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대관람차, 장애인 차별 '눈총'
속초 대관람차, 장애인 차별 '눈총'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3.12.18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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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시설임에도 장애인 접근성 외면
허가 등 비리에 공무원 줄줄이 징계도
속초해수욕장 초입에 있는 속초대관람차, 작년 3월에 개장했다. ⓒ소셜포커스

속초아이, 속초의 푸른 바다와 설악산의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대관람차다. 아파트 22층 높이의 거대한 바퀴가 정원 6명의 관람차 36대를 달고 느릿느릿 돌아간다. 바라보는 높이에 따라 같은 장소의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최대 216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밤에 탑승하면 화려한 속초 시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 유일하게 해변에 위치한 것도 특징이다. 이로 인해 드넓은 동해 바다와 국내 최고의 명산인 설악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속초의 중심부에 있는 영랑호와 청초호를 내려다보는 것도 별미다.

2022년 3월 개장 이후 현재까지 누적이용자가 140만 명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면서 속초의 명물이 됐다. 대관람차는 단순한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거대한 구조물로 인해 대부분 그 도시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전국 10여 곳의 관광지에 크고 작은 대관람차를 운영 중에 있고, 여러 지자체에서 계획 중에 있다.

속초아이는 해수욕장 초입에 부지를 마련하고 약 9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고 한다. 대관람차 옆에는 4층 규모의 테마파크도 조성돼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앙젤루스라는 소원테마파크다.

해당 부지는 임해행정봉사실이 있었던 곳이다. 본래부터 속초시 소유의 공공토지다. 그곳에 주식회사 쥬간도라는 회사가 시설물을 건축해 속초시에 기부채납 했다. 그 시설은 기부채납한 회사에서 속초아이(sokchoeye)라는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시설이 분명히 속초시 소유다.

그러한 공공시설이 놀랍게도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장애인 차별시설이 됐다. 대관람차를 타기 위해서는 아파트 3층 높이의 승강대로 올라가야 하는데 모두 계단이다. 엘리베이터는 없다. 휠체어는 아예 접근할 수도 없고 노약자나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부축을 받아가며 위태로운 모습으로 힘들게 오르내려야 한다.

운영사 관계자에게 왜 최신 시설임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느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원래 설계단계에서는 들어 있었는데 허가단계에서 옥외시설이라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허가가 나지 않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도로의 육교에도 옥외시설이지만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그 관계자 말대로라면 시행사가 설치하려고 해도 속초시가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시행사가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더라도 장애인 등 이동약자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속초시가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속초시가 장애인 차별을 작정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좀더 제대로 알고 싶어서 보다 책임있는 관계자를 찾아서 문의했다. 그 관계자는 속초시 눈치가 보여서 그런지 속초시가 못하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속초시 담당부서의 허가단계에서 공무원이 옥외시설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선례가 없지 않느냐고 해서 스스로 제외했다고 한다. 결국, 그 말이 그 말이고 더욱 한심한 일이다.

다만 그 관계자는 이미 시에 기부채납이 되었으므로 속초시와 협의만 제대로 되면 지금이라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속초시의 행정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속초시 건축과 직원은 “대관람차 승강장의 엘리베이터 미설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 “시에서 설치를 못하게 했을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본래 속초시 소유 부지에 속초시에 기부채납 할 관광시설을 세웠다. 그렇다면 속초시 또한 건축 과정에서 깊숙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속초시는 강원도 내 시·군 중 유일하게 「무장애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무원들이 무장애도시 조성을 철저히 외면한 셈이다.

그런데, 이 대관람차가 허가 및 준공과정에서의 비리가 드러나는 바람에 몇달 전부터 감사원 등의 감사와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등 논란이 이어져 왔다. 관계자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고 이 일을 추진했던 전임 시장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현 시장이 건축 과정에서 위법 행위들이 발견됐다며 철거를 요구하자 운영업체가 반발하며 법정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면 공무원이든 기업이든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같은 속초시에서 이미 허가 및 준공을 내줬고 기부채납까지 받은 상태다. 이미 시민의 재산이 된 것이다. 결국 지루한 법정싸움에서 판가름이 나겠지만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100억대에 달하는 시민의 재산을 함부로 철거해도 되는지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철거비만도 수십억 원이 들 터이다.

거액을 투자한 사업이 1년 만에 중단되면 운영사도 도산할 것이고, 주변 상권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다. 속초아이 개관이후 속초방문자들이 늘고 주변 상권도 활기를 찾았다는 과거 기사들을 반추해보면 더욱 그렇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속초시, 조변석개의 행정이 기업과 지역경제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속초의 명소가 제자리를 찾고 관광약자 등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거듭날 수는 없을까?

휠체어 접근을 거부하는 대관람차 승강장의 계단, 몸이 불편한 사람이 부축을 받으며 힘들게 오르고 있다.
휠체어 접근을 거부하는 대관람차 승강장의 계단, 몸이 불편한 사람이 부축을 받으며 힘들게 오르고 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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