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관광표지판은 없다!"
"장애인을 위한 관광표지판은 없다!"
  • 박소윤 기자
  • 승인 2019.10.29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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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총련, '한국관광안내표지 표준디자인 가이드라인 개정 토론회' 개최
모두에게 평등한 관광할 권리 보장하기 위해
"제도·정책 개선과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10월 29일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포괄한 한국관광안내표지 표준디자인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10월 29일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포괄한 한국관광안내표지 표준디자인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소윤 기자] =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즉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가로막는 물리적·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이같은 문제는 관광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교통약자의 경우 관광 경험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2.4점에 불과하는 등 관광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에게 평등한 관광할 권리를 위해 10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포괄한 한국관광안내표지 표준디자인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김광환),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현재 관광지 내에 설치된 안내표지판은 지자체마다 위치나 규격 등이 다르게 적용돼 있을 뿐 아니라, 장애인 등 관광약자의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UNWTO(유엔세계관광기구)가 발표한 장애물 없는 관광을 위한 시설 지침에는 '표지판'이 기재돼 있으며, 편의증진법 내 대상별 설치해야 하는 편의시설에도 '안내시설'이 포함돼 있지만 관광약자의 접근을 위한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명시돼 있지 않은 까닭이다.

허갑중 한국관광정보센터 소장. ⓒ소셜포커스
허갑중 한국관광정보센터 소장. ⓒ소셜포커스

이날 한국관광정보센터 허갑중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 비해 관광·방문안내정보 가이드라인이 현저히 미비하다. 관광·방문안내정보는 과학적 산출물임에도 예술적 산출물로 제작, 설치했기 때문"이라며 "2010년부터 10년 동안 250회 이상 지속적으로 혁신을 청원했지만 '문제가 없다'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약자 계층의 이용 평등권 보장을 위해 국제기준을 적용한 국가 차원 단일 관광·방문 안내정보 가이드라인을 수립 및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소장이 제시한 단일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관광·방문산업 진흥 촉진, △국가경쟁력 강화, △국가예산 절감(10년 시행 기준 50% 가량), △일자리 창출, △관광·방문안내정보 제작 및 설치를 위한 관련분야 이론 토대 구축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이자 장애인 당사자인 전윤선 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전 대표는 "과거 관광약자는 동정과 시혜의 일회성 행사에 의존해 여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행지에서 단체로 밀고 끌려 다니며 관광했다. 복지단체, 자원봉사단체에서 연중 행사처럼 치러진 여행들이 바로 그 예"라고 말했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소셜포커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소셜포커스

전 대표는 "장애인의 여행 횟수는 비장애인에 비해 절반 정도다. 하지만 당일 여행 평균 지출액은 두 배가 넘는다. 이같은 지출에도 관광 경험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4점으로 낮았다"며 "이는 관광약자의 관광할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무장애관광을 위한 대안으로는 △차별금지법 24조 시행령 관광사업자 단계적 범위 2025년을 2020년으로 앞당기는 개정법, △2013년 폐지된 여행바우처 부활, △BF제도 개정, △무장애관광개발원 개설, △장애인문화체육관광진흥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현재 한글과 영어를 병기한 안내위치표지가 일부 설치돼 있지만, 관광객의 안전과 피난, 주의를 위한 규제표지는 대부분 한글로 설치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대도시뿐 아니라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 제도의 체계적인 기반 마련과 관리·지원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이에 대해 김민주 울산발전연구원 전문위원은 "얼마 전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선암사에 다녀왔다. 하지만 경내 유도표지가 없어 길을 헤맸던 기억이 있다"면서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관광객이 관광지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환경개선과 안내시스템 확충 등 관광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승일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재활연구소 부장, 김민주 울산발전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전문위원. ⓒ소셜포커스
(왼쪽부터) 이승일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재활연구소 부장, 김민주 울산발전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전문위원. ⓒ소셜포커스

그러면서 "누구나 쾌적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정비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면만 정비하는 것이 아닌 소프트웨어적인 면도 함께 대응해야 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친화적 환경조성"이라며 "여행은 인간 누구나 향유해야 하는 활동이다.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을 실현하기 위해 한층 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척수재활연구소 이승일 부장 역시 "현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인 '맞춤형 복지'는 국가가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교육, 의료, 주거, 직업훈련, 노후 생활 등의 복지를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을 고려한 설계, 정책, 그리고 '마음씀씀이'가 관광안내표지와 공공디자인에도 함께하길 바란다"고 덧붙이며 제도와 인식 제고의 중요성 모두를 강조했다. 

 

10월 29일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포괄한 한국관광안내표지 표준디자인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10월 29일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포괄한 한국관광안내표지 표준디자인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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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회 2019-11-05 10:28:43
정말 유명 관광지를 가보아도
장애인을 위한 관광표지판을 못본거 같아요.
이런 작은 것부터 개선하고 바꿔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