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동행 걷어찬 '포항 장콜'
교통약자 동행 걷어찬 '포항 장콜'
  • 조봉현 전문기자
  • 승인 2024.01.02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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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공휴일 오후 6시 이후 이용불가
운행 마감시간, 승객 대기시간도 어겨
포항역의 동행콜 전용 승강장에서 대기중인 장애인콜택시. ⓒ소셜포커스

지난 주말 휠체어 이용장애인 A씨는 처음으로 포항을 방문했다. 그는 포항시의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정말 어이없는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포항에 가기 보름 전에 이용자등록 신청해 이용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유독 포항은 주말 이용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누구나 필요할 때 전화신청에 의하여 이용할 수 있는 통상의 방식(즉시콜)이 포항에서만은 주말이나 공휴일의 경우 오후 6시까지만 운행한다. 그 이후 시간은 하루 전에 예약한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이 적은 시골을 제외한 대다수 도시들은 하루 중 24시간을 요일 구분없이 즉시콜로 운영한다. 그러나 포항은 유별나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행콜 홈페이지에는 동행콜을 24시간 운행한다고만 되어 있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늦은 시간대에 예약콜만 받는다는 정보도 공지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타지에서 공휴일 오후 6시 후에 포항을 방문하는 교통약자는 포항역에서 꼼짝없이 발이 묶이거나 되돌아가야 한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포항으로 간 A씨는 그날 오후 5시 3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포항에 도착하기 1시간 전에 포항 시설공단 동행콜 콜센터(포항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이용신청을 했다. 이때 콜센터 직원은 “접수는 받지만 대기자가 2명이 있는데 배차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걱정이 된 그는 다시 4시 40분쯤 전화를 했다. 다행히 배차가 가능하여 5시 10분쯤 포항역에 장콜이 도착할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KTX 도착예정시간이 5시 3분이라서 기차가 조금 연착하더라도 장콜 이용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했다.

그러던 차에 장콜 기사로부터 4시 50분쯤 전화를 받았다. 지금 포항역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콜센터에서 알려준 예상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였음을 알고 더욱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KTX는 5시 3분이 되어도 도착하지 못했다.

A씨는 5시 4분쯤 대기 중인 장콜기사에게 전화를 했다. 열차 도착이 약간 지연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사의 반응은 청천벽력이었다.

기차가 11분 정도 연착할 것으로 예상되어 콜취소 지시를 받고 빈차로 포항역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소식에 놀란 A씨는 곧바로 콜센터에 항의를 했고, 다시 배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콜센터는 한 술 더 떴다. 대기시간 10분이 초과했기 때문에 차를 빼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그리고 즉시콜 운행 마감 시간이 1시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배차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이 너무 황당했다. KTX의 연착으로 불가피한 상황인데다가 더 이상 장콜 배차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한마디 연락도 없이 탑승을 거부하고 배차를 취소한 것이다. 너무나 분했다. 그리고 운행 마감시간이 1시간이나 남았음에도 배차를 거부하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사를 1시간이나 놀리는 한이 있더라도 장콜기사의 칼퇴근에 지장을 주면 안 될 것이라는 배려가 작용할 것일까? 그렇다면 더욱 문제다. 장콜 배차가 안 되면 그 이용자는 아무런 용무도 보지 못하고 서울로 되돌아 가든지 중증장애의 몸으로 기차역에서 노숙을 해야 할 판이다.

콜센터나 기사가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사전통보도 없이 이용 권한을 박탈하고 배차까지 거부한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콜센터에서는 장콜이 5시 10분쯤 포항역에 도착할 것이라고 이미 예상 시간을 안내했기 때문에 최소한 그때부터 10분을 대기했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연착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했다면 당연히 추가대기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콜센터의 자세다. “부득이한 상황이니 좀 더 기다렸다가 손님을 목적지에 모셔드리세요”라는 하는 것이 콜센터의 정상적인 자세일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콜센터에서 먼저 콜취소를 지시했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동행콜 홈페이지에는 기본 대기시간을 10분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30분당 500원씩 대기요금을 받고 2시간까지 대기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대기시간 10분이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대기 규정이 시외 운행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내라 하더라고 기차연착 등 부득이한 경우라면 추가 대기가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을 얼마든지 둘 수 있을 것이다. 예외도 하나의 규정이고, 예외 규정이 많을수록 현실이 잘 반영된 앞선 된 규정이다.

장애인콜택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한 교통약자를 위한 제도이다. 주목적은 콜센터 직원이나 장콜기사의 일자리와 편안한 칼퇴근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장애인들에게 무한정 봉사를 해달라는 뜻은 아니다.

A씨는 이날 결국 장콜을 이용하지 못했다. 포항역에 도착해 수시간 동안 알만한 사람들에게 모두 연락해서 도움을 호소한 천신만고 끝에 민간 차량의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고통과 불안감이 오죽했을까?

기자는 이 사실을 듣고 콜센터에 직접 확인해봤다. 콜센터 직원의 해명을 듣고나니 더 기가 막혔다. 

“콜센터에서는 콜취소 지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 기사가 차량을 정차해 놓고 역사 내의 화장실에 갔었답니다. 그때 화장실에서 KTX 지연도착에 대한 안내방송을 듣고 나서 손님이 10분 내에 승차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 탑승자 부재를 이유로 차량을 철수하면서 콜센터에 보고한 것입니다.”

운전원이 KTX 지연도착 안내방송을 들었다면 손님이 제시간에 안 나오더라도 부득이한 사정임을 알고 오히려 더 기다려주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가 아닐까? 또 콜센터에서도 그러한 보고를 받았다면 그대로 승인할 것이 아니라 추가대기를 지시하는 것이 교통약자를 위한 장콜 운영기관의 자세가 아닐까? 더구나 그 이용자는 그 장콜을 타지 못하면 철도역에서 노숙을 해야 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 아니던가?

장콜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중증장애인에게 콜센터 직원이건 운전원이건 이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학대나 다름없다.

포항시는 인구 49만의 큰 도시다. 인구 규모가 유사한 7개 도시(인구 45만~55만)의 장콜 운영 실태를 비교해봤다. 특별교통수단인 리프트 차량 보유대수도 33대로 최하위였다. 포항시는 비교대상 다른 도시에 비해 지하철 등 장애인을 위한 대체교통수단이 없다. 그런 만큼 리프트 차량을 다른 도시보다 더 많이 보유해야 함에도 제일 꼴찌라니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문제는 포항시장이 직접 나서서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포항시와 유사규모 도시들의 특별교통수단 보유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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