
가족기업 일감 몰아줘도 증여세?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10.30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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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세습과 관련한 절세 전략은?
중소기업간 거래는 증여 해당 안 돼

조봉현 세무사의 알기 쉬운 세금 이야기 [107]

A씨는 잘 나가는 중견기업인 ㈜갑을이라는 법인의 최대주주다. 나이도 많아지고 해서 이 회사를 아들 B씨에게 물려주고 싶다. 생전에 회사를 물려준다는 것은 그 회사의 주식을 증여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증여세다.

비상장기업인데 잘나던 회사라서 미처분이익도 많이 쌓여있다. A씨의 보유 주식은 모두 10만주다. 주당 가치를 평가해보니 20만원이 나왔다. 10년 전 창업할 때는 주당 1만원에 불과하던 회사가 이렇게 성장한 것이다.

이를 모두 증여한다면 증여가액은 200억원이 된다. 이에 대한 증여세는 95억원 1천500만원이다. 

증여세 없이 회사를 물려줄 고민을 하던 A씨는 아들이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으로 회사를 새로 만들어서 이익이 많이 나는 일거리를 몰아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새로 차린 회사는 ㈜병정이다. 발행주식 2만주에 자본금 2억원으로 시작했다. 중소기업이다. 아들의 지분은 80%다. 창업자금은 아들이 스스로 조달했기 때문에 증여세는 없다.

㈜병정이 설립되고 나서 ㈜갑을이 생산하는 제품의 원재료는 대부분 ㈜병정으로부터 공급받는다. ㈜병정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인 ㈜갑을이라는 든든한 매출처가 있어서 금방 성장할 것이다. ㈜병정에 이익이 쌓이다 보면 창업시 1만원에 불과하던 주당 가액이 언젠가는 수 십만원에 이르고 아버지 회사를 초월할 수도 있다.

A씨는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거리를 몰아주는 대신 자신이 대주주인 ㈜갑을은 가급적 이익을 최대한 줄이거나 결손을 내는 등 회사를 점점 줄이기로 했다. 나중에 상속을 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회사 가치가 그대로 유지가 되는 한 상속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요건과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회사를 2세들에게 간접적으로 넘겨주는 경우에 증여세를 피할 수는 있을까? 증여세를 완전히 피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과세요건을 잘 피하면 상당한 절세가 가능하다.

먼저 ㈜갑을과 ㈜병정은 특수관계법인에 해당한다. 특수관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복잡하다. 증여세와 관련한 특수관계인 범위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2조의2에 상세히 규정돼 있다.

세법에서는 특수관계법인을 이용하여 부를 이전하는 사례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위해 특수관계법인간의 일감몰아주기나 떼어주기 등으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 증여로 의제하고 있다. 이번에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 알아본다.

일감몰아주기의 경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이 수혜법인에게 일감을 몰아주어 발생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과세한다. 법인의 영업이익은 주가상승을 통하여 주주의 이익으로 전환된다. 수혜법인의 영업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장기적으로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따라서, 수혜법인의 영업이익 중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부분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그 지배주주에게 과세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수혜법인이란 ㈜병정을 말하고, B씨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다.

이른바 일감몰아주기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발생한 이익에 대하여 증여세 부과함으로써 적정한 소득의 재분배를 촉진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우려가 있는 일감몰아주기를 억제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른 과세요건은 아래의 3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①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이 있을 것
②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이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할 것.
③ 지배주주와 그 친족의 주식보유 비율이 한계보유비율을 초과할 것

위 ②조건에서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이란 수혜법인의 총매출액에서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정상거래비율은 중소기업의 경우 50%, 중견기업은 40%, 그 외의 법인은 30%다. 따라서 ㈜병정의 경우 총매출액에서 ㈜갑을에 대한 매출액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다면 몰아주기 등으로 인한 증여세는 피할 수 있다.

그런데 매출액 비율을 계산할때 제외하는 금액이 몇가지가 있는데 있는데 가장 눈에뜨는 항목이 중소기업간 거래이다. 따라서  ㈜갑을이 중소기업인 경우라면 ㈜병정도 중소기업이므로 일감몰아주기에 의한 증여의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잘 활용하면 절묘한 절세전략이 될 수도 있다.

매출액 비율 계산시 각각의 매출액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4조의2 제10항에서 열거하고 있다. 

또 위③에서 말한 한계보유비율에 대해서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10%, 그 외법인 3%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주식보유 비율을 계산할 때는 그 대상은 지배주주를 중심으로 그의 친족 즉,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이 모두 포함된다. 그리고 일정 요건의 간접출자 비율도 포함된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과세가 되는가?

과세요건이 성립되는 시점은 수혜법인의 해당사업연도 종료일이다. 그리고 증여자는 특수관계법인이 해당되고 수증자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가 된다.

증여의제로 인한 이익은 수혜법인의 세후영업이익에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하는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한계보유비율을 초과하는 주식보유비율을 곱하여 계산한다.

중소기업의 경우를 들어 좀더 쉽게 설명하면 다음 산식에 따라 계산한다.
세후영업이익 ×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 – 50%) × (주식보유비율 – 10%)

㈜병정의 해당연도 세후영업이익이 5억원이고 ㈜갑을에 대한 매출액 비율이 70%라고 가정하면 B씨에 대한 증여의제 이익은 얼마나 될까?
5억원 × (70%-50%) × (80%-10%) = 5억원 × 20% ×70% = 7,000만원

증여가액은 7천만원이다. 증여자가 법인이기 때문에 증여재산공제 없이 바로 10%의 세율을 적용하므로 증여세는 700만원이 된다. 증여세는 10년 단위로 계속 누적하여 합산하여 과세한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와 같이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는 개별, 건별로 과세하기 때문에 합산과세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특수관계자간 제품판매 등의 거래를 할 때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특수관계자와 거래에서 적정한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거나 높은 가액으로 거래하는 경우에는 그 차액만큼 이익을 본 사람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시가와 30%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거나 3억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에 그렇다. A가 B로부터 현저하게 높은 가액으로 제품을 구입하게 되면 B가 수증자가 될 것이며, 현저하게 낮은 가액이라면 A가 수증자가 된다.

일감몰아주기나 떼어주기로 인한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 신고납부기한은 수혜법인의 법인세 신고납부 기한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이다. ㈜병정이 12월말 결산법인이라면 3월말까지 법인세 신고기한이므로 그로부터 3개월이 되는 6월말이 증여세 신고기한이다.

* 이 글은 작성일 현재의 세법을 근거로 알기 쉽게 정리하여 설명한 것이므로 생략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법은 변수도 많고 자주 개정되므로 실제 적용시는 사안별로 세무사 등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합니다.(필자 주)

* 독자들을 위한 세무상담 안내: 상담하실 내용과 전화번호를 메일(bh1958@naver.com)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광교세무법인 조봉현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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