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폼페이, '공평도시유적전시관'
한국판 폼페이, '공평도시유적전시관'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4.02.2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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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근대 골목길과 건물터 발굴·복원
개발-보존 상생 '공평동 룰' 적용 첫 사례

올해 겨울 날씨는 유난히 변덕스럽다. 함박눈이 오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며 함박눈의 풍성함을 녹여 내렸다. 또, 비가 내리다 기온이 내려가 눈으로 바뀌어 천지를 하얗게 뒤덮었다. 기온이 이상스러울 정도로 올라 겨울옷을 정리해야 하나 생각하기 무섭게 영하 15도의 동장군이 엄습하여 옷깃을 다시 여미게 한다. 이런 변덕스런 겨울 날씨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 서울 도심에 있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서울역사박물관의 분원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곳을 관람하고 근처 일대를 둘러보면 조선과 근대 한양이 한 눈에 서리게 된다.

나뭇가지에 소복히 쌓인 함박눈
나뭇가지에 소복히 쌓인 함박눈. ⓒ소셜포커스

2015년 공평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과정에서 조선에서 근대까지 서울의 골목길과 건물터가 발굴됐다. 서울시는 도시유적과 기억을 보존하고자 건물 지하에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조성하여 2018년 9월 12일 개관했다. 유적관은 '공평동 룰'을 적용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공평동 룰은 도심정비사업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를 최대한 ‘원 위치 전면 보존’한다는 원칙이다.

조선시대 한양지도
조선시대 한양지도. ⓒ소셜포커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조계사 앞 사거리 부근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관람하기에 용이하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자유 관람이다. 관람해설은 하루 3회 진행되며, 예약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2년 가까이 발굴조사해 조선초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총 108개 동 건물지와 중로, 골목길 등의 유구와 1천여 점이 넘는 생활유물이 확인됐다. 이 유물을 축소 모형, VR체험, 1:1 복원 모형 등 다양한 전시기법을 통해 16~17세기 한양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공평동유적 토층
공평동유적 토층. ⓒ소셜포커스

발굴 조사 시 한국판 폼페이라고 말할 정도로 조선초기 유적이 온전하게 발견됐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고층건물 지하에 건축물 기초석과 유적을 복원해 전시관으로 조성했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살아가던 민초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고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전시관 내부 전경
전시관 내부 전경. ⓒ소셜포커스

전시관에 들어서면 한 눈에도 보기에도 지하라는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상당히 넓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4개의 시대별 문화층에서 건물지와 도로 등 유구와 다양한 유물을 전시관 내부로 이전해 복원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집터다. 전동 큰 집, 골목길 ㅁ자 집, 이문안길 작은 집의 3개 건물지가 핵심이다, 안마당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ㅁ자 모양 집으로 초석, 기단석, 마당 박석, 불에 탄 마루, 배수로, 담장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조선 중기 한양 도심부 주택의 원형을 알 수 있다. 이문안길과 전동 골목길을 직접 걸으면 마치 조선시대에 와 있는 느낌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골목길은 현대까지 이용되고 있다.

공평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이전에 이곳의 랜드마크는 화신백화점이었다. 화신백화점은 1937년 조선인에 의해 세워졌다. 하지만, 도시재개발과 종로확정계획과 맞물리면서 운명을 다해 이제 사라지고 표지석만 남았다. 화신백화점 자리에는 종로타워가 들어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바닥유리 체험 코너
바닥유리 체험 코너. ⓒ소셜포커스

역사 흔적인 유물의 발굴과 복원은 문화적 인식과 더불어 경제적 역량이 갖추어져야 한다. 역사는 과거를 토대로 발전하는 과정임에도 전시관 설명에서 산업화 시대의 속성 개발에 대한 비판적 논조와 현재 복원에 대한 자랑과 공명심을 부각한 대비적 설명은 다소 불편하게 받아들여진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펴보면 조선과 근대역사 현장이 표지석으로 남아 있어 역사 공부하기에 아주 좋다. 종로지구는 재개발이 계속되고 있어 70~80년대의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공평동 룰을 적용되어 우리는 과거를 함께 호흡할 수 있어 좋다.

건물지 초석
 건물지 초석. ⓒ소셜포커스 

조선시대에 고관들의 말을 피해 다니던 민초들의 길인 피맛골을 따라 조성된 음식골목의 장국밥을 먹는 시간은 사색을 즐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불과 지하 몇 미터 아래에 500여년을 지나는 삶의 흔적이 묻혀 있다 이제서야 발굴되고 복원됐다. 역사의 큰 줄기를 생각하면 조선개국 후 2번의 왜란과 2번의 호란을 포함한 수많은 파괴, 구한말 전쟁과 6.25동란으로 우리 민초들의 질곡의 삶이 흙에 묻혀 켜켜히 쌓였다.

전동 골목길
전동 골목길. ⓒ소셜포커스

이런 퇴적이 땅 위로 올라와 자랑스런 선조들이 토대로 대한민국이라는 명함을 당당하게 내밀 수 있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먼저 살아간 세대의 피와 땀의 결정체다. ‘ K-00 “뒤에 붙는 단어가 무엇이든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 발전하며 성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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