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사망 관련 학교 측 민·형사 책임 부정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장애인 통학버스 사망 사건에서 법원이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망 원인을 규명할 증거와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봤다. 결국, 보조교사와 학교 측 민·형사 책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일각에선 너무 폐쇄적이고 경직된 법 해석이란 지적이다. 특히, 장애학생 안전을 위한 주의의무의 편협한 판단을 꼬집었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광주지법 민사4부(김양섭 부장판사)는 뇌병변장애인 A(7)군의 유족 5명이 광주시내 한 특수학교 통학차량 실무사 B(56·여, 통학보조교사)씨와 학교장, 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학교는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유·초·중·고교 과정의 사립기관이다.
당시 재판부는 “스스로 목을 가누지 못하는 A군의 고개가 앞으로 숙였는데도 통학차량 실무사 B씨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는 가족들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다. 또, 대한법의학회 등의 감정결과, 자세가 사망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고, A군이 가진 질환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는 A군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경우, 호흡곤란으로 숨질 수 있다는 사정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군은 2016년 4월 6일 자신이 다니던 광주시 한 특수학교 통학버스 안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인근 전남대병원으로 옮겼지만, 같은 해 6월 12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당초 A군은 생후 15개월 만에 희소질환인 미토콘트리아 근병증과 웨스트 증후군으로 뇌병변 1급 판정을 받았다. 세포가 자라지 않아 근육을 전혀 쓸 수 없는 중증장애다. 한 번 고개를 떨구면 스스로 들 수조차 없다.
경찰 조사결과, A군은 사고 당일 오전 7시55분께 통학차량에 올라 탄 뒤 4분 지난 7시59분께 울음을 터뜨렸다. 혼자 고개를 못 들자 숨 막혀 고통을 호소한 것이다. 당시 통학 보조교사 B씨는 A군 반대편 뒷자리에 있었다. 그러자 B씨는 뒤늦게 A군 모자를 벗기고 머리를 들어 올렸다. A군이 울기 시작한 지 6분 지나서다.
하지만, 1 분 후 A군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 이 때 A군 머리는 처음보다 더 아래로 숙여졌다. 스스로 한 번 고개를 들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새 B씨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무언가 검색 중이었다. 8분 가량 검색을 마친 후엔 누군가와 통화까지 했다. 고개 떨군 A군 모습을 확인했지만, 힐끔 보고 지나쳤다. 경찰조사에서 B씨는 “A군이 자고 있는 줄 알고 아무 조치 안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학차량은 8시30분께 학교에 도착했지만, A군 자세는 그대로였다. 학교 측은 그로부터 15분 지나서야 사태 심각성을 알아챘다. A군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허겁지겁 보건실로 옮겼다. 그러나, A군 얼굴은 창백했고, 기도가 막혀 호흡이 없었다. 119구급차량을 불러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심폐소생술로 심장을 다시 뛰게 했어도 의식은 찾지 못했다. 이후 A군은 68일간 의식불명으로 있다 6월 12일 오전 10시58분께 사망했다.
또, 법원은 B씨 등의 형사책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25일 광주지법 제3형사부(김태호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선고 받은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A군의 머리 자세가 사망과 관련 없다’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통학보조교사와 학교 측의 민·형사 책임 모두 부정한 셈이다. 이를 두고 한 편에선 또 다른 차별을 낳는 법 해석을 주장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법 적용이 2차 가해와 차별을 부른다는 얘기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담당 통학보조 교사와 학교 측의 주의 소홀과 안전의식 및 장애감수성 부족이 상당 부분 의심되는 사건에서 사망원인을 피해자에게서만 찾는 법원 판단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장애인 등 사회약자에 대한 기본 이해도 없는 법원의 꽉 막힌 법 해석과 적용은 우리 사회 또 다른 차별만 양산할 뿐”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