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마스크 대리구매 “등본까지 떼오라구요?”
장애인 마스크 대리구매 “등본까지 떼오라구요?”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3.1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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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카드만 보고 “같이 사는 지 어떻게 아느냐”며 등본떼오라 지시
식약청ㆍ콜센터 직원도 정확한 지침 몰라... 결국 약사회에 전화해
약국 앞 포스터에도 장애인 마스크 대리구매 방법 헷갈리게 적혀있어
©식품의약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나온 공적 마스크 구매 관련 포스터. 마스크를 대리구매 할 때 필요한 서류에 장애인ㆍ노인ㆍ미성년자 등 대상 별로 정확하게 명시하고있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같은 집에 살지 않아도 (지체장애인) 부모님 병원가실 때 마스크 쓰시게 대신 사줄 수 있잖아요. 꼭 같이 살아야 마스크 대리구매가 가능한건가요?"

경북 포항시 남구에 거주하는 문ㅇㅇ씨는 11일 동네 약국에서 지체장애인 부모님의 마스크를 대리구매하려했지만 빈 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부모님의 복지카드만으로는 진짜 부모님이 맞는지와 동거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등본을 떼와야한다고 돌려보낸 것이다.

문씨는 약사에게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말하길 장애인은 복지카드나 장애인등록증을 가지고 가면 대리구매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설명했지만 해당 약사는 “장애인이어도 똑같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등본을 떼와야한다”며 약국 앞에 붙어있는 포스터 지침을 가르키며 말했다.

약국 앞에 붙어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청) 포스터에는 해석하기 모호한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대리 구매 어떻게 하나요?’라는 문구 아래에 필요한 서류를 명시하고 있지만 장애인·미성년자·노인이 구분되지 않고 써있어서 장애인은 ‘복지카드 또는 장애인등록증’만 가져가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해당 약국에서 구매를 실패하자 근처 옆 동네 약국에 가서 똑같이 복지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등본을 떼와야한다”였다. 해당 요일이 지나면 일주일이나 지나서 마스크를 살 수 있기에 급한 마음에 전국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콜센터 직원도 정확한 지침을 모르고 있었다. 문씨는 “콜센터 직원도 거기 나와있는 상담 문구대로 읽는 것 같았는데 등본을 떼가는 게 맞나?라고 하면서 직원들끼리 이야기하더라”며 “결국 장애인협회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안되냐고 하길래 ㅇㅇ장애인협회에 전화했지만 해당 직원도 등본을 가져가야하는지 정확하게 몰랐어요”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시 콜센터에 전화한 문씨는 이번엔 등본을 가져가는 게 맞다는 직원의 답을 들었다. 당시 직원의 말에 따르면 “등본을 가져가지 않으면 (저의 추측이지만) 부모님을 잘 찾아뵙지 않는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라는 말까지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식약청에 문의하라는 말에 전화를 걸었지만, 해당 직원도 정확하게 답변을 주진 못했다. “약사가 등본 없이는 안 판다는데 어떻게 하냐, 직접 약국에 전화해서 상의해줄 수 없는 부분이고 대한약사회에 전화해봐라”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약사회에 전화를 걸어서야 등본 없이도 복지카드나 장애인등록증만 가지고 구매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약사회는 해당 약국에 공문을 보내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문씨는 “이미 구매 요일이 지나버렸기에 다음주나 되야 구매가 가능한지 알 수 있게 됐다”며 허무해했다.

이어 “이거 확인하느라 하루 반나절을 통화에만 매달렸다. 마스크 5부제 포스터에 나온 문구 때문에 약사도 구매자도 모두 혼선을 빚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식약청과 콜센터, 장애인협회 직원까지도 다 등본을 가져와야한다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라며 “포스터에도 장애인은 복지카드나 장애인등록증‘만’ 있어도 대리구매가 가능하다고 정확하게 명시를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정확한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초반 식약청에서 내린 혼선 때문에 일부 약국이 식약청의 지침을 잘못 이해하고 판매해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약국 앞에 붙어있는 포스터 문구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약사회도 식약청의 지침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식약청에 문의해야한다고 밝혔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 대리구매 연령 범위까지 확대했지만, 여전히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마스크 구매 방법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장애인과 대리인은 구매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찾아가지만 정작 약국에서 지침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어 구매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마스크5부제 시행이 취약계층의 코로나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공적마스크 구매절차 질문&답변’에 나온 공적마스크 대리구매 방법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공적마스크 구매절차 질문&답변’에 나온 공적마스크 대리구매 방법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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