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전역 횡단보도, '위험천만, 아슬아슬'
부산전역 횡단보도, '위험천만, 아슬아슬'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11.11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계석 급경사·곡각지점으로 교통약자 이동 불편
법정기준도 무시한 시의 이상한 횡단보도 시공법
횡단보도 진입로 경계석의 급경사, 실제는 더 가파르다. 부산시내 전역에서 이런 모습이 발견된다. ⓒ소셜포커스

차량이 다니는 모든 도로는 곳곳에 사람이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가 있다. 그 횡단보도는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도 불편없이 건널 수 있도록 진입로는 경사형으로 시공하고 경계석은 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하더라도 2㎝를 넘을 수 없다. 그리고 경계석을 포함한 진입로의 기울기는 12분의1 이내라야 한다. 즉, 밑변의 길이가 높이의 12배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항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그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그런데 휠체어로 부산 시내 곳곳을 다니다 보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보도와 차도 사이에 설치된 경계석의 곡각 부분과 심한 기울기로 인해 휠체어가 크게 요동을 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특히 허리 부상 등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척수장애인의 경우에는 그 충격이 더 심하다.

휠체어를 상시 이용하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전 사무총장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이러한 충격이 반복되거나 심한 경우 장애가 더 악화될 수도 있어서 이처럼 위험이 있는 곳은 철저히 피해서 다닌다”고 말했다.

이 정도가 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휠체어가 다니는데 불편한 길은 유아차나 노인들의 보행보조기구인 실버카가 이동하는데도 불편하다.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법정 규격에도 어긋나는 시설이다.

문제는 다른 도시에서는 그런 현상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는데 유독 부산지역에서만 시내 전역이 그렇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부산은 오래 전부터 해운대 등 관광지와 보도정비가 이뤄진 곳을 중심으로 이상한 모델의 경계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제 부산 시내 거의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청이나 각 구청에서 횡단보도 정비를 하게되면 모두 그러한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횡단보도의 일반적 형태는 차도와 수평으로 경계석을 묻고 연결되는 진입로의 보도블럭은 경사형으로 시공한다. 그 경사로의 법정기울기 한도인 1/12을 각도로 환산하면 4.8도다. 따라서 휠체어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 각도는 4.8도 이내여야 한다. 그리고 꺽이는 부분이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 부산을 제외한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는 이러한 기준은 준수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내에서 사용하는 횡단보도의 경계석은 가운데 부분이 꺽이면서 차도로 이어지는 경사면도 대부분 12도가 넘는다. 곳에 따라 17.6도까지 나왔다. 12도면 법정각도의 2.5배이다. 17.6도는 3.6배가 넘는다. 모두 불법시설이다.

뿐만아니라 경계석을 깍아서 고도의 가공을 했기 때문에 공사비도 일반적인 방식보다는 훨씬 더 들었을 것이다. 공사비를 일부러 더 들여서까지 법에 어긋나는 시설을 했다니 예산낭비까지 하는 셈이다. 

도대체 어떤 경위로 이러한 공법이 도입되었을까? 부산시내 각 구청에서는 어떤 근거로 이처럼 법에 어긋나는 방식의 시공을 계속하고 있을까? 교통약자에게도 불편을 주고 법적 요건에도 맞지 않고, 예산까지 더 들어가는 방식이 왜 이렇게 확산되고 있을까? 부산광역시는 시급히 문제점을 분석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산광역시청을 방문해 그 현황과 사유를 알아보고자 했으나 담당자 부재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로비에서부터 방문을 허용해주지 않았다. 

이런 시설이 계속 늘어나고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부산과 그외 도시에 대한 횡단보도 시공방식을 비교한 개념도. ⓒ소셜포커스
이상한 방식으로 시공한 곳의 횡단보도 진입로는 대부분 법정각도인 4.8도를 현저하게 초과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