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책임져야할 '필수의약품'
국가가 책임져야할 '필수의약품'
  • 노인환 기자
  • 승인 2019.02.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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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약품 공급·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 개최
"국내 필수의약품 중 24개는 대체약물조차 없어"
"약제 원가계산방식 개선해 공급망 안정화해야"

최근 3년간 생산·수입·공급이 중단됐다고 보고된 의약품은 253개 품목인데, 이중 24개는 대체약물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가 나서 필수의약품을 지정하고 20년간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를 운용했지만 제약업계는 실효성에 고개를 젓고 있다. 이에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최도자 의원실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필수의약품의 공급 및 관리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필수의약품의 공급문제를 관철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도자 의원은 "이번 토론을 통해 환자에게는 의약품의 안정적인 접근성을, 필수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는 지속가능한 보상을, 정부에게는 국민보건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토론회는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제도의 현황 ▲퇴장방지의약품 원가계산방식 개선방안 등 2가지의 주제 발표와 4명의 지정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집중됐던 필수의약품의 공급부족 현상과 이에 따른 개선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 가격조율·채산성 등 문제로 필수약제 공급 중단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상무.

필수의약품의 공급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이제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기업 간 거래문제, 생산단가의 손실, 원료공급처의 생산중단 등을 이유로 적지 않은 필수약품의 공급이 끊겨 왔다.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녹내장과 백내장의 치료제인 안압저하제 다이아막스가 정부와 제약업체 간 거래 문제로 생산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안압이 상승한 환자가 치료제가 없어 대학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아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국소마취제인 레카신액도 이미 생산이 중단됐다. 해당 약제의 제조원가가 1ml당 28.7원으로 보험약가(25.0원)보다 높다보니 결국 적자가 발생될 수밖에 없었다. 채산성이 떨어져 필수의약품의 생산이 중단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장우순 상무는 "필수의약품의 공급이 중단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다"며 "첫 번째는 약물치료가 불가한 상황이 될 수 있으며, 두 번째는 비싼 약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비선택적 의료서비스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제도 운용.. 산업계는 '울상'

퇴장방지의약품이란 '환자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채산성이 없어 제조업자 등이 생산 또는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를 말한다. 생산 또는 수입원가의 보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를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국가필수의약품도 있는데, 이는 '질병관리, 방사능 방재 등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이 해당된다. 퇴장방지의약품과 유사하지만 담당기관(보건복지부, 식약처 등)이 조금 다르다.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제도는 1999년 11월 의료보험 의약품의 실거래가 상환제도가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지정조건은 내복제의 경우 525원, 내복액상제는 40원, 외용제는 2천800원, 주사제는 5천257원 등으로 해당금액 미만으로 보전이 가능하다. 다만 약제의 특수성에 따라 지정기준선을 초과한 금액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한 우대성 조치와는 달리 약제 산업계의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산업계는 퇴장방지의약품의 매출비중이 3%에 불과하지만 투입되는 생산역량은 전체의 30%에 달해 채산성이 없다고 호소한다. 게다가 수익성이 없는 약제는 임상적 필요, 정부의 독려, 사회적 책무수행 차원에서 생산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 "원가계산방식 개선하면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될수도"

삼정KPMG 박상훈 이사.

삼정KPMG 박상훈 이사는 "약값 지원을 위한 퇴장방지의약품의 원가계산방식을 개선한다면 지금보다 공급상황은 나아질 것"이라며 "부정확한 현행 약가기준만 개선해도 필수의약품의 공급이 전보다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정KPMG 자료에 따르면 현행 원가계산방식의 약가기준의 특징은 제한된 예산의 집행과 공공성의 강조로 부정확하게 원가가 산정된다. 또한 제조업체의 경제성을 고려하지 못한 낮은 신뢰도, 사후적인 약가 인상기준 등의 문제로 업계는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박상훈 이사는 "원재료의 가격인상, 대규모 시설투자, 정부차원의 품질규제 등 외부적인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가 제시한 개선방향은 ▲의약품 특성 반영한 표준공정안 제시 ▲물가연동제 등 탄력적인 약가조정 ▲설비투자·품질관리비 인상분 반영 등이다.

현재 국내의 원가계산기준은 업체의 판매관리비를 제외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자기자본 순이익률을 고려해 산정하고 있다. 이에 박상훈 이사는 "일본의 경우 판매관리비는 업계평균을 상한으로 반영하고, 영업이익은 매출액 영업이익률으로 고려해 더욱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나고 의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필수의약품의 공급중단 문제는 매우 오래 전부터 쌓여온 의약계의 고질병"이라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정책적 제언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고 관심을 가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향후 필수의약품 공급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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