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창평 삼지내 마을’
오래된 미래 ‘창평 삼지내 마을’
  • 전윤선(장애인 여행작가)
  • 승인 2018.09.21 10:32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슬로시티는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대문위에 앉아 있는 작은 인형
대문위에 앉아 있는 작은 인형

창평 삼지내 마을은 느린 삶을 추구한다. 옛 건물을 보존하고, 옛 먹을거리를 지켜내며 이어가고, 깨끗한 환경은 지키고 만들어낸다. 느린 삶을 실천하는 슬로우 시티 삼지내 마을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겨 대를 이어 보존한다. 
삼지내 마을에서는 바람도 천천히 불어오고 구름도 느리게 흘러간다. 슬로시티는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목적지에 끝까지 가고야 만다는 가치이다.  삼지내 마을과 딱 맞아 떨어지는 가치 이어서 세계는 주목하고 아시아 최초로 슬로우 시티로 지정됐다. 
슬로우 시티는 전 세계적으로 옛것을 지키며 느린 삶을 살아가는 마을을 지정해 보존하는 곳을 지정한다. 한번 지정됐다고 해서 영원한 것은 아니다. 4년마다 한 번씩 모니터링을 통해 제 지정여부를 결정한다. 국내에서는 슬로우 시티로 지정된 곳이 3곳이 있다. 창평 삼지내 마을. 청산도, 전주 한옥마을이다. 
슬로우 시티가 처음 출발한 곳은 1999년 이탈리아 그레인 키안티에서 몇몇 시장들이 모여 패스트푸드에 밀려 달콤한 인생의 매리를 염려해 ‘치따슬로(cittaslow)'에서 이름을 딴 슬로시티(slow city)운동을 출범 시켰다. 슬로시티 운동의 가치는 슬로우 푸드 먹을거리와 느리게 살기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느린 삶을 추구하는 도시에서 전통을 보존하고 지역민 중심에 생태주의를 실천하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이러한 조건에 딱 맞는 곳이 창평리 삼지내 마을이다. 

흙담으로 가득한 골목 길
흙담으로 가득한 골목 길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흙길과 흙 담장으로 가득한 오래된 가옥들이 중후하게 마을을 지켜내고 있다. 흙 밟는 느낌은 휠체어 바퀴로도 그대로 전달돼 온몸으로 느껴진다. 담장을 끼고 마을 안 구석구석을 살피다보면 집집마다 명패는 대신 매화나무집, 흙담과 풍경이 있는 집, 달구지 집, 맛있는 쌀 엿집, 달팽이가게 까지 대문에 예쁜 이름을 달고 있다. 
이름대신 명패를 단 까닭은 삼지내 마을이 집성촌 이어서이다. 성과 이름이 비슷하다보니 명패를 달면 헷갈리기도 하고 개성도 덜해서 집집마다 특성을 살린 명패를 달았다. 
이곳 사람들은 농사를 짓거나 민박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인 만큼 마을을 구경할 때 도둑처럼 살금살금 걷는 건 여행자가 지켜야 할 예의다. 

돌담을 따라 걷는데 들에 나갔다 돌아오는 마을 주민을 만났다. 마을 주민은 도시에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중년의 부부다. 매화나무집에 산다며 집 구경을 해도 좋다고 허락을 하신다.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오래된 집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느림은, 일상에서 빠르게 흐르던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고 경직된 몸마저 이완시킨다. 
지붕위엔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매화나무 집은 마당 깊은 집이다. 마당 한켠 작은 못에는 생명들이 노닐고, 곱게 핀 능소화는 담장을 넘나든다. 귀퉁이 건물은 우물이 있는 카페이다. 
마당 있는 우물을 그대로 들여놓고 카페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물에서는 여전히 맑은 물이 솟는다. 우물위를 유리로 덮고 둘레를 따라 테이블을 만들어서 차를 마시며 우물 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우물속 물은 마당에 작은 연못과 연결돼 신선한 물을 사시사철 제공해 준다. 
우물물은 식수로 사용하지 않지만 옛것의 멋스러움은 신선하다. 매화나무 집에서는 별을 볼 수 있는 망원경도 준비돼 있다. 밤에는 별을 볼 수 있고 낮에는 색다른 풍경이 선명하다. 

매화나무집 우물 카페
매화나무집 우물 카페

 

매화나무 집을 나와 돌담을 따라 걷다보면 고정주 고택을 만난다. 고정주 고택은 전남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ㄷ자형 고택이다. 양반가가 갖추어야 할 구성요소인 문간채, 사랑채, 중문간채, 안채, 사당, 곡간 등을 잘 갖추고 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늑약 무효와 을사오적 처단을 상소했던 고정주는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낙향하여 이곳에 터를 잡고 국권회복을 목적으로 ‘상월정’ 지금의 초등학교를 설립하여 민족혼을 일으키고 1907년에는 호남학회 회장이 되어 애국계몽운동을 선도했다. 고정주 고택은 시간에 따라 황금색으로 변한다. 해가 질 무렵과 해가 뜨면 흙벽에 비친 색깔은 황금으로 변해 황홀하다. 

해가 질 무렵 황금빛으로 변화는 흙담
해가 질 무렵 황금빛으로 변화는 흙담

담장이 넝굴이 그림자를 만들고 그림자를 따라 담장위를 올려다보면 이백년 전의 시간이 지붕위에서 멈춰 있다. 흙담을 따라 또 걷다보면 달팽이 가게를 만단다. 달팽이 가게에서는 커피를 맷돌에 갈아 드립해서 먹을 수 있다. 맷돌은 작고 앙증맞아 누구든 돌릴 수 있다. 
여행자가 직접 맷돌아 갈아 만든 드립 커피 맛은 삼지내 마을과 닮아있다. 구수한 커피 향기가 바람을 타고 천리를 갈 것 같다. 달팽이 가게 앞엔 창평 면사무소도 있다. 창평 면사무소는 한옥건물이다. 창평이 슬로우 시티로 지정되면서 건물을 새롭게 짓더라도 기존에 건물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창평 면사무소는 예전 창평 현청 자리이었다. 면사무소 앞엔 370년 된 느티나무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 곳 창평은 의병장 고경명 후손의 집성촌이 있는 곳이다. 당시 치열한 항일 투쟁이 전개 되었고 고리대금업으로 배를 불리던 일본 자본조차 창평엔 들어올 수 없었다. 
조선총독부는 창평군을 나누어 담양군과 곡성군에 편입시켜 버렸고, 창평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창평면이 되었다. 삼백살이 넘은 느티나무는 당시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변화는 세상에서 느린 시간을 살고 있는 삼지내 마을은 일상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라고 한다. 삼지내 마을에서는 여행자도 느릿한 달팽이가 된다.

•무장애여행 문의 :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문의 :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http://knat.15440835.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송*진 2018-11-07 14:33:21
옛 시골의 모습을 곱디곱게 잘 가꾸고 관리한티가~ 그래서 한번쯤은 가보고싶은 곳이네요~ 하루가 어떻게 가버리는지도 모르고 하루하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유'와 '쉼'을 알게해줄 좋은 곳이네요~감사해요~

박*성 2018-10-25 13:41:36
아름다운 곳이네요. 꼭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강*미 2018-10-25 10:18:22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나중에 시간되면 한번 추억여행으로 다녀오고 싶은곳이네요.

김*성 2018-10-16 14:10:01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