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 이제 명절에 고향에 갈 수 있나?
휠체어 장애인, 이제 명절에 고향에 갈 수 있나?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0.28 2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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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휠체어 탑승 장치 설비된 시외버스 시범사업 기념식 열려
13년간 장애인 이동권 외침! 4개 구간에서 시범 적용
일부 장애인 단체 기자회견 통해 "50%까지 확대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앞에서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의 시범사업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인이 명절에 시외버스를 타고 귀성길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장애인 시외버스가 13년만에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이하 국토부)는 2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앞에서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의 시범사업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28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앞에서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의 시범사업을 축하하는 기념행사 모습. ⓒ 소셜포커스

이번 사업은 휠체어 이용자들도 고속버스를 통해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도록 시범운영 하는 것으로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 등 4개 구간 총 10대의 버스가 투입된다.

이를 위해 10개 버스업체에서 각 1대씩 버스를 개조하여 버스당 휠체어 2대가 탑승 가능하도록 했으며, 각 노선별로 1일 평균 2~3회 운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장애인 단체에서는 2001년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특히 명절에 서울경부ㆍ남부터미널 등에서 휠체어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례적으로 개최해왔으며, 이에 따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있었다.

그러나 해당 문제에 대해 국토부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17년부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ㆍ시외버스 표준모델과 운영기술의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즉각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국토부는 휠체어 탑승 고속ㆍ시외버스 모델을 개발하고, 안전성 검증을 통해 이용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승차 및 하차할 수 있도록 하며,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터미널 및 휴게소 시설개선 방안 마련과 예매시스템 개발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

이에 국토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수도권과 권역별 주요 도시 간 노선을 대상으로 여러차례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버스업계와 터미널 및 휴게소 업계, 장애인 단체와의 의견수렴을 거쳐 4개 노선을 최종 확정하여 이번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김상도 종합교통정책관
김상도 종합교통정책관

이번에 운행되는 고속버스에는 휠체어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세부 표준(KS P ISO 7176-19*) 기준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예매 전 고속버스 예매시스템(www.kobus.co.kr)에서 3일 전에 예매를 해야 하며, 안전성 시험에 통과한 휠체어인지도 반드시 확인해야만 탑승이 가능하다.

또 버스에 장착된 휠체어 전용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3m의 승차장 여유 폭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승차장에서는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없어 터미널 내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승하차를 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휠체어 탑승자는 출발 20분 전에는 승차장에 도착해야 원활한 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김상도 종합교통정책관은 “이번 시범운행을 계기로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대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고 의미를 전하며 ”휠체어 장애인의 장거리 버스 이동을 위한 첫 시범 운행이다 보니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발생도 배제할 수 없어, 시범 운행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미흡한 사항은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정책관은 “장애인들의 이동권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뿐 아니라 동승하는 승객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장애인을 배려하고 협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하며 시민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 장애계 “이제 시작... 50%까지 확대해야”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의 시범사업 축하 기념식 1시간전, 같은 장소에서 일부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주장하는 거센 목소리를 전했다.

28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앞에서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휠체어 탑승 설비 장착 고속버스 시범사업 기념행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공동대표 박명애, 이하 전장연) 회원 30여명은 기념식 장소에 모여 휠체어 탑승가능 고속버스의 시작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향후 구체적인 예산반영과 운영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년에도 올해 예산 13억4천만원과 동일하게 책정한 것을 두고 정부가 향후 노선 확대 등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를 냈다. 또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총 4개 노선/차량 10대(우등 3대, 일반7대) 운영 ▶48시간 전 사전예약제 ▶출발시간 20분 전까지 전용승강장에 도착해야 탑승 가능한 점 등 현재 드러난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내버스 및 저상버스 도입률이 현재 23%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과, 지방자치단체별로 특별교통수단 대상자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 달라 지역간 격차가 나타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시위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결국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법에 명시된대로 마을버스, 시내버스, 특별교통수단의 단체이동지원 버스 등 모든 교통수단을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시내버스를 대ㆍ폐차 할 때에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휠체어탑승 가능 고속버스 50% 도입 명시 및 구체적 운영방안 수립 ▲특별교통수단 대ㆍ폐차할 경우 운영비와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설치비용 지원 의무화 ▲장애인등급제 폐지에 따른 장애인 이동권 기준 논의 등을 제안했다.

박김영희 공동대표
박김영희 공동대표. ⓒ 소셜포커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공동대표는 “교통약자법이 시행된지 13년만에 고속버스 휠체어 탑승 소식은 눈물나게 반갑지만, 한편으론 눈물나게 화가 난다”면서 “정부는 조속한 시일내에 전 구간 50%이상 휠체어 탑승 차량을 배치하여 장애인들이 어디든 다닐 수 있는 기본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장연 박경석 공동대표는 “2001년부터 장애인 이동권을 부르짖으며 입었던 티셔츠가 누더기가 된 이 시점에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시범사업이 시작됐다”면서 “그동안 더뎠던 시간만큼 앞으로 더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결국 기획재정부가 답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28일 휠체어 탑승 설비 장착 고속버스 시범사업 기념행사에서 시민참여단 전윤선 대표가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 ⓒ 소셜포커스

이날 기념식 이후 장애인 시외버스 시민참여단 회원들은 휠체어 버스를 타고 첫 여정인 강릉으로 떠났다. 시범단으로 버스에 탑승한 전윤선 씨(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저 드디어 강릉 갑니다. 30년 만에 가는데, 얼른가서 경포대 백사장 볼 거예요"라며 기대 가득한 음성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올말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들을 개선하여 내년도에는 기존 10대에서 20대로 확대하여 본 사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내에 휠체어 탑승 설비 장착 고속버스 시범사업 운영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장애인 승하차장 모습.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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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10-29 09:21:38
장애인들이 가고 싶었던 곳을 갈수 있어서
좋아요.
앞으로 계속계속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