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볼 만한 여행지, 간월도 간월암
서해안 볼 만한 여행지, 간월도 간월암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4.01.15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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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아름다운 낙조와 몽환적 잿빛 바다…
간월암, 고승들의 족적(足跡) 남겨
혼자 느끼고 생각하는 소중한 감성 여행의 맛 즐길 수 있어

서해안을 생각하면 아름다운 낙조와 잿빛 바다를 떠올린다. 낙조의 순 우리 말은 해넘이다. 순 우리 말 일출은 해돋이다.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이 수평선을 넘고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이 떠올랐다. 이번 해넘이와 해돋이는 궂은 날씨로 볼 수 없었다. 아쉽게나마 사진으로 보거나 다음 해로 넘겨야 한다.

서해안에서는 해넘이를 즐길 수 있지만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장소가 별로 많지 않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장소 중 한 곳이 간월도다. 간월도는 서산 부석면에 있는 섬이었으나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닿았다.

간월암 전경(간월안 홈페이지)
간월암 전경(간월안 홈페이지)

새해가 되었지만, 해넘이를 보려고 간월도로 향했다. 아침 날씨는 흐렸다. 그렇지만 구름 걷히기를 기대하며 출발했다. 기대와 달리 날씨는 개지 않고 꾸역꾸역 구름이 몰리고 진해지더니 비까지 내린다. 여행을 포기하고 돌아가려다 이왕 마음먹었으니 또 다른 색깔의 맛을 즐기기 위해 목적지로 향한다.

물길이 출임을 막은 간월암
물길이 출입을 막고 있는 간월암 ⓒ소셜포커스

간월도는 피안도(彼岸島)도 불리기도 했다. 방조제가 생기기 전에는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작은 섬이었다. 1980년대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됐다. 이후 간월도는 자동차로 수월하게 다녀갈 수 있다. 간월도 간월암은 피안사(彼岸寺)라고 불리기도 했다. 바닷물이 차오르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육지로 변신한다. 육지에 편입됐지만, 물때에 따라 섬이 되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운 해넘이는 물론 힘찬 해돋이 감성을 간직한 풍경을 보여준다.

간월암과 ‘굴 영양밥’은 간월도를 더욱 빛나게 한다. 간월도에 들어서자, 영양굴밥집이 해안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채 손님을 반긴다. 비가 오면 여행하는 사람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유비무객(有備無客)이라 할까. 그 대신 인적이 적으니 고객 대접은 더 살뜰하다. 해안도로를 따라 간월암 앞 주차장에 들어섰지만, 차량이 몇 대 없다.

간월암 낙조는 사진을 통해 감상했다(pixabay)
간월암 낙조는 사진을 통해 감상했다(pixabay)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는데 바다는 잿빛이다. 멀리 지평선에 맞닿은 하늘빛도 잿빛으로 물들어 경계가 있는 듯 없는 듯 몽환적인 선계를 보는 듯하다. 차량을 세우고 우산을 받쳐 들고 간월암으로 발길을 옮긴다. 분명히 간조 시간대를 체크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유일한 시멘트 도로는 무릎까지 잠겨 있다. 아뿔싸, 소금기 먹을 뿌연 바닷물이 진입을 거부한다. 간월암에 들어갔던 마지막 관광객이 물길 속으로 들어왔다. 추운 겨울 날씨인데도 뭍으로 나와야 한다는 일념이었는지 바지를 걷고 맨발로 건너오고 있었다.

간월암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를 물이 들어오며 막아선다. ⓒ소셜포커스

안타깝고 아쉬웠다. 물 때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잘못이 크다. 간월암을 직접 둘러볼 수 없어서 오직 마음의 눈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다. 더 깊어지는 물길이 뭍으로 밀고 들어왔다. 물길이 깊어지며 사람맞이를 거부하는 간월암 내부가 더 궁금해진다.

간월암은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한다. 고려 말, 조선의 왕사로 조선 개국에 참여했다는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한다. 그가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고 하여 암자 이름을 간월암(看月庵)이라 했고, 섬 이름도 간월도라 불리게 됐다.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폐사되었던 절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창 불사를 했다. 이후 벽초, 서해, 진암, 경봉, 춘성, 효봉, 금오, 성철 등 내로라하는 스님들이 간월암에서 수행하며 족적(足跡)을 남겼다.

간월암이 유명해진 까닭은 만공스님 덕분이다. 그는 이곳에서 1942년 8월부터 1945년 8월까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천일기도를 했다. 스님이 천일기도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지 사흘 후 조국이 독립을 맞이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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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보살좌상(간월암 홈페이지)

바닷물이 길을 끊어 간월암에는 들어갈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 그렇지만 뿌연 서해를 보며 왠지 모를 숙연함과 묘연함이 교차한다. 비록 간월암으로 들어갈 수 없었지만, 경내에는 법당인 관음전을 비롯해 산신각과 용왕각, 범종각이 있다. 절 앞마당에는 석탑 대신 만공선사가 심었다는 사철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간월암에는 목조보살좌상이 있다. 제작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갸름한 타원형의 얼굴, 비교적 긴 상체, 높고 안정감 있는 무릎, 부드러운 옷 주름 표현 등 표현 방식을 볼 때 임진왜란 이전에 제작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영영굴밥은 조리 중이고 영양굴 파전인 빨리 조리되었다
영양굴 파전이 식탁에 올랐고 영양굴밥은 조리 중이다. ⓒ소셜포커스

요즘 여행 코드 중 하나가 ‘혼자 느끼는 감성’이라고 했다. 감성은 사전적 의미로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을 의미한다. 여행지에서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격한 감성을 느끼는 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겨울비 내리는 잿빛 서해안에서 비록 덜 자극적이지만, 그저 좋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색다른 감성을 누리게 된다. 이 소중한 감성을 서로 나누는 것도 여행의 맛이다.

간월도 영양굴밥은 건강함으로 꽉 채워진 느낌이다. 싱그러운 굴 향을 내장으로 깊숙이 들여보낸다. 그러자 영양굴밥에 가득 담아낸 감성이 가득 차오르며 차갑게 식었던 몸까지 따듯하게 데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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