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 꿈도 못 꾸고 고립된 北장애인
대학, 취업 꿈도 못 꾸고 고립된 北장애인
  • 윤현민 기자
  • 승인 2024.03.1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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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장애인 이미영씨, 북한 장애인 실상 고발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외교관계자 앞 첫 증언
왼쪽부터 이 단체 김태훈 이사장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이신화 북한 인권 국제협력대사,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강제북송 피해자 지명희씨, 통역을 담당한 김보경씨, 장애인 탈북자 이미영씨.
탈북자 이미영씨(오른쪽 1번째)가 국제기구 및 외교 관계자 앞에서 북한 장애인 실상을 증언하고 있다.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대부분 사회활동이 사실상 막힌 북한 장애인 실상이 공개됐다. 탈북 장애인당사자가 직접 국제사회에 고발한 첫 증언이다. 우선, 대학 입학과 정당 가입, 각종 취업활동이 배제돼 있었다. 또, 특수학교 진학, 휠체어 이용도 철저히 외면받는다고 했다.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탈북 장애인을 초청해 북한 내 장애인이 겪는 열악한 처우를 국제사회에 알렸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 부대행사 일환이다. 유엔 부대행사인 만큼 외교관계자들도 나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 인권 특사, 이신화 북한 인권 국제협력 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미영 탈북 장애인은 북한 장애인 실상을 낱낱이 밝혔다. 먼저 교육차별에 따른 지역사회 고립 문제를 들었다.

그는 “학급에서 제일 공부 잘했지만, 북한에선 장애인이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해서 고등중학교만 졸업하고 대학 진학은 못 했다”며 “저 같은 중증장애인은 일도 전혀 못하기 때문에 학교 졸업 후엔 집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도 나라에서 장애인 혜택을 받은 적이 없고 맹인·농아학교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상류층 자제만 다닐 수 있다. TV에 시각장애인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나와서 실력이 좋으면 저렇게 할 수 있나보다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휠체어도 선택받은 일부 특권층 몫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씨는 “저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휠체어를 본 적이 없다. 왕복 1시간 걸리는 길을 어머니 등에 업힌 채 초등학교에 다녔다”며 “나라가 휠체어를 주는 건 군 복무 중 다쳐 1·2급 장애를 가진 경우로만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장애인을 깔보며 고립시키는 사회풍조도 짚었다. 이 씨는 “장애를 가지면 사회참여가 거의 불가능하고 손가락질을 당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한다. 저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 장애인을 본 적이 없고 장애인의 존재를 숨기는 사회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장애에 대한 시각은 가혹하고 비인간적이다. 대부분 장애인을 ‘불구’로 부르고 더 모욕적인 말로 비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생후 9개월 만에 소아마비에 걸려 두 다리를 못 쓰게 됐다. 이후 혼자 미싱을 배워 재봉 일을 하며 지금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그러던 중 어느 날 집에 든 도둑과 몸 싸움을 하다 어깨뼈가 부러졌다. 이 때 입은 재산피해와 건강악화 문제로 북한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결국 남편, 딸과 함께 압록강을 건넌 뒤 중국, 베트남, 라오스, 태국을 거쳐 2018년 7월께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해온 비영리 단체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최초로 특별협의 기구 지위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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