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해설 품질 높여달라"… 방통위, "소관 아니다" 90일만에 답변
"화면해설 품질 높여달라"… 방통위, "소관 아니다" 90일만에 답변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6.24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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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협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자신의 잘못으로 장애인방송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라!' 성명서 발표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화면해설의 품질을 높여달라"는 시각협회의 민원을 "소관이 아니다"라고 회피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이하 시각협회)는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화면해설 품질 모니터링'을 실시해 그 결과를 근거로 민원을 제기했다.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제15조의2항을 준수해달라는 내용이다. 종합편성채널은 장애인방송고시(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장애인방송 품질 제고와 제작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민원 처리 기간을 연장해가며 3개월을 끌었다. 민원을 제기한 지 90일이 지난 후에야 "해당 사안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장애인시청보장위원회의 소관이기 때문에 방통위 심의 규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회신했다.

이에 시각협회는 "상처 주고 소금 뿌리는 행위"라며 해당 기관의 무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3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자신의 잘못으로 장애인방송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라!

-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장애인 시청권 침해를 외면하는 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세인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화면해설방송은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이하 ‘장애인방송고시’)에 따라 방송사업자별로 차등 적용하여 전체 방송에서 많아야 10%, 적게는 5% 범위 내에서 의무비율이 고시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허탈해진다.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화면해설 서비스가 질 낮은 품질의 화면해설방송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편성채널의 화면해설방송 에서 품질 준수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화면해설방송에 대한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의 불만이 본 연합회로 다수 접수되었고, 해당 방송사의 화면해설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채널의 화면해설방송의 품질에 대한 전반적인 모니터링 보고서를 첨부하여 방송사에 직접 시정요청을 했으나, 회신의 내용은 자신들의 방송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고, 시정 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민원회신 역시 ‘상처 주고, 소금 뿌리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답변이었다. 지난 3월 17일에 “ㅇㅇ 화면해설방송 품질 개선 요청의 건”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신속하게 답변도 하지 않고, 민원처리기간을 연장해 가면서 무성의하게 3개월을 끌었다. 그리고 최초 민원이 제기된 지 90일이 넘은 금요일 17:45분에 “민원에 대한 답변이 최종 회신 되었다.”는 문자 메시지 통보를 받고 확인한 내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무능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답변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자기 소관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답변을 회신하려고 민원 회신 기간을 연장하여 90일을 넘게 끌었다는 것인데, 이해할 수도 이해해서도 안 될 ‘소가 웃을 일’이다.

결국,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화면해설방송에 대한 시정 조치는 희망사항에 그쳤고, 시각장애인 당사자에게 실망과 좌절만 남겼다. 시청권 침해를 알면서도 제재하기는커녕 아예 외면하는 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책임 있는 자세인가 싶다. 상식 있는 정부라면 절대 용납해선 안 될 일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방송사가 질 낮은 품질의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서도, 장애인 당사자가 함께 참여한 모니터링 결과를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으며,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제15조의2 (장애인방송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 제2항의 준수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를 시정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장애인방송 편성에 있어서의 양적 성장이라는 성과의 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법에서 명시한 장애인방송 편성비율은 양적인 기준만을 제시한 것으로 방송사업자들이 장애인방송물의 질적 수준은 고려하지 않는, 실질적인 방송접근권 침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종합편성채널은 화면해설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기 보다는 싼 값에 그냥 정부의 의무화고시를 준수하는 흉내만 내려는 듯하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분노한다. 화면해설방송은 시각장애인의 인권에 관한 문제이지 방송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준수해야 하는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다.

화면해설의 소비자로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화면해설을 지키고 가꾸어온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돈 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화면해설이 무성의하게 만들어지는 것에 분노하며, 화면해설방송의 시행에 있어 전문성보다는 가격 경쟁력 만을 생각하는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태도를 규탄한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촉구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시청자미디어재단 뒤에 숨지 마라. 장애인방송 의무화 고시가 단순히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소관이라는 이유로 90일간이나 고심하여 회신하는 무능을 보일 것이 아니라, 질 낮은 장애인방송실태에 대해 엄정하게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방송에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만, 제작진에게 재제를 가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방송이 정말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제대로 제작되어지는지 방송의 품질을 점검하고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5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질 낮은 품질의 화면해설방송을 제공하는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장애인방송이 정말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제대로 제작되어지는지 화면해설방송의 품질을 점검하고, 확인하라!

1. 제대로 확인했다면 금번에 문제가 된 방송사업자의 화면해설방송에 대해, 시정조치를 명확히 통보하고 그 이행을 확인하라!

1.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의 90일이 넘어선 늦장회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라!

2020년 6월 23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붙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처리 결과

○ 귀하의 민원에 대하여 답변 드립니다.

○ 시각 장애인용 화면해설방송을 포함한 장애인방송의 제공실적 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 제공 실적의 평가 등에 관한 사항은 「방송법」 제69조제8항, 동법 시행령 제52조,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제10조와 제11조 등에 따른 시청자미디어재단(02-6900-8300) 내 ‘장애인시청보장위원회’ 소관으로, 우리 위원회에서 심의규정을 적용해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향후로도 우리 위원회에 대하여 많은 관심과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처리주무부서 : 종편보도채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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