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학교 학부모들 "시위 소음 줄여달라"… 3주째 보수집회와 대치
맹학교 학부모들 "시위 소음 줄여달라"… 3주째 보수집회와 대치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1.06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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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들도 "집회해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필요해"
주민들 시위에 보수단체 "빨갱이가 우리 길 막으려 한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보수집회 행진하자 맹학교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시각장애인의 학습권 및 주민 안정권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보수집회 행진하자 맹학교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시각장애인의 학습권 및 주민 안정권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 News1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서울맹학교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는 보수단체를 막아서며 상생을 호소했다.

서울맹학교학부모회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새마을금고 사거리에서 '무분별한 집회에 대한 학부모들의 대응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무분별한 집회 소음으로 인해 서울맹학교 학생들의 등교에 어려움이 있고 주민들도 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지난달 21일부터 3주째 보수단체와 대치했다.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 회장은 "표현의 자유, 집회 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생존권도 고려해야 한다"며 "보수 집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재한 시각장애인연합 종로구지회 회장도 "우리가 동네를 다니면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눈도 안보이는 사람이 왜 돌아다니냐'는 모욕적인 말 듣는다"며 "우리도 참을만큼 참다가 집회를 나오게 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효자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조기태씨(75)는 "집회시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집회를 하더라도 주민이 살수있게끔 해달라는 것이다"며 "현 집시법 내 소음기준이 65db인데 주택가에서는 55db로 강화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맹학교 학부모들과 시각 장애인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보수집회 행진 때 시각장애인의 학습권 및 주민 안정권 확보를 촉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 News1
맹학교 학부모들과 시각 장애인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보수집회 행진 때 시각장애인의 학습권 및 주민 안정권 확보를 촉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 News1

오후 3시30분쯤 광화문역 인근에서 1차 집회를 마친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 보수 집회 행렬이 경복궁역을 지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행진했다.

지난주 토요일과 달리 이날은 경찰이 벽을 세워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의 도로점거 시도가 차단됐지만, 일부 주민들과 보수단체 회원들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시끄러워 못 살겠다"고 외쳤고, 보수단체 회원들은 "문재인은 하야하라"는 구호로 맞섰다. 경찰의 제지로 큰 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에 서울맹학교 학부모회 회원들은 "우리 집회 신고 제대로 했는데 왜 막나" "경찰은 왜 저렇게 시끄럽게 집회하는 사람들을 내버려두냐"며 경찰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행진 중이던 국본 회원들은 "경찰들이 간만에 옳은 일 한다" "어디서 빨갱이가 우리 길을 막냐"라는 말을 던지며 현장을 지나갔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님도 동네주민하고 사회적 약자 괴롭히는거 싫어하세요" "장애인 이동권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보수 단체의 청와대 앞 집회가 끝날 때까지 맞은편에서 대치했다.

청운효자동 주민과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은 집회로 인한 소음과 교통불편을 호소하면서 전광훈 목사가 총괄대표로 있는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민주노총 산하 톨게이트 노조 등이 집회를 열지 못하게 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경찰은 검토 끝에 2번의 제한통고를 했지만 범투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청와대 주변에서는 주간에도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의 제한통고를 전달했지만, 범투본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의 집회는 허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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