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약자' 빙자한 여의도 '허튼 수작'
'사회약자' 빙자한 여의도 '허튼 수작'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4.03.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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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민 기자

이번 4·10 총선에서도 장애인은 ‘찬밥’ 신세다. 지역구·비례후보 공천 모두 ‘하늘의 별 따기’다. 거대 양당 통틀어 장애인 비례대표는 고작 3명 정도다. 지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와 같은 수준이다.

이 중 일부는 탈락·재추천의 촌극 끝에 관문을 통과했다. 그마저 과거 반미 전력으로 낙마한 후보의 ‘돌려막기’용이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비례대표 후보 4명을 우선 발표했다. 민주당 비례정당에 참여한 연합정치시민회의 추천 몫이다. 이 때 1차 선발 12명에 포함된 장애인 당사자 2명 모두 탈락했다. 결국, 연합정치시민회의 몫 4명은 비장애인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 중 3명이 반미 논란 등 과거 전력으로 낙마했다. 이 과정에서 시각장애인 A씨가 재추천받아 비례후보가 됐다. 1차에서 탈락시킨 A씨를 낙마후보 교체에 재활용한 셈이다. 당 내 유일한 장애인 비례후보인 만큼 감지덕지해야 할까?

이후 민주당 비례정당에서 장애인 비례후보는 안 나왔다. 나머지 참여정당 추천 몫 16명 모두 비장애인이 꿰찼다. 

또, 현역 장애인 의원들을 비례정당 들러리로 동원한다. 유리한 정당번호를 받기 위한 소위 ‘의원 꿔주기’ 꼼수다. 지역구 투표용지의 정당번호는 의석 수 순서대로 적힌다. 19일 기준, 기호 1번은 민주당(147석), 2번은 국민의힘(106석), 3번은 녹색정의당(6석)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기호 3번부터 차례로 기입된다. 이번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양 당은 각각 비례투표 용지 첫 번째, 두 번째 칸을 받길 원한다. 유권자들이 알기 쉽게 지역구와 비례대표 용지의 정당 순서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녹색정의당보다 많은 수의 현역 의원을 자신의 비례정당으로 보내야 한다.

먼저 잰 걸음을 낸 건 국민의힘이었다. 국힘은 지난 15일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비례의원 출당 안건을 의결했다. 자신의 위성정당인 국민의 미래로 당적을 옮기기 위한 절차다. 김근태·김예지·김은희·노용호·우신구·이종성·정경희·지성호 의원 등 총 8명이다. 이 가운데 3명(김예지·이종성·지성호)이 장애인 당사자다.

그러나, 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4·10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 빠졌다. 김예지 의원만이 해당 명단에 포함돼 당선권인 15번에 배치됐다. 나머지는 머릿 수 채우는데에만 썼다는 얘기다. 정당 필요에 따라 장기판 말 다루듯 취급한 꼴이다.

낙마후보 돌려막기나 의원 꿔주기 모두 마찬가지다. 장애인 당사자에겐 조롱이자 씻을 수 없는 치욕이다. 사회적 약자 권익을 위한 비례후보(의원)여서 더 그렇다. 장애인 후보(의원)는 언제든 뗐다 붙였다 하는 장신구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빙자한 정치판의 허튼 수작은 이제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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