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먼 돈’ 빼먹는 방법
정부 ‘눈먼 돈’ 빼먹는 방법
  • 염민호 편집국장
  • 승인 2019.02.25 14: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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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밑바탕 뿌리가 썩어가고 있다.

1

소방서에서 폐기하는 소방호스를 재활용하여 지갑을 만들어 제품화 하겠다는 아이디어로 정부지원금 2억5천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 소방호스로 지갑 만드는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교육장 개설 및 운영, 수강생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1억5천만원을 또 지원 받았다고 했다. 이것은 사회적 기업 지원제도를 활용하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명분으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내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런 내용을 전해준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손쉬운 방법으로 정부 지원금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강습을 위한 교육장을 만들어 여기에 필요한 운영비를 지원 받는 사례를 설명해주는데 암담한 생각이 밀려왔다. 교육 내용도 찰흙으로 그릇을 빚는 등 가장 기초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교육시간 및 수강생 숫자 등 기본 요건을 충족하며 교육이 이뤄지면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소위 ‘눈먼 돈’을 그렇게 아는 사람만이 발 빠르게 움직여 빼먹고 있다는 것이다.

2

지인 중에 평생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전통 공예품을 만들어 온 공예 작가 전 모 선생은 지금 용달차 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조각칼 들고 나무를 다듬는 것보다 훨씬 더 수입이 좋고 생활이 안정되었다고 말씀하셨다.

무형문화재가 되어도 수입이 부족해 그 명맥이 끊어지기는 마찬가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궁시장(弓矢匠) 송죽 선생이 매달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금액은 2백50만원 남짓 된다. 이는 생활비가 아니라 실제 작품 제작활동에 소요되는 재료비를 보전 받는 것인데 제품을 만들어도 판매와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전통공예를 전수받으려는 후계자가 없어서 얼마 전 나이 40이 넘은 장남을 불러 앉히고 억지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선대로부터 이어지는 가업을 잇기 위해 선생의 아들이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3

한방병원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는 목수 윤 모씨는 2월 말까지 끝내려던 공사기간을 3월 중순으로 미루었다. 몇 사람의 목수가 함께 협업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 일하는 인부들이 제대로 된 목공 기술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현장에서 어께 너머로 목공을 배운 사람들이어서 좀처럼 기대를 채워주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내국인이 아닌 조선족 중국인들이라고 했다. 제대로 실력을 갖춘 목수를 찾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렇다고 지급하는 임금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내국인 근로자와 동등한 근로조건 및 임금지급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공방을 운영하는 선배 목수에게 부탁해서 야간 및 주말에 정밀한 부분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목수 윤 모씨는 “공사하는 내내 전반적인 기술의 하향평준화를 확인하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는 또 “우리 사회에서 숙련된 기능 인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하여 큰 위기감을 갖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면서 “외국인 근로자 100만 명의 시대에 우리사회가 어쩔 수 없이 이들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은 또 하나의 위기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양심과 도덕성을 내팽개친 약삭빠른 사람들은 정부로부터 눈먼 돈 빼먹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정부 역시 각종 사회보장 수당을 신설하며 달달한 선심성 퍼주기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정작 요령도 없고 정보도 갖지 못한 채 월급날 기다리며 순박하게 살고 있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닐까?

지켜야 할 것, 보전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확인하고 다져가야 나라가 제대로 서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밑바탕 뿌리가 썩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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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2019-03-08 22:05:49
작은보조금을받을때는 얼마나 엄격하게 따지면서 많은 보조금을 받는 경우는 허술하기짝이없네요.

김*보 2019-02-25 16:07:10
눈먼 돈이 아니라, 담당 공무원이 이런돈이 있으니 서류 만들어 가져 가라고 챙겨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