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주류화'에 대한 냉정한 평가... "10년간 정책 반영 0건"
'장애주류화'에 대한 냉정한 평가... "10년간 정책 반영 0건"
  • 류기용 기자
  • 승인 2019.12.07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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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권포럼 6일 토론회 개최
'장애주류화'에 대한 냉정한 민낯 드러나
장애계에 맞는 '명칭과 내용 설정' 필요성 제기
"정치세력화 통한 장애구분 통계 구축해야"
한국장애인인권포럼과 장애인사회연구소는 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주류화 정책 실현을 위한 패널 토론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지난 10여년간 10편정도 장애주류화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더 이상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정책에 반영된 게 1건도 없다. 솔직히 보건복지부도, 장애계도, 1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장애계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됐던 ‘장애주류화’에 대한 냉정한 민낯을 평가한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의 말이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대표 이권희)과 장애인사회연구소는 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주류화 정책 실현을 위한 패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영하 10도를 웃도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비롯해 장애인 단체 및 학계 전문가, 장애인당사자 50여 명이 참여하여 장애주류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강한 지지를 보냈다.

■ 장애주류화 “주류 계층의 것을 뺏는 개념 아냐... 호칭에 대해선 ‘글쎄...’”

먼저 ‘장애주류화’란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보편적인 관점에서 장애를 고려하여 관련 법과 정책,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특정 조직이나 단체에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힘 싸움’이 주류화의 정의라면, 장애주류화는 그와는 반대라는 설명. 예컨대 ‘장애 관련 사업을 제외한 보편적인 사업에서 얼마나 장애인을 위주로 고려하는가’가 장애주류화라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동기 교수는 “장애주류화는 ‘우리가 그 배 타니까 너네 내려’와 같은 개념이 아니라 ‘너네만 타지 말고 우리도 같이 타자’는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애주류화’라 지칭하는 명칭에 대해서는 토론자들의 엇갈린 의견이 나타났다. 우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발달장애에서 흔하게 쓰이는 ‘도전적 행동’이라는 개념을 예를 들면, 도전적이라는 어감에 부정적 인식이 담겨있다. 상대방의 권위나 전문성에 도전하는가에 대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 세계적으로는 장애주류화든, 장애인지든, 장애영향이든 큰 관심이 없다”며 회의적 입장도 보였다.

‘장애주류화 정책 실현을 위한 패널 토론회’에 참석한 (좌측부터)좌장을 맡은 김동호 대표, 토론자 김동기 교수, 문지영 교수, 윤삼호 소장, 김동범 사무총장. ⓒ 소셜포커스

이어 장애인아카데미 인식개선교육센터 윤삼호 소장은 “'주류화'는 여성계에는 익숙한 용어지만 장애계에는 개념상 통용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주류화라는 말을 그대로 법과 제도로 접목할 때 철학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여성주류화의 법과 정책 안착에 앞장서온 숭실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문지영 교수의 의견은 ‘찬성’이었다. 문 교수는 “장애도 지역, 신분, 종교와 같이 사회적 고려 대상으로 봐야하는 부분”이라며 “‘장애인주류화’가 아니라 ‘장애주류화’이므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드러냈다.

이 외에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 김동범 사무총장은 “결국 주류화라는 용어는 여성계를 따라서 사용한 언어”라고 잘라 말하며, “장애인에 알맞은 명칭과 관련 세부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보건복지부, 장애계도 외면한 ‘장애주류화’... 장애구분 통계부터 마련해야”

‘장애주류화’에 대한 국내외 진행 상황은 쉽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연구됐음에도 정책에 반영된 사례는 1건도 없었고, 장애계에도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 얼마 전 국회에 발의 된 ‘장애인권리보장법’에 장애인지 등 일부 개념이 포함된 게 전부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해외의 연구에도 특별히 확인된 사례가 없었다. 오롯이 국내 여성주류화 운동을 모델로 연구한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10년 동안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을 통해 관련 연구를 10여 편 진행한 김동기 교수는 “외로운 연구였다. 의미와 가치는 부정할 수 없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장애계에서 정기적으로 언급되는 하나의 이슈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과 장애인사회연구소는 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주류화 정책 실현을 위한 패널 토론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장애주류화에 대한 냉혹한 현실에 대해 토론자들은 향후 진행과정에 대해서도 각자의 입장을 설명했다.

장애계가 향후 나갈 방향에 대해 문지영 교수는 장애인 단체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한 준비를 강조했다. 문 교수는 “여성주류화가 포함되어 있는 '성별영향평가법'은 쉽게 통과된 것 같아 보이지만, 20-30년 전부터 ‘여성주류화’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그 발판이 됐다”며 “장애계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장애인에 맞는 주류화를 형성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삼호 소장은 장애계의 전략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윤 소장은 “이제 사회는 변했다. 과거 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사례처럼 강한 운동권 성향을 통해 장애주류화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존재하는 있는 법령들에 장애 관련 기준을 삽입하는 노력과 국가통계를 만들어 내는것에서 시작해 장애인기본법이나 권리보장법에 충분한 내용을 다루는 것까지 점층적으로 넓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애인권리보장법’ 발의 내용으론 미흡하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김동범 사무총장은 “권리보장법에 관련내용이 일부 삽입되긴 했지만 중복이나 모호한 내용이 발견되는 등 엉성하게 들어가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자평하며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이 있어 지금 당장 권리보장법을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선 이후 주류화의 구체적 도구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다시 법안을 만들어 발의하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동기 교수는 ‘장애인 통계 구축’을 가장 우선순위 과제로 주장했다. 김 교수는 “몇년 전 서울시에서 장애인지 관련 연구를 의뢰해서 참여했는데 서울시의 자체 통계 60여개중 장애 구분 통계는 1개도 없었다”며 “통계를 통해 문제를 객관적으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장애인 관련 통계가 마땅치 않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민연금 장애인 가입자가 비장애인의 60%뿐인 이유가 무엇인지, 장애인은 왜 국가에서 제공하는 검진 참여 비율이 왜 월등히 떨어지는지 등 설명할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장애인정치세력화를 통한 통계구축이 우선과제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과 장애인사회연구소는 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주류화 정책 실현을 위한 패널 토론회’를 개최했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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