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장애인, 어디로 가야 하는가?
탈시설 장애인, 어디로 가야 하는가?
  • 박소윤 기자
  • 승인 2019.10.22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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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2일 국회 제7간담회실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 개최
국내·외 탈시설 정책-지역복지서비스 현황 평가
탈시설이 장애인 개개인에게 갖는 의미 강조해
10월22일 국회 제7간담회실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10월22일 국회 제7간담회실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소윤 기자] = 과거 '탈시설'이란 단어는 일부 장애인권단체의 비현실적이고 과격한 운동 구호로만 여겨졌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강조되면서 탈시설은 국가가 지향해야 할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탈시설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터다. 정부는 탈시설(화)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통합돌봄)를 실시했다. 하지만 중증발달장애인을 위한 탈시설 정책 부족, 탈시설에 따른 기존 시설직원 감원, 발달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보호자의 반대 문제 등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10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장애인 시설수용의 국가책임과 탈시설 절차적 권리보장'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장은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과제 및 쟁점'을 주제로 국내·외 장애인 탈시설 정책과 지역복지서비스 현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 원장은 "우리나라 장애인거주시설은 대형시설 중심의 거주서비스를 제공한다. 규모가 클수록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은 엄격해지기 마련"이라며 "현 장애인거주시설은 하루 일과 및 취침시간, 외출, 외부인 접촉방법, 종교활동 등 다양한 생활에서 자기결정권과 다양성을 침해한다"고 꼬집었다.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장. ⓒ소셜포커스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장. ⓒ소셜포커스

이어 "해외 탈시설 성과 연구 결과를 보면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삶의 질 개선 등 긍정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서 "주택 거주 인원 규모가 작을수록, 중증장애인일수록 탈시설의 성과가 더 높았다. 비용의 경우 거의 차이가 없거나 비싸지 않았으며 탈시설을 반대했던 가족들의 태도 역시 적극적 지지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2008년 이후 탈시설 당사자의 경험을 규명하는 질적 연구가 이뤄졌다. 탈시설 이후 장애인들은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고 자기결정권 경험을 통한 인간발달, 탈사물화 등 성과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탈시설 정책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 4개 분야에 걸친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장애인 분야의 경우 대구 남구, 제주도 제주시 2개의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해 6월부터 추진 중이다. 커뮤니티케어에는 △탈시설 욕구조사 및 맞춤형 계획 수립, △주거지원, △주거환경개선, △소득지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시설 전환시범사업 등이 포함된다.

유 원장은 "정부 최초로 탈시설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쟁점이 되는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중증발달장애인을 위한 탈시설정책의 필요성, 탈시설 전달체계, 기존 시설직원 문제 등이 그것"이라며 "탈시설국가계획 10년에 맞는 목표, 계획, 예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탈시설과 관련해 사단법인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는 "탈시설은 권리다. 탈시설 의사가 확인되는 장애인뿐 아니라 확인되지 않는 장애인에게도 권리로 보장돼야 한다"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해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올 수 있도록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별 탈시설지원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의 이야기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시설퇴소와 지역사회 자립생활이 '자기 결정에 의한 것'에 국한돼야 하는지에 대한 이 변호사의 문제제기는 타당하다"고 동의했다. 아울러 탈시설을 반대하는 가족들의 반대 현상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 있는 제도적 제원이 필수적이며, 가족들의 우려와 부담을 줄이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책임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사단법인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 ⓒ소셜포커스
(왼쪽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사단법인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 ⓒ소셜포커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용걸 정책팀장 역시 "탈시설 과정에서 그 누구의 의견보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부모나 가족이 왜 자신의 가족을 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탈시설을 반대하는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사회 전체적 시스템 변화, 시설로부터 탈시설화, 부모·가족의 부담으로부터 '탈가정화'가 이뤄질 때 이들도 탈시설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탈시설 당사자의 발언도 이어졌다. 현재 인천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봄 씨는 "시설에서 공동생활가정으로 옮기면 달라질 거란 생각과 달리 감옥 같은 생활은 똑같았다"면서 "월세 30만 원을 내면서까지 자립을 해야 하냐는 공동생활가정 담당자의 말을 뿌리치고 2018년 자립했다. 내 삶은 자유를 찾았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건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탈시설한 장애인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있는 곳, 지역사회로 와야 한다. 탈시설은 사회의 일원으로 포함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10월22일 국회 제7간담회실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소셜포커스
10월22일 국회 제7간담회실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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