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의 그늘... '소득불평등'
경제성장의 그늘... '소득불평등'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9.02.26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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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서 '소득분배와 불평등 정책토론회' 개최
소득불평등... "금융위기 이후 계속 악화되고 있어"
상위층 소득 커질수록 저소득층 불평등은 심화돼...
서형수 의원실은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외환위기 이후 20년, 소득분배와 불평등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인환 기자

1998년 외환위기는 한국경제 초유의 대량실업과 구조조정을 낳은 비참한 역사로 기록됐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은 세계 열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과는 달리 한국경제의 불평등 및 양극화 문제는 여전히 국가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논의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서형수 의원실은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외환위기 이후 20년, 소득분배와 불평등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수십년간 쌓여온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전문가들이 모였다.

서형수 국회의원은 "국내 기업의 수익률이나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현재 한국의 경제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분배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보니 소득불평등이 지속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 ▲불평등 개선을 위한 정책방향 등 2개의 주제발표와 5명의 지정토론으로 진행됐다. 핵심쟁점인 '소득불평등'과 '정책적 대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 저소득층·1인가구·고령인구.. '소득불평등의 주체'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전병유 교수.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부터 급격히 확산됐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8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으며, 이는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하위 10분위와 중위 50분위의 근로소득 격차도 크게 확대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위 10분위인 저소득층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은 가장 높지만 저임금자가 대부분이다.

OECD 자료에도 한국의 임금불평등지수는 회원국 중 최고 수준에 달했다. 소득불평등의 주요 대상인 '저소득층'이 줄어들지 못하고 계속 저임금 노동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전병유 교수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1인가구와 노인가구의 증가도 소득분배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사회적 변화가 소득불평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분위에 속한 저소득가구 중 80%가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점을 보면 '고령화'의 사회적 현상이 주는 경제적 영향력은 상당히 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2013년 이후 불평등지수가 다소 개선됐는데, 이를 전병유 교수는 기초연금이 시행되면서 나타난 효과로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OECD 평균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상속재산이 전체 부의 20%"... 소득분배의 그림자

국내 저축률은 90년대부터 크게 하락했으며 특히 저소득층은 더욱 심각하게 떨어졌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2분위(저소득)로 갈수록 저축률은 0%나 그 미만으로, 10분위(고소득)로 갈수록 30%에 달했다.

전병유 경제학 교수는 "잉여자본이 많을수록 저축의 기회도 많아지는데, 이를 자산으로 본다면 근로소득보다는 자산 그 자체가 많은 사람이 저축률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속재산' 규모는 전체 부의 20% 수준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상속재산이 국민 순소득의 8%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소득불평등의 또 다른 요인으로 해석됐다.

그는 실태조사로 파악되지 않는 자산(추정) 약 1천200조~1천300조원과 보이지 않는 상속 및 증여가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자산 외에도 기업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발생하는 소득불평등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체의 규모에 따라 임금격차가 확대되면서 근로자 간 소득분배에도 격차가 발생된 것이다.

전 교수는 "사업체별로 임금격차가 큰 이유는 하도급거래에서 원·하청 기업 간 이익공유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하도급거래 간 발생되는 소득불평등은 이미 가시화된 지 오래다.

◆ "노동법의 개정과 보편적 소득보장 필요"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선임연구위원.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소득불평등의 특징은 상위 10%의 소득비중은 높은데 하위 50% 소득비중은 낮다는 점"이라며 "제도적 변화 없이 불평등 해소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홍민기 연구원이 제시한 불평등 개선 정책은 '노동법의 개정'이다. 소득불평등의 취약계층인 근로자의 소득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홍 연구원은 "사업주의 책임범위를 늘리고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면서 "특히 파견직, 하청직원, 비정규직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사업주를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근로자 파견법 등은 법률의 해석에 따라 사업주가 가지는 근로자에 대한 책임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홍 연구원은 이를 확실하게 정하고 근로자의 처우(소득 등)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 외에도 '보편적 소득보장'이 소득불평등의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는 근로이력과 기여도에 상관없이 일정한 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회수당,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보편적 수당은 정부 및 경제권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인력의 소득을 재정(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경제적 가치 외에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다른 가치에서 근로소득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한다는 것이 보편적 소득보장의 시작이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한국경제의 소득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안건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 경제실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하는 등 향후 정책적 제언을 위한 밑바탕으로써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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