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갈림길 앞에선 장애인... 정부에 투쟁 선포!
생존의 갈림길 앞에선 장애인... 정부에 투쟁 선포!
  • 류기용 기자
  • 승인 2020.02.20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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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민생해결촉구대장정추진위원회 19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 열어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자부담, 연령제 폐지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 촉구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에게 4대 요구 담긴 요구서 전달...
"대책 마련 없으면 4월까지 투쟁 선포"
장애인민생해결촉구대장정추진위원회는 19일 장애인 민생 해결을 촉구하는 1차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4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류기용 기자] = 만65세 생일이 지난 장애인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왔는데 장기요양보험으로 저절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17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던 최중증 장애인은 장기요양보험으로 넘어가면서 이용시간은 하루아침에 3시간으로 줄어든다. 결국 가족이 모든 돌봄을 고스란히 떠안거나 장애인 거주시설로 들어가야 하는 현실이다.

새해를 맞았지만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모든 장애인의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이하 자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원받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매년 그대로인데 부담해야할 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소리쳐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부담 비용을 가장 먼저 본인의 지출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특히 올해 장애인들은 더 화가 났다. 정부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 인상에 대한 공지사항을 문자 메시지로 보냈기 때문이다. 일명 ‘폭탄문자’로 명명된 메시지 내용은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50만원까지 인상됐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몇 번이고 계속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단순한 전산착오에 따른 담당자의 실수였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놀란 가슴은 차가운 날씨만큼 시리고 아팠다.

정부의 복지 정책에 분노한 장애인들이 19일 오후 거리로 뛰쳐나왔다. 당장 장애인들이 처한 민생문제를 해결하라고 청와대를 향해 소리쳤다. 각 정당의 장애인 위원들을 비롯해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장애인 소비자, 자조모임 회원 등 100여명이 모였다.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장애인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민생해결촉구대장정추진위원회는 19일 장애인 민생 해결을 촉구하는 1차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4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 소셜포커스

이날 기자회견은 장애인민생해결촉구대장정추진위원회(이하 민추위) 주최로 광화문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 민원센터 앞에서 열렸다. 민추위 회원들은 장애인의 생존권이 걸린 활동지원의 복합적인 문제들을 조속히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민추위는 활동지원서비스 자부담 폐지를 민생해결 1순위 과제로 지목했다. 현행법에서 활동지원서비스에서 자부담은 급여액의 최대 15%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상한액은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액의 5%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 함정이 있다. 법에 명시된 15% 상한 규정은 활동지원 기본 급여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추가급여를 지원받는 최중증 장애인들은 상한액 없이 계속 자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상한선 금액이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득 산정방식에도 문제를 안고 있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독립된 세대가 아니면 함께 사는 가족들의 소득까지 합산된다. 장애인은당사자의 소득이 전혀 없어도 자부담은 늘어난다.

이 같은 활동지원서비스 자부담 인상은 정부에 납부하는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최대 월 4만원에 불과했던 자부담이 2010년 최대 월 8만원, 2011년에는 월 12만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29만400원까지 올랐다.

정부는 자부담 상승의 요인을 활동보조인의 인건비 상승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물가상승과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으로 한정적인 예산으로는 인건비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장애인민생해결촉구대장정추진위원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 소셜포커스

이 같은 정부의 주장에 대해 바른미래당 장애인위원회 한지호 위원장은 “정부가 장애인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에 대해 예산을 탓하는 것은 국가로서의 의미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인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에 대한 걱정과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활동지원 연령제한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만 65세 이상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정부가 연령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

특히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하여 장애인 활동지원 연령제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밝혔던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중증장애인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는 최정자 씨는 “제 나이가 올해 63세인데 앞으로 2년 후면 저도 장기요양으로 넘어가서 시간이 확 줄어들까봐 너무 무섭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그마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숨 쉬는 것뿐인데, 이런 저에게 활동지원을 줄인다는 것은 죽으라고 하는 소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씨는 “정부는 신인가? 65세가 지나면 장애인이 비장애인이 되나?”라고 되물으며 “탁상행정만하는 정부는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장애인민생해결촉구대장정추진위원회 회원들의 모습. ⓒ 소셜포커스

민추위 회원들은 장애인의 건강한 자립과 욕구에 맞는 서비스 지원을 위해 ‘개인예산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예산제는 장애인당사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여 이용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김성곤 사무처장은 “개인예산제를 통해 장애인당사자 중심의 서비스 체계로 바꿀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장애인 간의 합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장애인들이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개인예산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추위 회원들은 이날 기자회견 후 정부합동 민원센터를 방문하여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활동지원서비스 자부담 완전 폐지 ▲활동지원서비스 연령 제한 폐지 ▲활동보조사 휴게시간 보장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행 등의 요구서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이 보이지 않을 경우 4월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선포했다.

장애인민생해결촉구대장정추진위원회 대표단은 4대 요구안이 담긴 요구서를 정부합동 민원센터에 전달했다. ⓒ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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